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유자효(1947 ~ )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전철 안이 조용해졌다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입맞춤이 사라졌다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표정들이 사라졌다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예쁜 눈만 남았다
비로소 공평해졌다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시평]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돌아다니는 풍경이 이제는 그렇게 낯설지 않다. 코로나19가 우리의 삶 전체를 위협한 지 벌써 일 년 이상이 지났으니, 어쩌면 마스크가 우리 일상의 당연한 생필품이 됐는지도 모른다. 마스크를 쓴 전철 안이나 거리의 풍경, 이제는 그리 낯설지만은 않아, 그 낯설지 않음이 실은 우리를 불안하게 만든다.

그래서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전철 안이 조용해졌다고, 시인은 불안해한다.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입맞춤이 사라졌다고, 시인은 아쉬워한다.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표정들이 사라졌다고, 시인은 안쓰러워한다.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예쁜 눈만 남았다고, 시인은 어리둥절해 한다. 그래서 세상의 사람들 모두 비로소 공평해졌다고, 시인은 자조(自嘲) 아닌 자조를 한다.

세상을 하나로 묶어버리려는, 그래서 다양한 삶을 없애려고 위협하는 코로나19. 참으로 인류의 대참사를 예고하는 징후가 아닌가 모두 걱정을 한다. 계절이 바뀌어 죽은 듯 얼어 있던 땅도 이제는 녹고, 참으로 예쁘고 귀여운 새싹들이 돋아 오르는데, 보이지 않는 곳에 웅크린 듯, 전 방위 어디에서고 우리를 공격하는 바이러스.

마스크를 벗고, 전철 안이 다시 활기를 띠고, 사랑하는 사람끼리 입맞춤을 하고, 다양한 표정을 짓는 삶이 다시 살아나고, 서로 각기 다른 개성으로 그 개성을 구가하며 살아갈 수 있는 새봄이기를 우리 모두 기원한다. 그러함이 결국 우리 삶의 진정한 모습임을 우리 스스로 확인하는 봄이기를 바란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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