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잇단 도발로 한반도 사정이 긴박해 보인다.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한국정부의 대북 관계가 예전과 같지 않은데 그 근저에는 북한이 임기 말에 접한 문재인 정부를 보는 시각 차이 때문이다. 북한은 과거 노태우 정부에서 김영삼 정부로 넘어가는 시기에도 1991년 12월 12일 남북기본합의서, 12월 31일 비핵화 공동선언 등 중요한 남북 합의사항에 대해서는 유효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준수했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않다. 정세의 불투명성을 내세워 정권의 임기 말에는 적극적인 대화와 교류에 나서지 않겠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북한의 남한 비방이 예사롭지 않다. 지난해부터 북한에서는 당국의 공식 발표보다는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선전선동부 부부장의 담화를 통해 남북의 이해관계가 얽힌 내용을 발표해온바, 문재인 정부의 임기 말을 맞은 시기에 북한 최고 지도부의 대남 인식이 잘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김 부부장은 지난해 6월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직후 ‘철면피한 감언이설을 듣자니 역스럽다’는 제목으로 우리정부를 비방한 적이 있다.

지난 30일 담화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말을 거론하면서 문 대통령을 향해 비방의 수준을 더 높였다. 김 부부장은 “미국의 앵무새” “뻔뻔스러움의 극치”라 비방하면서 “앞길이 무척 고통스럽고 편안치 못하게 될 것”이라는 막말까지 서슴지 않았으니 국제관례에서의 기본적인 예의조차 아예 무시한 태도를 보였다. 이는 한국정부를 압박해 북한이 대미 우위전략을 확보하겠다는 치밀한 계산의 노림수로 보인다. 그렇긴 해도 대남 강세가 거세지는 담화 내용을 볼 때 문재인 정권 말기에서 정부가 노력해온 남북관계의 복원은 쉽지 않아 보인다.

우리 측 화해 제스처에도 불구하고 남북 상황이 점점 악화되는 상황에서 우리정부에서는 한미일 3국과의 안보협력과 한중간 외교 노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그것이 정권 말 대화와 타협을 기피하는 북한의 일방 행동을 사전 봉쇄하는 길이다. 그런 맥락에서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개최된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는 유의미하다. 이 대담에서 3국 안보실장은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 공동대응 의지 재확인과 국제사회의 유엔 안보리 결의의 완전한 이행이 필요하다는 점에 합의했던바 이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필요한 최대 현안이 아닐 수 없다.

북한 통제를 위한 이 같은 정부의 노력은 한중관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3일 중국 푸젠성 샤먼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이 그것인바, 한국정부 입장에서는 소득이 크다. 꽉 막혀있는 남북문제를 중국과의 교섭을 통해 뚫겠다는 것이고, 한반도의 보다 항구적인 평화정책과 한반도 완전 비핵화를 추진할 돌파구를 찾았다는 게 성과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는 임기 내 남북협력을 성사시키겠다는 의욕보다는 쉬운 것부터 이행해나가는 지혜가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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