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심의위, 14명 중 8명 과반수 찬성으로 수사중단 권고
반면 기소 여부는 7명씩 동률로 권고 의견 결정 못 해
지난해 불법 승계 의혹 때도 수사심의위는 이 부회장 편
당시 수사팀, 불기소 권고에도 기소… 기소 확률 높을 듯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향정신성 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 불법 투약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가 논의 결과 수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제동이 걸린 검찰의 판단이 주목된다.
27일 검찰에 따르면 전날 수사심의위는 이 부회장의 프로포폴 투약 의혹 수사·기소의 적절성을 심의해 수사 중단을 권고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투표 위원 14명 중 8명은 수사 중단 의견을, 6명은 수사 계속 의견을 내 과반수가 수사 중단에 투표했다.
회의 참석 인원은 15명이었으나, 한명이 고 이건희 회장과 홍라희 여사 등과 지인이라는 점에서 기피하게 되면서 14명이 투표하게 됐다.
수사심의위는 이 부회장 기소 여부도 투표했으나, 정확히 7명씩 동률의 결과가 나오면서 기소 여부는 결론을 내지 못했다.
앞서 이 부회장 측은 지난 3일 서울중앙지검에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했다. 수사심의위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의 검찰수사 절차 및 결과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기소나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을 심의한다.
이 부회장 측은 의료 시술 과정에서 합법적 처치 외에 불법 투약이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부회장이 최근 충수염 수술을 받는 등 수사를 버틸 정상적인 몸 상태가 아니라는 점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검찰 수사팀은 이 부회장에게 프로포폴을 투약했다고 지목된 성형외과 원장이 이와 연관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점 등을 거론하며 이 부회장의 불법 투여를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결과에 대해 이 부회장 측은 “수사와 공소제기 안건에 모두 부결한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수사심의위 지침에 따라 과반 찬성으로 의결하게 돼 있는데, 공소제기 여부는 7인만 찬성한 만큼 과반수가 아니어서 공소제기 안건도 부결”이라는 것이다.
수사심의위 운영지침 15조 2항은 ‘의견이 일치되지 않는 경우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한다. 즉 의결되지 않았으므로 부결이라는 주장이다.
남은 건 검찰의 판단이다. 일단 검찰은 “지금까지의 수사 결과와 수사심의위 심의 의견을 종합해 최종 처분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수사심의위가 수사 중단을 권고한 만큼 검찰은 수사동력을 어느 정도 상실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해 6월 26일 삼성 불법 승계·합병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심의위 판단을 받았는데, 당시에도 수사심의위는 이 부회장 손을 들어줬다. 이 때문에 당시 수사팀은 한 동안 심사숙고하며 처분 여부를 고심하고 또 고심했다.
이 부회장의 현재 몸 상태 등 소환 조사 등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에서도 수사 자체가 계속 유지될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다만 기소 확률은 높아 보인다. 불법 승계 의혹 수사팀도 수사심의위의 불기소 권고에도 기소를 강행했다.
이번 프로포폴 의혹도 이 부회장 측은 공소제기가 부결됐다고 강조하지만, 7명의 기소 반대만큼 7명의 기소 찬성도 있었단 점에서 수사팀은 기소엔 문제가 없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 부회장에 대해 최근 추가로 프로포폴 투약 의혹이 제기된 것도 변수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최근 이 부회장을 입건하고 프로포폴 투약 혐의를 수사 중이다.
MBC의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서울의 성형외과를 수사하던 중 폐쇄회로(CC)TV에서 이 부회장의 모습을 발견했다. 이에 경찰은 지난달 25일 이 부회장이 수감 중인 서울구치소로 찾아가 모발을 채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