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맹기 서강대 언론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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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MBC 등 공영언론은 정부여당이 걸고 있는 프레임에 몸을 맡기고 있다. 그 혜택은 지상파 방송의 중간광고의 허용으로 돌아왔다. 1973년 이후 금지돼왔던 규제를 48년 만에 방송법 시행령으로 풀었다(03.31). 변칙의 변화무쌍한 청와대는 또 꼼수를 부렸다. 각 시장의 성추행으로 낙마한 서울시장, 부산시장 선거에 공영언론의 부역자로 앞장섰다. 1987년 이후 지금처럼 지상파방송이 망가진 시기는 없었다. 본부노조 출신이 독식한 보직은 더 이상 정부의 감시기능을 포기했다. 시청자는 냉담했다.

닐슨코리아가 3월 16일 발표한 ‘2020년 4분기 방송 보고서’에서 KBS1 시청률은 가구당 4.04%이고, MBC는 1.86%이다. 한 가구당 2.3명을 곱하면 KBS1은 9.292%이고, MBC는 4.278%가 나온다. 난시청률(5∼10%)을 감안하면, KBS1을 보는 사람이 극소수라는 말이 된다.

보궐선거로 나팔수를 넘어 선거의 선수로 뛰게 되니, 그 신뢰는 형언할 수 없는 바닥이다. 언론보도는 객관성, 공정성이 생명이다. 그걸 상실하면서 경험하는 시청자의 복수이다. 언론이 청와대의 선거 프레임에 몸을 맡긴 일이 문제가 된다.

바른사회TV(03.31)에 나선 김형준 교수(명지대)는 “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는 프레임을 ‘특정한 언어와 연결되어 연상되는 사고의 체계’라고 정의한다. 그의 프레임 이론에 따르면 전략적으로 짜인 틀을 제시해, 대중의 사고 틀을 먼저 규정하는 쪽이 반박하려는 노력을 압도해 그 이후의 노력이 해당 프레임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라고 했다.

보궐 선거가 시작하자마자, 여당은 야당 오세훈 후보 처가 땅의 ‘셀프 보상’을 들고 나왔다. 국가가 그린벨트를 풀어, 처가가 80% 보상을 받은 땅이다. 사실 처가 땅은 오세훈 후보와는 관계가 없는 일이다. 이 일이 경제공동체로 엮일지 몰라도 엄격하게 이야기하면 그건 땅 소유주가 오 후보의 처가 것이다. 공유제, 공공성, 토지공개념 등에 목을 매는 좌익적 사고는 처가와 오세훈 후보를 등치시킬 수 있으나, 분명 그건 처가의 사유재산이다. 남의 사유재산은 몰수의 대상으로 생각하면 그렇게 할 수 있다. 일반적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물론 차명 재산등록을 할 수 있으니, 일반상식과는 거리가 멀다. 이런 개념을 엉뚱한 개념을 갖고 보궐선거 시작하자마자,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하고 프레임을 걸었다. KBS, MBC 등 공영언론은 온통 그 프레임에 나팔수 수준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지난주 칼럼에서 이야기했듯 로크의 ‘통치 2론’에서 ‘생명(life), 자유(liberty), 자산(estate)을 기본권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3가지 요소를 재산(property) 안에 집어넣어 2개를 설명했다. 그러나 지금 청와대는 사유재산을 끝까지 적폐로 간주한다. 법인세, 상속세, 종합소득세, 공시지가 상승 등 어느 것 하나 사유재산을 흔쾌히 허용할 생각이 없다. 그렇다면 개인 재산을 국가의 폭력으로 임의대로 거둬들이면 기본권, 즉 인권이 흔들리기 마련이다. 청와대는 민주공화주의 헌법 정신과는 전혀 다른 통치를 하고 싶은 것이다.

좌익적 사고는 로크를 비판한다. 그들 사고에는 인권이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이다. 공유재산, 토지공개념으로 따져갈 때, 사유재산의 주장은 적폐일 수밖에 없다. 기회만 있으면 좌익들은 공공을 들먹인다. 그 좌익적 사고 자체가 폭력과 테러의 발상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적폐’라는 용어도 따지고 보면 자신들의 이념과 코드에 맞지 않으면 쉽게 ‘적폐(숙청)’의 대상으로 여긴다. 물론 돈이 없어 방송연설도 할 수 없는 후보에게 사유재산이 원망스럽다.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03.24)는 〈방송연설 10분에 7000만원, 군소 후보엔 ‘그림의 떡’〉이라고 논의하며, “4.7재·보궐 선거를 2주 앞둔 현재 여전히 대부분의 후보들은 유권자에게 생소하다. 코로나19 국면에서 미디어를 통한 선거 운동의 중요성이 커졌지만 언론 보도와 토론 등이 주요 후보 중심으로만 다뤄지고 있다. 선거 심의에 위원을 추첨하는 권력 또는 양당 중심 구조이기에 차별로 작용하고 있다”라고 했다.

자본의 불평등이 불만스럽고, 양당 구도가 한스러울 수 있다. KBS, MBC 공영언론이 이들의 친구가 되면 금상첨화일 터인데…. 더욱이 양당구도 하에도 KBS, MBC 등 공영방송이 프레임 논리에 적극 동참한다. 민주당과 박영선 후보는 ‘내곡동 땅’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 KBS 손서영 기자(03.29), 〈오세훈 “본질은 투기 여부”…민주 ‘吳사퇴’ 총공세〉를 보면 “[김태년/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내곡동 셀프보상 의혹에 대해 거짓말로 국민을 속이려 한 것입니다. 공직에 출마한 후보가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것은 중대한 결격 사유입니다.’ .박영선/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거짓말을 하는 후보, 과연 그런 거짓말하는 후보가 우리의 미래 세대에게 무엇을 가르쳐 줄 수 있습니까, 여러분.’”이라고 했다.

김형준 교수는 이를 정리하면서 “오 후보는 ‘민주당과 박영선 후보 캠프, KBS에서 문제제기를 했던 것은 이 세 가지’라면서 ‘보상을 받으려고 땅을 샀나’ ‘서울시장 시절 관여해서 영향력을 행사 했는가’ ‘당시 시가보다 더 받았나’라고 제시했다. 그러면서 ‘이를 입증하지 못하니까 측량으로 물고 늘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후보는 ‘내곡동 땅의 핵심은 거짓말을 했느냐 안 했느냐, 측량하는 곳에 갔느냐 안 갔느냐다’라면서 ‘논점을 흐리고 있다’고 꼬집었다”라고 했다.

여당과 박 후보 측은 오세훈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로 단일화로 22일 선거전에 돌입하자, ‘내곡동 땅’ 의혹으로 프레임을 걸었다. 그때부터 KBS, MBC 등 공영언론은 일제히 이 내용에 프레임을 걸기 시작한 것이다.

재보궐선거는 ‘내곡동 땅’ 프레임으로 끝낼 만큼 많은 기사를 쏟아냈다. 공영언론은 언론이라기보다, 필자에게는 흉기를 휘두르는 폭력집단처럼 보여 진다. 그것도 개인의 사유재산을 문제 삼은 것이다. 생명, 자유, 자산이 사유재산에서 시작되는 로크의 논의라면 지금 우리 사회는 기본권, 인권뿐만 아니라, 언론자유가 없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선거는 절차적 정당성을 지켜주기 위해 언론자유가 필요한 데 말이다.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KBS, MBC 공영언론이 여당이 건 프레임에 따라 선수로 뛰는 것은 누가 봐도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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