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위원

not caption

지난 3월 18일 양일간 알래스카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회담의 파장이 연일 중국 전역을 온라인에서 뜨겁게 달구고 있다. 열기가 꺼질 기세가 아직 보이지 않는다. 관영 CCTV는 회담과 관련된 특집보도도 내보고 있다. 미국과 서구를 비판하는 내용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1901년 신축년에 의화단의 난으로 청나라와 미국 등 서구 열강과 맺은 대표적 불평등 조약인 ‘신축조약’과 60갑자 두 번 지난 금번 미국과 회담을 비교하는 사진을 나란히 게재했다. 당시의 신축년(辛丑年) 회담이 굴욕이었다면, 이번 신축년 회담에 역사성까지 투여해 미국 면전에서 당당히 꾸짖는 중국이 됐음을 알린다. 인민을 고취시켜 애국주의를 불러일으키기에 부족함이 없는 것이다. 외교부 대변인도 120년 전의 중국이 아님을 강조하고 미국의 무례함을 지적했다.

공산당의 선전선동 작업은 일정부분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근거로서 기업과 유명연예인 등이 나서서 온라인에 애국적 구매운동을 펼치고, 면화의 주생산지인 위구르 자치구에서 수입해가는 서구 의류회사와 관련된 제품 불매까지 하고 있다. 아울러 티셔츠, 우산, 바지, 가방, 휴대전화 케이스, 라이터, 맥주, 머그컵에 양제츠와 왕이가 한 발언을 상징화 시켜 부착해, 그것을 모토로 반미 운동의 물결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을 중심으로 번지는 반서구 물결의 상징어를 직역하면 “중국인은 이런 세트 음식을 먹지 않는다”, 의역하면 미국이 마련한 회담장에서 미국이 준비해 이렇게 회담을 시작하는데 시작부터 미국 맘대로 발언하고 중국을 대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중국인은 미국 잔꾀와 수법에 넘어가지 않는다”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밖에 “중국 내정에 간섭하지 마라. 미국은 중국을 깔보면서 같은 자리에서 중국과 대화할 자격이 없다” 등등이다.

중국 공산당의 방기 하에 온라인을 중심으로 들불과 같이 퍼져가는 반미 반서구 물결들은 개혁 개방 이후 풍족한 생활을 하고 있는 20∼40대가 주축이 돼 전개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중국이 모든 면에서 좋아지고 있는데, 항상 미국이 중국의 앞길에서 가로막고 큰형님 노릇만 하려고 하고, 나아가 트럼프 정부 시절에는 무역을 통한 각종 압박들이 그들의 눈에는 곱게 자리 잡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일종의 미국 콤플렉스가 늘 있었다. 세계 어느 나라도 미국 앞에서 아무 말 못하는데 이번에는 공개적으로 20분간 중국이 미국을 타이르고 훈계하는 장면을 화면에서 생생하게 보니 이전과 달라보일수밖에 없던 것이다.

선전전에 능한 공산당은 차제에 애국주의와 배타적 민족주의 운동으로 승화 시켜 인민들을 한곳으로 집중시켜 나갈 호기를 잡은 것이다. 한국의 노재팬을 훨씬 뛰어넘는 노아메리카 분위기를 살려, 인민을 단결시키고 애국을 고취시켜 과거 서구에 무릎 꿇었던 중국이 아님을 내외에 과시하고 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