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만(요르단)=AP/뉴시스]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이 지난해 12월 10일  제19회 국회 개원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한때 왕위계승자였던 이복동생 함자 왕자는 4월3일 요르단군 사령관의 방문을 받고 체제교란행위를 중지하라며 사실상 연금상태에 들어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암만(요르단)=AP/뉴시스]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이 지난해 12월 10일  제19회 국회 개원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한때 왕위계승자였던 이복동생 함자 왕자는 4월3일 요르단군 사령관의 방문을 받고 체제교란행위를 중지하라며 사실상 연금상태에 들어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BBC, 함자왕자의 '감금상태 폭로' 동영상입수

요르단의 압둘라2세 국왕의 이복 형제인 함자 왕자가 영국 BBC방송에 유출한 동영상을 통해서 3일 새벽(현지시간) 요르단군 총사령관의 방문을 받은 사실과 "외출도 못하고 사람들과 연락도, 만나지도 못하게 금지당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함자 왕자는 동영상에서 자신은 위성인터넷을 통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고,  BBC측은 이 발언의 동영상을 함자의 변호사로부터 입수했다고 말하고 있다.

함자왕자는 이 날 요르단 보안군사령관의 방문을 받고 " 요르단의 국가안보와 안정을 노리는 일부 행동과 활동을 중단하라"는 경고를 받았으며, 이는 왕실과 친밀한 몇몇 고위 관리들이 체포되었다고 당국이 발표한 직후였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자세한 내부 소요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요르단 내부의 이 같은 갈등은 그 동안 중동지역에서 요르단을 가장 중요한 군사동맹이자 안전판으로 여겨왔던 미국과 서방국가들에게는 위험신호로 여겨지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요르단군 합참사령관인 요세프 후네이티장군은 국왕의 이복형제이며 한 때 그의 왕위계승자였던 함자 왕자가 체포되었다는 보도에 대해 이를 부인했다.  그는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며 그 결과는 " 가장 투명하고 명백한 형태로 대중에게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요르단 관영 페트라통신은 사령관이 "어느 누구도 법보다 우위에 있을 수 없으며,  요르단의 국가적 안보와 안정이 최우선이다"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통신은 앞서 전에 왕궁에서 일했던 2명의 고위관리를 비롯한 여러 명의 용의자들이 "국가보안상의 이유로" 체포되었다고 보도했지만,  자세한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페트라통신은 왕실 가족의 한 명인 샤리프 하산 빈 자이드,  전 왕궁 책임자였던 바셈 이브라힘 아와달라가 체포되었다고 보도했다.  아와달라는 전 경제기획 및 재무장관이었고 페르샤만 일대에서 개인 사업도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체포된 다른 사람들의 이름은 보도되지 않고있다.

미 국무부의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은 "우리는 보도를 주시하면서 요르단 관리들과 연락하고 있다.  압둘라 국왕은 미국의 주요 동맹이며 우리는 그를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사우디 아라비아도 관영통신을 통해서 "요르단왕과 왕세자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  국가안보를 위한 그들의 모든 결정에 대한 지지를 확인하며,  그들을 와해시키거나 억압하는 어떤 시도도 불허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압둘라 국왕은 1999년 요르단을 거의 50년간 통치했던 후세인 국왕의 맏아들로 , 부친 서거 이후부터 요르단을 다스려왔다.  친미 친서방 노선을 유지하면서 요르단을 이슬람극단주의 무장단체 IS에 대항하는 동맹국으로 자리잡게 했다.

요르단은 이스라엘,  이스라엘이 점령한 서안지구, 시리아, 이라크, 사우디 아라비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요충지이다.

요르단은 코로나19 사태로 경제난을 겪어왔으며 인구 1000만명인 이 나라에는 60만명 이상의 시리아 난민들이 살고 있다.

요르단은 1994년 이스라엘과 국교를 정상화했지만 최근 몇 년 동안에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의 갈등과 내전으로 양국관계가 긴장을 겪고 있다.  요르단에는 200만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요르단 시민권을 가지고 살고 있다.

요르단은  이스라엘을 전폭 지지하고 팔레스타인을 적대시하는 미국정책을 따르지 않는 나라에 원조금을 끊겠다고 협박하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지난 5년 동안 10억달러 이상의 자금지원을 받으면서 내부 갈등이 커져왔다.

압둘라 국왕은 이복동생 함자의 왕세자 타이틀을 2004년 박탈하면서 "자유롭게 속박없이 다른 관직을 맡을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당시 그 것은 왕위계승 5년차인 압둘라의 권력을 다지기 위한 행동으로 해석되었다.

지금 왕위계승자인 왕세자는 압둘라의 장남인 26세의 후세인이다.  요르단 왕가의 뿌리는 이슬람 예언자 모하메드로 연결되어있다.

압둘라 국왕은 부친 서거 후 몇 시간만에 이복동생 함자를  왕위계승자로 발표했었지만,  그것은 11명의 자녀들 가운데 함자를 가장 총애한 것으로 유명한 부친 후세인 국왕에 대한 존경심의 표현이었다.

압둘라와 함자는 그 후 오랜 세월동안 서로 어떤 경쟁이나 대결의식도 표출한 적이 없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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