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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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여 전 봄날은 참으로 따뜻했다. 살을 에던 광화문 삭풍은 100만개의 촛불 앞에 힘없이 무너졌고, 드디어 정권교체를 이룬 문재인 정부는 그 해 봄날 마치 봄꽃처럼 새로운 희망을 약속했다. ‘이게 나라냐?’고 묻던 성난 민중들에게 ‘나라다운 나라’를 약속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마치 사자후처럼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할 것이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고 외쳤다. ‘적폐청산’은 그 깃발이었다.

그로부터 4년이 흘렀다. 임기 1년여를 남긴 문재인 정부는 이제 벼랑 끝에 서있다. 마치 노무현 정부의 말기를 보는 듯, 가는 곳마다 정부와 여당을 향한 핏대선 분노와 저주가 넘쳐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부동산 정책 실패는 되돌리기 어려울 만큼 대부분의 국민들에겐 절망이다. 이 와중에 정부와 청와대, 그리고 민주당 일부 인사들은 제 잇속 챙기기에 바빴다. 겉으론 평등이니 공정이니 정의니 하면서 떠들어 댔지만, 국민에겐 ‘배신감’ 그 자체다. 그들의 손에 ‘생선’이 쥐어졌다는 것이 그저 통탄스러울 뿐이다.

4.7 재보선을 이제 닷새 앞두고 있다. 여권에서 쏟아져 나오는 각종 부동산 안정대책을 보노라면 참으로 눈물겹다. 부동산 투기에 연루된 공직자들이 조사를 받거나 구속되고 있으며, 심지어 몰수나 징벌적 제재까지 구체화되고 있다. 이번만큼은 말잔치로 끝날 것 같지가 않다.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늦어도 너무 늦었지만 역대급 대책들이 입법화되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선거정치가 갖은 유의미한 성과이기 때문이다. 이와 동시에 대규모 공급대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와 민주당의 결심이 이번 4.7 재보선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내년 대통령선거나 문재인 정부의 남은 1년을 위해서라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마지막 승부수’임에는 틀림없다.

지금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근본적 대책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분노한 민심을 달랠 수 있는 다른 처방이 없기 때문이다. 젊은 층의 분노를 딴 데서 찾을 필요가 없다. 빚을 내서라도 투기를 해야만 서울에 작은 집이라도 마련할 수 있는 세상이라면 그건 사람 사는 세상이 아니다. 또 그렇게 살라고 청년들을 채근한다면 그건 이미 정부가 아니다. 며칠 남지도 않은 4.7재보선이 중요한 게 아니다. 앞으로의 1년, 그리고 앞으로의 대한민국이 더 중요하다. 그렇다면 두말할 필요도 없이 투기세력에 대한 발본색원의 강력한 의지는 반드시 현실화 돼야 한다. 그리고 그런 의지가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승부수로 각인돼야 한다. 공직기강은 그렇게 잡히는 법이다.

오는 4.7재보선 결과는 여야 정치권에 상당한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앞으로 1년여 남은 차기 대통령선거를 의식해서라도 대대적인 재편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의 정치지형 재편 문제는 여기서 논외로 하겠다. 지금 다루고자 하는 것은 4.7 재보선 직후에 대대적인 ‘국정쇄신’이 절박하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어떤 정부도 결국은 ‘대한민국 정부’이며, 우리 국민을 위한 정부임에는 틀림없다. 그렇다면 그 정부가 성공할 수 있도록 국민적 지혜를 모아야 하는 것도 당연하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부동산 투기세력의 발호와 LH 직원들의 투기 문제는 사실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오래 전부터 켜켜이 쌓인 ‘적폐 중의 적폐’라는 사실을 모르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지금까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아니 방조하거나 묵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망조가 든 LH의 사장을 발탁해 부동산 대책의 수장으로 앉혔다. 국민을 우롱해도 이럴 수는 없는 일이다. 문재인 정부마저 이런 식으로 대처했다는 사실이 국민에겐 배신감으로 와 닿는 것이다. 국민적 분노의 핵심이다.

이제 닷새 후면 4.7 재보선도 끝난다. 그 승패와 관계없이 문재인 대통령은 최후의 적폐청산 결기와 국정쇄신을 전면적으로 단행해야 한다. 공직기강은 그 연장선에 있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의 1년은 어쩌면 끔찍할 정도의 난맥상이 온 나라를 뒤덮을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문재인 정부를 견고하게 지탱해 주는 깨어있는 지지층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게다가 과반을 훌쩍 넘기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다. 만시지탄이지만 법과 제도를 정비한 상태에서 부동산 적폐세력과의 전쟁도 예고되고 있다. 다수 국민들이 힘을 실어 줄 것이다. 핵심은 문재인 정부 집권 5년 차를 책임질 새로운 인재들을 어떻게 발탁해서 어떻게 진용을 갖추느냐 하는 점이다. 이젠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을 바꾸기엔 늦었다.

굳이 바꿔야 할 정책도 그리 많지가 않다. 문제는 괜찮은 정책을 제대로 설계하지 못한 채 어설프게 집행을 하다 보니 차라리 안 하느니 못한 실책을 반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실책은 고스란히 언론을 타고 사회 곳곳으로 전파된다.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분노를 자초하는 셈이다. 이는 관료들에게 포위된 채 기본적인 정무 감각조차 의심스러운 무능한 장차관 등 고위직 인사들의 탓이 크다. 물론 청와대 참모들도 예외가 아니다. 참으로 믿고 기댈만한 ‘문재인의 사람들’이 빈곤해 보인다. 오늘날의 비극을 낳은 결정적 원인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일 년이 남아있다. 국정쇄신의 피날레를 위한 객관적인 조건도 나쁘지 않다. 역량도 살아있다. 따라서 4.7 재보선이 끝나면 설사 승리하더라도 대대적인 인적쇄신부터 서두를 필요가 있다. ‘그 사람이 그 사람’인 것 같은 자충수는 이제 그만 둬야 한다. 또 ‘우리 편’부터 챙기는 ‘파당의 인재술’은 역풍만 맞을 뿐이다. 부디 강호의 인재들을 두루 발탁해서 우리 헌정사상 최초의 ‘성공한 정부’로 만들어 내길 바라는 마음이다. ‘정권재창출’은 그렇게 연결되는 법이다. 4.7 재보선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결심할 최후의 승부수, 그 중에서도 어떤 인재술을 보여줄지 눈 크게 뜨고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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