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조선구마사’ 포스터 (출처: 연합뉴스)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 포스터 (출처: 연합뉴스)

‘조선구마사’ 2회 만에 폐지

중국풍 설정으로 논란 휩싸여

“중국에 또 하나의 빌미 제공

왜곡된 역사 방영 금지해야”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역사왜곡’ 논란이 좀처럼 끊이질 않고 있다. 중국이 우리의 한복 등을 자국의 문화라고 주장하는 가운데 최근 방송 2회 만에 폐지된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 속 역사왜곡을 놓고 대중들의 뭇매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고려 최영 장군의 후손들은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했고, 드라마 속 ‘문화 동북공정’에 대한 대책 마련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최영 장군 후손, 제작진에 사과 요구

논란이 있는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는 한국형 엑소시즘 판타지 사극이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태종 이방원과 그의 아들인 양녕대군, 충녕대군(세종대왕) 등 실존했던 인물을 주인공으로 했다. 드라마를 보면 악령으로 환각을 보게 된 태종은 백성을 학살하는 살인귀로 묘사됐다. 또 충녕대군은 명나라 국경 근방의 기생집에서 외국인 사제와 통역사에게 중국 전통음식인 월병과 피단(달걀이나 오리알을 삭힌 음식), 중국식 만두 등을 대접한다. 세트장, 의상, 배경음악도 중국풍으로 표현됐다. 해당 드라마는 첫 방송부터 역사왜곡 논란이 이어졌고, 방송 2회 만에 폐지됐다.

이런 가운데 최영 장군 후손인 동주(철원)최씨 대종회는 29일 입장문을 통해 ‘조선구마사’ 제작진 측에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했다. 23일 ‘조선구마사’ 2회분을 방영하면서 최영 장군을 폄훼·모독하는 대사를 사용해 후손들과 국민들에게 커다란 상처를 줬다는 것이다.

대종회가 꼽은 문제의 장면은 극중 최영장군을 두고 업적을 왜곡하는 내용이었다. 대종회는 “고려말 충신인 최영 장군께서는 120회의 왜구 토벌과 남해와 서해를 통해 침략하는 왜구를 섬멸하기 위해 우리역사 최초로 바다에서 싸우는 군대를 만드셨던 무관이셨다”라고 말했다.

또 조선시대 세종대왕이 만든 ‘고려사’에도 전쟁에 굶주린 백성들을 위해 직접 ‘시여장(施與場)’을 개설하고 관청의 쌀을 내여 백성들을 위해 죽을 만들어 제공했고, 백성들에게 양식과 종자를 지급해 농사를 짓고 상인들의 매점매석을 금지시켜 백성들의 삶을 보살핀 인물로 기록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판타지 각본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고려 말 애국 충신이신 최영 장군을 그렇게(드라마처럼) 묘사하는데 대해 통탄을 금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tvN 드라마 ‘철인왕후’ 스틸컷 (출처: 해당 홈페이지)
tvN 드라마 ‘철인왕후’ 스틸컷 (출처: 해당 홈페이지)

◆문화 동북공정 위협

사실 역사왜곡은 시대극이 반영될 때마다 자주 등장했다. 하지만 이번 ‘조선구마사’ 논란은 유난히 대중들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 이유는 최근 중국이 한국의 김치와 한복 등을 자신의 문화라고 주장하는 이른바 ‘동북공정’ 사태가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23일 ‘조선구마사’의 방영 중지를 촉구하는 국민청원은 올라온 지 하루만에 10만 명 이상이 동의했다.

앞서 해당 작가의 전작 tvN 주말드라마 ‘철인왕후’에서도 역사왜곡 논란이 있었다. 이 드라마는 중국 웹드라마 ‘태자비승식기’ 판권을 구매해 ‘현대 남성 영혼이 조선시대의 중전의 몸에 들어간다’는 설정을 그대로 담아냈다. 특히 드라마가 전개될 당시 ‘조선왕조실록’ ‘종묘제례악’ 등을 회화했다거나 신정왕후 조씨를 비롯해 실존 인물을 부정적으로 담아냈다는 지적도 있었다.

사극이 아닌 일반 드라마 곳곳에서도 중국 기업의 간접광고(PPL)가 노골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tvN 드라마 ‘빈센조’에서는 중국산 비빔밥이 등장했고, 지난 2월 종영한 드라마 ‘여신강림’에서 주인공 문가영, 차은우가 중국산 인스턴트 훠궈를 먹다가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tvN 드라마 ‘빈센조’. (출처: 해당 영상 캡처) ⓒ천지일보 2021.3.30
tvN 드라마 ‘빈센조’. (출처: 해당 영상 캡처) ⓒ천지일보 2021.3.30

◆한국 드라마의 세계화 

이런 가운데 우리 스스로 역사 인식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자신의 SNS를 통해 “이미 중국 네티즌들은 웨이보를 통해 ‘당시 한국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며 드라마 장면을 옹호하기 시작했다”며 “중국이 한복, 김치, 판소리 등을 자신의 문화라고 주장하는 ‘新 동북공정’을 펼치고 있는 와중에 또 하나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 드라마는 글로벌화가 되어 많은 세계인이 시청하고 있다”며 “우리의 훌륭한 문화와 역사를 알리기도 시간이 모자란데, 왜곡된 역사를 해외 시청자들에게 보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문화와 역사는 우리 스스로가 지켜나가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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