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학생 뒤늦게 합의서 제출 의문
법원 "강제성 애매하다"며 영장 기각

(함평=연합뉴스) 전남 모 고등학교 교장이 여제자를 수차례 성추행한 혐의로 입건된 가운데 피해 여학생이 뒤늦게 관련 사실을 부인하면서 진실 공방이 일고 있다.

전남 함평경찰서는 15일 학교 제자를 수차례 성추행한 혐의(아동 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교장 A(57)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A 교장은 지난 4월 중순 학교에서 약 500m 거리에 있는 자신의 관사 안방 침대에서 이 학교 3학년 B(17)양에게 성행위를 시키는 등 지난해 5월부터 약 1년간 8차례에 걸쳐 유사 성행위를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부모의 이혼으로 어렵게 자란 B양은 A 교장의 잇단 추행에 말 못할 고민을 하다 가출했고 가출인 신고 조사를 하던 경찰에 이런 사실을 털어놨다.

B양은 경찰 조사에서 "교장 선생님이 관사 안방으로 데리고 들어가 20분 동안 변태 성행위를 시켰다. 일이 끝나면 5만 원을 줬으며 이것이 싫었지만, 교장선생님 말이라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했다.

A 교장은 초콜릿을 함께 먹자는 등 갖가지 수단으로 B양을 꾀어 관사로 데리고 들어갔으며 이런 장면은 관사 폐쇄회로(CC)TV에 찍혔고 이 영상은 B양의 체육복에서 검출된 A 교장의 정액과 함께 증거 자료로 제출됐다.

그런데 B양은 A교장이 경찰 조사를 받고 난 며칠 뒤 경찰에 `(내가) A 교장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웠다'며 자신의 진술 내용을 부인하는 서한을 보내 의문을 낳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왜 진술을 번복했는지 알 수 없다. 합의서 성격의 서한이 온 것은 맞지만, B 양이 스스로 썼다기보다는 B양의 아버지가 A 교장과 합의하고 B 양에게 사인만 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사실 관계가 명확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이 기각해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법원은 "성추행을 강제로 했는지 애매하다. 합의가 됐고 A교장의 행위가 반의사불벌죄인 `업무상 위력에 의한 부녀자 강제 추행'에 해당될 수 있기 때문에 검토가 필요하다"며 지난 13일 영장을 기각했다.

경찰 관계자는 "교장의 권위에 못 이겨 추행을 당한 것이 분명하고 구체적 물증까지 있는데도 영장을 기각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 "A 교장이 다른 여학생들에게도 접근했다는 진술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 교장은 경찰 조사에서 "B 양을 관사로 데려가 침대에 앉혀 놓고 상담을 했을 뿐 성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며 범행을 부인했다.

또 그는 "체육복에 정액이 묻은 것은 자위행위를 한 뒤 팬티를 침대 속에 넣어두었는데 B양이 몰래 침대에 들어갔다가 묻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는 이날 병가를 낸 A 교장으로부터 직접 해명을 듣고자 수차례 전화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지난해 2월 이 학교에 부임한 A 교장은 이 학교 홈페이지 학교장 인사말에서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을 귀한 존재로 여기겠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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