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술 정치컨설팅 그룹 인뱅크코리아 대표

지금 이 나라에는 풀어야 할 민생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MB정권의 성장정책 때문에 대기업들만 살맛나는 세상이 된 지 오래고 한나라당은 당권 투쟁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민생 민생 말로는 떠들고 있지만 그 어느 누구 하나도 민생만을 위해 온몸을 내던지지도 확실한 대안을 내놓지도 못하는 듯하다.

민주당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아무 대안도 없이 학생들을 선동해 지지율을 올리겠다는 얄팍한 생각을 했다면 당장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반값 등록금 하나가 대한민국 민생문제의 전부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그것이 당장의 지지율의 배를 불릴 수도 있지만 더 크게 보면 국가와 국민을 위해 포퓰리즘도 아닌 표퓰리즘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을 대안 정당을 만들겠다던 손학규 대표는 자신이 정리한 반값 등록금에 대한 생각을 지난 6일 촛불집회에 나가 지지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단 하루 만에 확 바꿨다. 국가 정책이 무슨 고무줄도 아닌데 “아니면 말고”식의 대안은 국민을 위해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지금 반값 등록금을 위해 정부나 여당, 그리고 야당이 해야 할 일은 등록금 절감 대책이나 지원할 수 있는 대안을 만들어 내는 일이다. 그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지도 않고 표를 의식해 대학생들이 이러니까 우리는 이런 정책을 내놓는다는 방식은 곤란하다. 물론 당권 투쟁에만 관심 있어 보이는 한나라당 보다야 그나마 촛불 현장에 뛰어든 민주당이 학생들에게 있어서는 구세주 같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국가정책을 그렇게 만들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필자도 ‘반값 등록금’에 대해 찬성론자 중 한 사람이다. 학교를 다니며 학비가 없어 대출을 받은 적도 있고 이자 독촉에 시달린 적도 있다. 어디 그뿐이랴! 장학금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의 도움을 받을 형편조차 못돼 휴학마저 피할 수 없었던 기억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의 대학생들이 무조건적 반값 등록금을 이유로 집회를 선동하는 것은 찬성할 수 없다. 왜냐하면 반값 등록금의 재원 그 자체가 국민들이 낸 소중한 세금이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의 시위조직력으로 계속 집회를 한다면 국민의 세금을 우리에게 달라고 ‘땡깡’부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

지금 반값 등록금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부실대학에 대한 문제다. 그 대학들에 대한 구조조정 없이 무조건적 반값 등록금 지원은 대학제도를 의무교육으로 승화시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이 때문에 대학진학을 포기하거나 미뤄왔던 사람들까지 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니 지금의 예상되는 추가예산 6조는 턱없이 부족할 수도 있다. 또한 대학의 자구적 등록금 절감방안 없이 대학이 제시한 등록금을 무조건적으로 인정해 주는 것도 문제다. 대학교수들의 연봉이 16%나 인상되었으며 사립대학의 수시 전형료 수입이 평균 26억 5000만 원에 달한다는 기사를 보면 말이다. 정부 지원에 앞서 대학들이 자신들의 학생들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자구적 노력이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경제적으로 부유한 층까지 확대 적용하는 것은 곤란하다. 반값 등록금 제도가 서민을 위한 제도라면 말이다. 필자의 사견으로는 부유한 상위 20%층은 등록금을 가지고 고민조차 안하고 사는 부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고지서상의 절반을 지원해주는 것은 서민정책에 반한다. 뿐만 아니라 반값 등록금 지원 대상자라 할지라도 공부를 게을리 하는 학생까지 국민의 소중한 혈세를 줄 수는 없다. 성적 하위 10%는 솔직히 출석만 잘하고 리포트 작성에 성의만 보여도 그렇게 떨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나 국민이 공부하지 않는 최하위권 학생들까지 보장해 주는 것은 선심성 예산 낭비의 전형이 된다.

대기업 근로자의 자녀 또한 문제다. 현재 많은 대기업에서는 근로자의 자녀가 대학에 입학할 경우 졸업까지 등록금 전액을 지원해주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세금으로 중복지원을 한다면 결국 대기업에게 또 다른 특혜를 주는 꼴이 된다.

국민의 소중한 세금은 반값 등록금 말고도 그 쓰임새가 많다. 포퓰리즘에 빠져 표퓰리즘을 의식하지 않는다면 그 많은 세금을 그렇게 쓰자고 쉽게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성적 최하위권 학생들에게 줄 세금을 가지고 장학금제도 확대, 취업후학자금상환제(ICL) 개선에 충당하면 어떨까 싶다.

다행히 청와대와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곧 만날 듯하다. 대학생들에게 있어서 정말 반가운 소식일 것이다. 무조건적 반값 등록금은 아닐지라도 등록금 때문에 공부에 전념하지 못했던 학생들에게 정말 필요한 예산이 배정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하지만 반값 등록금을 볼모로 하여 정치적 포퓰리즘이나 선동정치를 위한 목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이제 학생들은 학교로 돌아가 학생의 본분인 학문에 열중해 주기 바란다. 학생이 있어야 할 곳은 학교지 광화문 광장이 아니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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