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출처: 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출처: 연합뉴스)

‘미국산 앵무새’ ‘철면피’ 등 표현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직책 확인

전문가 “南압박, 美대북정책 영향”

통일부도 유감… “예의는 지켜야”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김여정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이 자신들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우려를 표한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미국산 앵무새’ ‘철면피’라는 표현을 사용해가며 막말을 쏟아냈다.

문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남조선집권자’라는 표현으로 분명히 했는데 임기 1년이 채 남지 않은 그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구상에도 찬물을 끼얹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文발언, 실로 뻔뻔스러움의 극치”

김 부부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언급한 문재인 대통령의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 발언을 문제 삼고 “실로 뻔뻔스러움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고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이어 그는 문 대통령의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한 발언과 작년 7월 23일 국방과학연구소를 방문해 한 발언을 대조하며 “북과 남의 같은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진행한 탄도미사일 시험을 놓고 저들이 한 것은 조선반도 평화와 대화를 위한 것이고 우리가 한 것은 남녘 동포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대화 분위기에 어려움을 주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니 그 철면피함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비논리적이고 후안무치한 행태는 우리의 자위권을 유엔 ‘결의’ 위반이니, 국제사회에 대한 ‘위협’이니 하고 걸고드는 미국의 강도적인 주장을 덜함도 더함도 없이 신통하게 빼닮은 꼴”이라며 “자가당착이라고 해야 할까, 자승자박이라고 해야 할까”라고 날을 세웠다. 

문 대통령을 향한 비난이 도를 넘은 셈인데,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우리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에도 한결 같은 반응이라 힘이 빠지는 모습이다. 

한편 이번 담화에서 그간 궁금증을 자아냈던 김여정 부부장의 직위가 당 중앙위 선전선동부 소속 부부장이라는 것이 처음으로 공식 확인됐다.

선전선동부는 당의 영도적 역할 수행을 위한 사상 생활 지도를 담당하는 당내 전문부서다. 최근까지 통일부는 김 부부장이 지난 2018년 2월 당 선전선동부 1부부장, 2019년 12월 당 중앙위원회 1부부장을 맡은 것으로 판단해 왔다.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대화하는 모습. (출처: 연합뉴스)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대화하는 모습. (출처: 연합뉴스)

◆김여정 ‘말폭탄’ 의도는

김 부부장의 문 대통령을 향한 ‘말폭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 막바지 검토 단계에 있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과 맞물려 북한이 지난 16일 담화에 이어 본격적인 대남 공세에 나선 분위기라 그 의도에 관심이 쏠린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이날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김여정 부부장의 메시지가 문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남북 간 대화나 교류가 없다는 건지, 도발 명분을 쌓는 건지 알 순 없다”면서 “일단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마무리 수순에 있는 만큼, 남측을 압박해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하려는 것 같다. 당분간 돌파구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인데, 문 대통령의 대북 구상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도 김 부부장의 담화에 대해 즉각 유감을 뜻을 표명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어떤 순간에도 서로를 향한 언행에 있어 최소한의 예법은 지켜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남북미 모두가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을 위한 유일하고 올바른 길이라는 것이 우리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면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돼선 안 된다는 것과 한반도 비핵화, 남북관계 발전에 노력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은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당국자는 “일부 표현 등이 최소한의 예의와 상대방을 존중하는 부분에서 어긋난 점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유감’이라며 “북한도 대화 의지를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대유행 선포 1주년을 맞은 11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첫 황금시간대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7월 4일까지 거의 정상 수준으로 나라를 회복할 것이며 그를 위해 5월 1일까지 모든 미국 성인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대유행 선포 1주년을 맞은 11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첫 황금시간대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7월 4일까지 거의 정상 수준으로 나라를 회복할 것이며 그를 위해 5월 1일까지 모든 미국 성인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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