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 이금자 회장 인터뷰

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 이금자 회장 인터뷰

[천지일보=이길상 기자] 지금 우리 사회에서 남녀를 차별하는 곳은 찾아보기가 힘들어졌다. 그것은 사회구조와 국민들의 의식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40~50년 전만 해도 남녀가 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것은 꿈같은 이야기였다.

남녀평등이 꿈만 같았던 1960년대 여성단체에 가입해 가정만 지키는 여성이 아닌, 국가와 민족, 여성의 권익을 생각한 한 여성이 있었다. 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 이금자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는 경기도 31개 시‧군에 지부를 두고 있으며 50여만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 명실상부한 경기도 최대의 여성단체이다. 이 회장은 이 단체를 8년째 이끌고 있다.

칠순의 나이지만 그에게서 노인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젊음’과 ‘열정’ 그리고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었다.

▲ 이금자 회장
◆“국가를 먼저 생각해야”
이금자 회장의 아버지는 선박회사의 전무로 근무하면서 큰 배를 3~4척이나 소유할 정도로 부자였다. 그런 아버지가 6.25 때 인민군에게 엄청난 매를 맞고 그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나자 이 회장은 투철한 국가관을 갖게 됐다고 한다.

이 회장은 “내가 힘들어도 먼저 국가를 생각해야 한다. 이것이 나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국가가 없는 나와 우리는 생각할 수 없으며 애국애족 정신이 없는 국민은 필요 없는 사람이라는 게 그의 확고한 철학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국가에 불이익이 되는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외국에 나가 있는 사람은 국가가 발전하면 어깨를 펴고 다닌다. 하지만 국가가 어려우면 고개를 떨구고 다닌다. 나는 여성이지만 애국애족 정신을 가지고 국가를 먼저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르침 믿고 행함 중요”
이 회장은 가정의 생계를 위해 1971년부터 목장을 시작했다. 수원에서 이천 목장을 오갔으니 무척이나 힘든 과정이었지만 그는 가정을 돌보는 일에 소홀할 수 없었다.

이 회장은 여성단체에서 봉사를 할 수 없는 대신 경제적인 지원을 꾸준히 했다. 절에 다니거나 법문을 들을 시간도 그에게는 부족했다. 하지만 차안에서 법문을 듣고, 생활 가운데서 부처의 가르침을 실천하려고 부단한 노력을 했다.

이 회장은 1시간 반이나 걸려 대둔산에 있는 절에 올라간 적이 있었는데, 절에 올라가보니 많은 사람들이 부처님께 도와달라며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무량수전(無量壽殿)에 도착해 이 회장을 보고 웃고 있는 부처님을 보면서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고 한다. 모든 보살들이 저렇게 ‘원(願)’만 하고 있는데 부처님이 어떻게 저 소원들을 다 들어줄까라는 것이었다.

이 회장은 그때 스스로 깨우친 것이 있다고 한다. 부처님께 비는 것보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고 그것을 실행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100세 가까운 고승으로부터 ‘관세음보살’이란 소리를 들었다는 이 회장은 “저한테 그런 말씀하지 마세요.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불자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운 사람”이라고 대답했지만 지금도 그때 그 스님의 말에 어긋나지 않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절이나 교회 등 종교시설이 대형화되는 것은 부처님과 예수님의 뜻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는 “절이나 교회가 너무 커지면 종교지도자와 신도 간의 소통이 어려워진다. 부처님과 예수님은 검소하게 사셨다. 종교지도자는 검약하는 본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형식에 얽매이는 신앙을 경계했다.

▲ 2011년 5월 19일 제23회 경기도 주부의날 기념식에서 이금자 회장(오른쪽)이 우수지부에게 시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

◆‘여성의 전당’ 건립 추진
이 회장은 경기도 ‘여성의 전당’ 건립을 추진 중이며 ‘경기도 여성 벽돌 한 장 쌓기 운동’도 선포했다. 이제 여성들이 당당한 목소리를 낼 때가 왔다는 것이 이 회장의 판단이다. 그러나 여성들이 여성단체가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고 그는 안타까워했다. 시간 제약으로 여성단체 활동이 어렵다면 회비나 기금을 내고 관심을 가져주기를 그는 당부했다.

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는 지난해 북한의 연평도 도발사건에 대해 경기도 31개 시‧군 지부 회원들 1200여 명이 모여 ‘북한도발규탄대회’를 개최했다. 여성단체의 위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대회였다는 각계각층의 평가가 있었다고 한다. 이제 여성의 목소리를 내야겠다는 게 이 회장의 계획이다. 이제는 할 말은 하는 여성 단체가 되겠다는 뜻이다.

이 회장은 어머니가 중심을 잡고 가정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돈 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마음가짐이라는 이 회장은 낮은 곳에서 행복을 찾으며 콩 하나라도 나누고 사는 것이 부처님과 예수님의 가르침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개인과 가정만 생각한다면 아무 걱정도 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는 거기서 안주하지 않는다. 그는 국가가 잘 되기를 바라는 애국투사다. 이 회장은 국가의 희망찬 미래를 건설하는 데 있어 여성들이 책임과 의무를 다하며 주도적인 역할을 하길 원하고 있다.

▲ 이금자 회장(오른쪽)이 (사)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 천안함 사고성금을 경기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하고 있다. (사진제공: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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