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詩] 풍문 - 하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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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문

하덕조(1941 ~ )

 오래 만나지 못한 사람을 만나면 먼저 아이구 소리를 지른다. 모처럼 만난 반가움이거나 그냥 건성인사이거나, 죽을병에 걸렸다가 겨우 살아났기 때문일 것이다. 그 사이의 기막힌 사연을 들어보면 슬프고 가슴 아리다.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을 당한 사람에게는 아무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마스크를 하고 그저 강물처럼 멀리 떨어져서 바라볼 뿐이다. 큰 회사가 쫄딱 망한 동창, 말기 암으로 사경을 헤매는 친구, 자식이 다섯인데도 홀로 버려진 어머니, 시집 간 딸이 목매달아 죽었다는 아버지, 코로나로 죽은 사람의 장례식에 아무도 가지 않았다는 얘기를 들으면 가슴 답답하고 저리다. 그저 풍문으로 들었던 사람을 만나면 아이구 그 한 마디 말밖에는 아무것도 없다.

 

 

 

[시평]

사람이 살아가면서 참으로 수많은 일을 겪는다. 서로가 만나지 못하던 사이 여러 일들이 각기의 삶과 함께 각자에게 일어난다. 몸은 비록 만나지 못해도 입에서 입으로, 귀에서 귀로, 풍문을 타고 소식은 때때로 전해진다.

학교를 다닐 때, 같은 직장에 있을 때, 어느 어느 일을 할 때, 그래도 서로 가깝게 지내던 사이였는데, 무슨 이유도 특별히 있는 것도 아닌데 몇 년씩, 아니 몇 십 년씩 서로 만나지 못하고 지내는 사이가 허다하다. 그러다가 문득 풍문으로 ‘그렇고, 그렇다’는 소식을 듣곤 하는 사이가 되어버리곤 한다.

이렇게 지내다가 우연히, 정말 우연히 만나게 되면, ‘아이쿠’ 소리가 먼저 튀어나온다. 그렇다. 모처럼 만난 반가움이거나 그냥 건성인사이거나, 풍문으로 들은 심각한 삶의 이야기 때문이거나, 자신도 모르게 이런 말이 절로 튀어나오고 만다.

큰 회사가 쫄딱 망한 동창, 말기 암으로 사경을 헤매는 친구, 자식이 다섯인데도 홀로 버려진 어머니, 시집 간 딸이 목매달아 죽었다는 아버지, 코로나로 죽은 사람의 장례식에 아무도 가지 않았다는, 그런 풍문을 들으면 가슴 답답하고 저리다.

그래서, 그래서 다만 ‘아이쿠’ 한 마디 뿐이 더 할 말이 없다. 잊은 듯 서로 못 만나다가, 참으로 오랜만에 그 사람을 만나면, 그 누구도 ‘아이쿠’ 하며 서로 두 손을 맞잡는다. 그리곤 잡은 두 손을 그저 흔들 뿐이다. 막연히 들었던 그 풍문을 머리에 떠올리며.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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