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남북공동선언 11주년을 맞으며 관련 행사가 여러 곳에서 열리고 있다. 여전히 진보 측에서는 “다시 6.15로 돌아가자”는 목소리를, 보수 측은 “6.15 공동선언 전면 폐기”를 외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15일을 맞아 임진각에서 좌파와 우파 단체가 동시에 ‘강행’과 ‘폐기’를 촉구하는 집회를 각각 열기로 해 충돌이 우려되고 있다. 이날 보수단체는 대북 전단 살포를 하겠다며 강행의지를 보이고 있는 반면 6.15 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등 진보단체는 평화통일민족대회를 열고 이명박 정부의 ‘5.24 조치’를 규탄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통일부는 13일 6.15 공동선언 11주년 기념행사 개최를 위한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의 개성 방북을 불허했다고 밝혔다. 통일부 관계자는 “천안함 폭침에 따른 5.24 조치(대북 제재조치) 이행 등을 고려해 현 시점에서 대규모 남북 공동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그 이유를 전했다.

이처럼 6.15 공동선언을 둘러싸고 남남갈등이 분출되고 있는 양상이다. 그러나 보수단체라도 공동선언 자체가 갖는 함의는 인정해야 할 것이다. 의도야 어쨌든 분단 이후 대결과 반목으로 점철됐던 남과 북의 정상이 한자리에 만나 합의하고 서명했다는 점만으로도 상당한 상징성을 갖기 때문이다. 특히 6.15 공동선언이 남북 평화·교류 협력의 물꼬를 트면서 남북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마련했다는 평가는 적절하다.

문제는 6.15 공동선언이 상징적인 의미에서 그쳤다는 점이다. 6.15 공동선언을 등에 업은 진보 정권의 ‘묻지마식 퍼주기’ 정책이나, 이를 비난하며 나온 보수 정권의 강경 일변도도 남북관계의 궁극적인 해법이 되지는 못했다.

6.15 이후 남북이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고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순간적인 이벤트가 되고 말았다. 이는 진보·보수 진영 모두의 과오다. 각자의 선동구호에 빠져 싸움을 일삼는 동안 6.15 공동선언의 정신은 현실성 없는 ‘반쪽짜리’에 그치고 만 것이다.

6.15 공동선언이 유명무실하게 된 지금 북한은 대중 의존도를 점차 늘려가고 있다. 시점이 이런 만큼 진보·보수의 연합된 힘이 필요하다. 곧 상호 체제를 존중하는 기반 위에서 민족의 화해와 단합을 추구하는 ‘6.15 공동선언’의 기본 정신을 이행하면서 그 실현 방안에 있어서 정경분리의 투트랙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학계와 정부의 능동적인 참여가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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