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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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아동학대 살인 사건이 매스컴에 자주 오르내린다. 보건복지부의 통계에 따르면 2019년 학대로 숨진 아동이 42명으로 최근 5년 사이 두 배로 급증했다. 아무 죄 없는 천사 같은 아이들이 채 꽃을 피워보기도 전에 타인도 아닌 자기를 세상에 데려온 부모에게 버림을 받고 죽임까지 당했다. 보호자란 호칭을 붙이기 무색하게 가해자도 부족해 살인자가 된 부모를 어찌 이해해야 할지 난감하다. 자식을 키워 본 부모라면 절대로 용서가 되지 않는 극악무도한 범죄다.

과거에도 아동학대는 있었지만, 요즘처럼 끔찍한 방법으로 아동을 살해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보호하고 아낌없는 사랑을 줘도 부족할 보금자리에서 학대도 부족해 살인까지 저지르는 범죄는 부모가 될 마음의 준비도, 아이 키울 경제적 여력도 없이 갑자기 부모가 된 사람이 많아진 탓이다.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어깨에 주어지는 양육책임의 무게는 갑자기 부모가 된 사람들로서는 감당하기 힘들다. 게다가 10대, 20대 한창 놀아야 할 나이에 부모가 된 경우는 책임감이 더욱 큰 압박감으로 다가오고, 아이 때문에 자신의 자유를 억압당한다는 피해의식이 아동학대와 살인으로까지 이어진다.

최근에 아동학대 살인을 저지르는 10~20대 부모는 교권이 무너진 학생인권조례 이후 세대다. 학교에서 오로지 자신의 인권이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라서 이타심이 거의 없다. 성적 지상주의와 학생인권조례가 학교 붕괴를 가져와 괴물을 양산해 내고 있다. 이들은 커서 나쁜 부모로 변한 게 아니라 학교 다닐 때 나쁜 행실을 습관적으로 하던 나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나쁜 부모가 된 경우다. 잘못된 인성을 학교에서 교정받을 기회마저 사라진 아이들이 인생마저 패배자로 살게 되면서 자신의 실패와 자격지심을 힘없는 아이들에게 화풀이하다 별 죄의식 없이 살인까지 한다.

훈육을 벗어난 아동학대를 ‘사랑의 매’라고 항변하는 부모가 많지만, 이 세상에 ‘사랑의 매’는 존재하지 않는다. 부모의 힘과 지위를 이용해 아이들에게 자신의 현재 감정을 분풀이하는 수단에 불과하다. 부모에게 체벌을 받고 자란 아이는 보고 배운 게 도둑질이라 똑같이 체벌하는 부모가 된다. 조카를 물고문해 숨지게 한 이모가 ‘상습성폭행범이며 아내를 살인한 아버지를 강력히 처벌해달라’며 청원을 올렸는데, 이모가 그 아버지의 딸이란 사실이 모든 걸 말해준다.

필자도 어린 나이에 준비 없이 부모가 돼 아이들을 체벌하는 잘못을 했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라는 속담을 믿고 어릴 때 아이를 체벌로 엄하게 키워야 올바로 성장한다는 잘못된 생각을 했던 탓이다. 아이가 성인이 된 후 어리석었던 부모의 행동에 대해 진심으로 용서를 빌었다. 아이는 절대로 체벌로, 사랑의 매로 키워야 할 대상이 아니다. 오로지 사랑으로만 키워야 한다. 폭력의 합리화에 불과한 사랑의 매란 용어 자체가 이 세상에서 사라져야 한다. 매로 키운 아이보다 사랑과 칭찬으로 키운 아이가 세상을 훨씬 밝고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아름다운 마음을 갖고 살아간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학교에서 수박 겉핥기식 성교육이 아닌 성은 양육의 책임이 반드시 따르고 그 양육이 얼마나 힘든지를 가르쳐야 한다. 시간마다 울고 보채는 아기 인형에게 우유를 먹이는 행위를 하지 않으면 울음이 그치지 않는 미국 학교의 실습은 아주 좋은 방식이다. 단순히 성은 충동적으로 즐기기만 해서는 안 되는 것이고 잘못 즐기며 발생하는 엄청난 문제와 부작용을 제대로 느끼게 해야 한다. 단순한 이론적 교육이 아닌 실질적으로 느낄 수 있는 실습을 병행한 교육이 학교에서 이뤄져야 그나마 자격을 갖춘 부모가 된다.

이젠 사회가 부모의 자격에 대해 좀 더 깊이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아동학대는 가정에서 부모의 역할을 제대로 배울 여건이 안 되고 학교나 사회에서도 배울 기회가 없어 생기는 문제다. 국·영·수보다 더 중요하게 가르쳐야 할 과목이 부부, 부모의 역할 교육이다. 혼인신고 시 일정 시간 부모의 역할과 자녀 양육 방법을 온라인으로 이수토록 하는 제도의 도입도 필요하다.

아동학대나 아동학대 살인은 일반 형사사건보다 더 강력하고 엄하게 처벌하는 법도 만들어져야 한다. 저항할 힘조차 없는 아이들을 장기간 학대하다 살인에 이르게 하는 범죄는 가장 악랄한 범죄다. 아이를 부모의 소유물이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 바라보고 존중하려는 마음이 부모가 되는 첫째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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