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가 다음달 5일부터 75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고 29일 밝혔다. (제공: 중구) ⓒ천지일보 2021.3.29
서울 중구가 다음달 5일부터 75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고 29일 밝혔다. (제공: 중구) ⓒ천지일보 2021.3.29

검사·대기·격리 원청직원, 유급

하청직원, 개인연차 강요 받아

직장인 24.0% “아파도 연차 못써”

“휴가·백신휴가 수당 지급해야”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정부가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이상반응을 느끼는 사람에 대해 내일(1일)부터 ‘백신휴가’를 쓸 수 있게 한 것과 관련해 ‘의무휴가’가 아니라 ‘권고휴가’이기 때문에 실제 유급휴가를 받기는 쉽지 않고 현장에서는 ‘연차강요’로 이어질 게 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17일부터 23일까지 ‘2021년 1차 직장인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코로나19 관련 부당한 경험’ 중 ‘연차휴가 사용 강요’를 경험한 직장인은 19.5%, ‘연차휴가 사용 불허’가 10.1%로 나타났다.

‘열이 나거나 몸이 아플 때 자유롭게 연차나 병가를 사용할 수 있느냐’는 설문에 ‘그렇다’는 응답이 76.0%,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24.0%였다. 응답자 특성별로 보면 휴가를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는 응답이 정규직은 19.0%인데 비해 비정규직은 31.5%로 높게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비노조원(27.0%), 서비스직(35.8%), 5인 미만(30.3%)·5~30인 미만(31.0%), 월150만원 미만(28.2%) 노동자들이 노조원(16.7%), 사무직(17.0%), 공공기관(17.2%)·300인 이상(16.7%), 월500만원 이상(10.8%) 노동자에 비해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이는 일터의 약자인 비정규직, 중소기업, 서비스직, 저임금 노동자들은 아파도 연차나 병가를 쓰기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제공: 직장갑질) ⓒ천지일보 2021.3.31
(제공: 직장갑질) ⓒ천지일보 2021.3.31

같은 설문조사에서 ‘코로나19 발생 이후 휴업수당 미지급, 연차휴가 강요, 무급휴직 강요, 부당해고 등의 불이익에 대해 어떻게 대응했는지’에 대해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21.5%)’ ‘회사를 그만두었다(6.0%)’ 등의 소극적 대응이 27.5%에 달했다.

이에 대해 직장갑질119는 “열이 나거나 몸이 아프면 바로 퇴근해 접촉을 중단해야 하는데, 하루 일당이 사라지는 일을 하기가 쉽지 않다”며 “코로나19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더라도 개인 연차를 쓰거나 무급으로 쉬어야 하기 때문에 접촉 사실을 알리지 않게 된다”고 지적했다.

직장을 통한 코로나19 전파가 자주 발생하는 요인엔 이 같은 이유도 있다는 게 직장갑질119의 설명이다.

직장갑질119는 “코로나 검사도 연차를 쓰라고 강요하는데 백신휴가를 허용할 사용자가 얼마나 되겠느냐”며 “결국 직장인들을 백신 주사를 맞지 않거나 주사를 맞고 이상증상이 있더라도 출근을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 ‘검사휴가’를 회사 자율에 맡기거나, 백신휴가를 ‘권고’하는 방법으로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고 노동자의 건강을 지킬 수 없다”며 “정부가 코로나19 검사휴가, 백신휴가에 대해 개인에게 상병수당을 지급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장갑질119 대표인 권두섭 변호사는 “유급병가, 상병수당제도가 모두 없는 국가는 미국과 한국이 유일하다”며 “그나마 미국은 여러 주, DC에서는 도입돼 있는 곳이 많다. 감염병 위기에 맞서는 사회 안전망으로 유급병가제도와 상병수당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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