[문화곳간] “누구 뽑을꼬” 조상들의 색다른 선거법
[문화곳간] “누구 뽑을꼬” 조상들의 색다른 선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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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거를 앞두고 공보부에서 제작해 거리에 붙인 투표 과정을 안내하는 포스터를 시민들이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사진=미국 국립문서기록청)  (출처: 뉴시스)
총선거를 앞두고 공보부에서 제작해 거리에 붙인 투표 과정을 안내하는 포스터를 시민들이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사진=미국 국립문서기록청) (출처: 뉴시스)

 

삼국시대엔 귀족 회의 활성
세종 때, 민주주의 초석 보여
선거 초기, 막걸리·고무신 줘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말이 있다. 국민이 직접 투표한 소중한 ‘한 표’는 나라의 미래를 바꾼다. 코앞으로 다가온 ‘2021년 재·보궐선거’에 온 국민이 주목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선거를 통해 뽑힌 소수의 사람은 다수를 대표해서 국가를 잘 이끌어가도록 목소리를 낸다. 그런데 우리 선조들도 선거와 비슷한 형태의 선출 방식을 사용했다. 이와 관련해, 역사 속에 담긴 이야기를 찾아봤다.

◆예부터 최고 실력자 선출 

먼저 삼국시대를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데, 고구려에서는 ‘제가(諸加) 회의’가 열렸다. ‘가(加)’는 부족장 또는 벼슬을 의미하며, ‘제가(諸加)’는 ‘가’들이 모여 있는 형태를 뜻한다. 제가회의를 통해서는 ‘대대로(大對盧)’라는 자리를 맡을 사람을 뽑았다. 대대로는 왕과 귀족들의 이익을 잘 조율하는 중대한 자리였다. 고구려 말에는 ‘막리지(莫離支)’라는 최고 실력자가 있었는데 막리지가 대대로라는 견해도 있다.

신라에는 ‘화백회의’가 있었다. 귀족들은 나랏일을 결정할 때 찬반을 가렸는데, 전체가 찬성해야만 최종 결정이 났다. 당시 귀족들의 힘은 상당했다. 화백회의를 통해서 왕을 교체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 화백회의는 신라의 여섯 부족의 촌장이 나랏일을 의논하던 것에서 전통이 이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백제는 ‘정사암(政事巖) 회의’가 있었다. ‘삼국유사’에 보면 정사암이라는 바위에 귀족들이 모여 각종 중대한 회의를 했다고 한다. 특히 귀족 대표인 재상을 선출할 때는 후보자의 이름을 한 돌에 적어 정사암에 올려놓았는데, 며칠 후 최종 선출된 사람의 이름이 적힌 돌에 도장을 찍었다고 한다. 고려시대 회의 기구인 ‘도병마사(都兵馬使)’는 국가의 중대사를 회의로 결정짓던 임시 기관이었다. 처음에는 국방에 관한 것을 주로 다루다 점차로 국정 일반에 관한 합좌기관이 됐다.

조선시대에는 민주주의 초석을 보여주는 여론 조사가 있었다. 백성을 위한 공평한 과세 제도를 마련하기 위한 ‘공법’에 대한 것이었다. 세종은 백성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1430년(세종 12년) 3월부터 약 5개월 동안 여론 조사를 실시했다. 여기에는 약 17만 명이 참여했으며, 57%의 백성이 공법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는 조선시대의 최대 규모의 국민투표였다. 또 지방에서는 ‘향회(鄕會)’라고 해서 마을 자치단체, 마을 공동체 같은 곳에서 우두머리를 다수결로 뽑기도 했다.

1948년 5월 10일에(UN의 감시하에) 실시된 남한 총선거의 벽보용 선거 홍보물 (출처: 국립민속박물관) ⓒ천지일보 2021.4.5
1948년 5월 10일에(UN의 감시하에) 실시된 남한 총선거의 벽보용 선거 홍보물 (출처: 국립민속박물관) ⓒ천지일보 2021.4.5

◆‘막걸리·고무신’ 선거

우리나라 최초의 선거는 1948년 5월 10일 실시된 ‘대한민국 제헌 국회의원선거(5.10총선거)’였다. 제헌 국회의원은 현재의 4년 임기와는 달리 2년의 짧은 임기였다. 6.25전쟁이 끝난 지 얼마 안 된 상황임에도 선거 투표율은 무려 98.2%로 압도적이었다. 그런데 1950~1960년, 1960~1970년대를 ‘막걸리 선거’ ‘고무신 선거’라고 불렸다. 당시에는 선거 유세장이 학교 운동장이었고, 그늘이 드는 곳이면 막걸리판이 벌어져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또 돈 있는 후보자들은 고무신 한 켤레씩 나눠줬는데, 농민들에게 참 요긴하게 쓰였다. 그러니 막걸리와 고무신을 나눠주는 후보에게 한 표를 주는 것은 당연했다.

그런데 엄밀히 말하면 부정선거다. 과거에는 모두가 힘들던 때여서 조금 눈감아 주기도 했지만, 오늘날은 어느 때보다 부정선거에 예민하다. 그런데도 선거철마다 부정선거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국민들의 인식이 높아진 만큼, 부정선거가 아닌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선거를 위해 정치권에서도 더 신중해야 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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