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선명히 드러난 한국교회 분열상

 

‘연합예배’ 뜻 퇴색된 지 오래 
진보·보수 종교·정치 견해차
1947년 시작돼 1962년 분열
교단·연합기구 통합 못이뤄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하나님 한 분을 믿으며 같은 성경을 보고 찬송가를 부르는 한국교회. 같은 신앙고백을 하지만 늘 분열과 대립으로 하나 되지 못했다. 1년에 한 번 예수그리스도의 부활을 맞이해 드리는 부활절 연합예배의 역사에도 그간 한국교회의 ‘분열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오는 4일 서울 서초 사랑의교회에서 한국교회 67개 교단과 17개 광역시·도 기독교연합회가 참여하는 부활절연합예배를 앞둔 가운데 한국교회 부활절연합예배 분열의 역사를 돌아봤다.

부활절은 성경에 없는 절기이지만 한국교회에서는 ‘기독교의 본질’이라고도 인식될 정도로 중히 여기는 절기 중 하나다. 그러나 사실 부활절예배조차 그간 역사를 돌아보면 긴 세월 보수·진보 양 갈래로 찢어져 진행돼왔다. ‘부활절연합예배’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한국교회가 온전히 하나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교계에선 참담하다는 목소리가 매년 흘러나왔다. 

부활절을 나흘 앞둔 31일 오후 서울 성북구 번동평화교회에서 관계자가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현행 수도권에 내려진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에 따라 전좌석 20% 대면 예배가 가능해졌으며 오는 부활절에도 이를 적용한다. 반면 부활절 연합예배는 안전한 예배 환경 조성을 위해 절반 수준인 10%의 인원만 허용한다고 2021 한국교회 부활절연합예배 준비위원회가 밝혔다. (출처:연합뉴스)
부활절을 나흘 앞둔 31일 오후 서울 성북구 번동평화교회에서 관계자가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현행 수도권에 내려진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에 따라 전좌석 20% 대면 예배가 가능해졌으며 오는 부활절에도 이를 적용한다. 반면 부활절 연합예배는 안전한 예배 환경 조성을 위해 절반 수준인 10%의 인원만 허용한다고 2021 한국교회 부활절연합예배 준비위원회가 밝혔다. (출처:연합뉴스)

그러나 이 같은 한국교회의 분열은 선교 초기부터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한국교회는 영미의 ‘교파주의’를 그대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오늘날까지 ‘교파주의’ ‘개교회주의’ 사상이 뿌리 깊다. 

부활절연합예배 시작은 1947년부터다. 그해 4월 6일 한국교회는 해방과 광복의 기쁨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한다는 의미로 서울 남산공원에서 첫 부활절연합예배를 가졌다. 이후 1959년까지 같은 장소에서 미군과 합동으로 부활절예배를 진행해오다 1960년 3.15 부정선거로 사회가 혼란해지자 일시 중단됐다. 이후 1962년부터 1972년까지 진보와 보수가 분열하면서 따로 예배를 드렸다.

1973년 진보와 보수를 아우른 ‘부활절연합예배 준비위원회’가 출범하면서 부활절만큼은 진보와 보수와 함께 모여 연합예배를 드리게 됐고 이는 교회연합운동의 한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당시 최대 10만명이 모여 예배를 드리기도 했다. 1975년에는 ‘한국기독교지도자협의회’가 출범하는데 이들은 여의도광장에서 진보와 보수를 넘어 교단까지 하나로 모아 부활절연합예배를 열었다. 당시 보수성향의 지도자들이 대회장을 맡으면, 설교는 진보성향의 지도자가 맡는 식이었다.

그러나 연합예배를 드린 지 4년 만인 1977년 부활절연합예배는 두 번째 분열을 맞게 된다. 이유는 진보와 보수의 종교적·정치적 견해 차이. 진보 쪽은 성공회대성당에서 보수 쪽은 여의도광장에 모여 각각 예배를 드렸다. 당시 부활절예배는 진보는 고난을 강조하고 보수는 신앙을 강조해 그 성격이 뚜렷이 구분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런 식의 예배는 17년 동안 이어졌는데 이후 여의도광장이 공원화되면서 장소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자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장충체육관에서 예배를 드렸다.

지난 2006년부터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등 교회 연합기구가 부활절연합예배를 공동 주관했다. 부활절 준비를 위한 조직의 상설화가 가져오는 비리 등 폐단을 막기 위한 취지였다. 그런데 한기총이 금권선거와 이단 논쟁 등으로 논란이 되면서 부활절예배는 다시 분열되기 시작했다.

서울 연세대학교 노천극장에서 열린 ‘2014 한국교회 부활절 연합예배’의 모습. 내빈으로 참석한 한국교회 각 교단과 연합기구 대표 목회자들이 찬송을 부르고 있다. 왼쪽 두 번째부터 극동방송 이사장 김장환 목사, 한국구세군 박종덕 사령관, 한국교회연합 한영훈 대표회장, NCCK 김영주 총무. ⓒ천지일보DB
서울 연세대학교 노천극장에서 열린 ‘2014 한국교회 부활절 연합예배’의 모습. 내빈으로 참석한 한국교회 각 교단과 연합기구 대표 목회자들이 찬송을 부르고 있다. 왼쪽 두 번째부터 극동방송 이사장 김장환 목사, 한국구세군 박종덕 사령관, 한국교회연합 한영훈 대표회장, NCCK 김영주 총무. ⓒ천지일보DB

특히 2015년부터는 교단과 교회 연합기구 간 갈등이 심해지면서 부활절예배를 놓고 많은 잡음이 일었다. 당시 한기총이 먼저 부활절예배를 독자적으로 개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빠지게 됐고 이후 NCCK와 교단 간 갈등이 심화했다. NCCK가 부활절 준비개요를 발표하자, 주요 교단들은 합류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예배를 드리겠다고 선포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통합·백석과 기독교대한감리회, 기독교대한성결교, 기독교한국침례회, 한국기독교대한장로회 등 주요 교단들은 NCCK를 제외하고 ‘부활절연합예배 준비위원회’ 조직을 꾸렸다. 결국 연합예배란 이름이 무색하게 부활절예배는 세 군데로 나뉘어 진행됐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국내 최대 개신교단인 예장합동 총회장 소강석 목사는 올해 부활절을 기점으로 한기총 등 교회 연합기구들과 통합을 이룰 것을 시사하며 움직임에 나섰다.  지난해 11월 23일 예장합동 총회 회관에서 열린 ‘2021 한국교회 부활절연합예배’ 준비위원회 출범 예배에서 ‘공교회와 예배 중심으로 공정하고 투명하게 부활을 찬양하는’ 예배로 진행한다는 데 뜻을 모으고 부활절 예배를 한국교회총연합(한교연)과 협력해 열기로 결정했다. 부활절 연합예배 대회장인 소강석(예장합동 총회장) 목사는 한교총 공동대표기도 하다.

소 목사는 당시 준비예배에서 부활절 연합예배를 한국교회 연합의 계기로 삼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한국교회가 하나 되는 일에 밥그릇 다 내어놓고 모든 기득권 내려놓고 다시 한번 한국교회를 세우는 연합예배를 드리자”고 강조했다.

예장합동이 부활절 한국교회 통합에 총대를 멨지만, 한기총과의 통합은 걸림돌이 됐다. 이단 옹호 논란 등에 휩싸인 한기총과의 통합에 대해 내부 반발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예장합동은 이단 옹호 논란을 빚어 온 한기총을 2014년 탈퇴한 바 있다. 

더욱이 NCCK 역시 부활절 예배를 따로 드리는 가운데 사실상 올해도 ‘온전한’ 부활절 연합예배라고 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NCCK는 ‘그리스도의 부활, 새로운 희망’이라는 주제로 4일 새벽 5시 30분 신내감리교회에서 부활절새벽예배를 드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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