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향정신성 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 상습투약 의혹을 받는 가운데 기소 여부를 판단할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가 소집된다. 사진은 이 부회장과 프로포폴 모습.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DB) ⓒ천지일보 2021.3.1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향정신성 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 상습투약 의혹을 받는 가운데 기소 여부를 판단할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가 소집된다. 사진은 이 부회장과 프로포폴 모습.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DB) ⓒ천지일보 2021.3.14

수사심의위, 14명 중 8명 과반수 찬성으로 수사중단 권고

반면 기소 여부는 7명씩 동률로 권고 의견 결정 못 해

지난해 불법 승계 의혹 때도 수사심의위는 이 부회장 편

당시 수사팀, 불기소 권고에도 기소… 기소 확률 높을 듯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향정신성 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 불법 투약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가 논의 결과 수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제동이 걸린 검찰의 판단이 주목된다.

27일 검찰에 따르면 전날 수사심의위는 이 부회장의 프로포폴 투약 의혹 수사·기소의 적절성을 심의해 수사 중단을 권고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투표 위원 14명 중 8명은 수사 중단 의견을, 6명은 수사 계속 의견을 내 과반수가 수사 중단에 투표했다.

회의 참석 인원은 15명이었으나, 한명이 고 이건희 회장과 홍라희 여사 등과 지인이라는 점에서 기피하게 되면서 14명이 투표하게 됐다.

수사심의위는 이 부회장 기소 여부도 투표했으나, 정확히 7명씩 동률의 결과가 나오면서 기소 여부는 결론을 내지 못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국정농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법원은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며 법정 구속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과 삼성 측의 진정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이 사건에서 양형 조건을 충족하기 어렵다고 결론냈다”며 “이런 모든 사정을 감안하면 피고인 이재용에 실형 선고와 법정 구속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천지일보 2021.1.1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국정농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법원은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며 법정 구속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과 삼성 측의 진정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이 사건에서 양형 조건을 충족하기 어렵다고 결론냈다”며 “이런 모든 사정을 감안하면 피고인 이재용에 실형 선고와 법정 구속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천지일보 2021.1.18

앞서 이 부회장 측은 지난 3일 서울중앙지검에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했다. 수사심의위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의 검찰수사 절차 및 결과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기소나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을 심의한다.

이 부회장 측은 의료 시술 과정에서 합법적 처치 외에 불법 투약이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부회장이 최근 충수염 수술을 받는 등 수사를 버틸 정상적인 몸 상태가 아니라는 점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검찰 수사팀은 이 부회장에게 프로포폴을 투약했다고 지목된 성형외과 원장이 이와 연관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점 등을 거론하며 이 부회장의 불법 투여를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결과에 대해 이 부회장 측은 “수사와 공소제기 안건에 모두 부결한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수사심의위 지침에 따라 과반 찬성으로 의결하게 돼 있는데, 공소제기 여부는 7인만 찬성한 만큼 과반수가 아니어서 공소제기 안건도 부결”이라는 것이다.

수사심의위 운영지침 15조 2항은 ‘의견이 일치되지 않는 경우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한다. 즉 의결되지 않았으므로 부결이라는 주장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국정농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1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국정농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18

남은 건 검찰의 판단이다. 일단 검찰은 “지금까지의 수사 결과와 수사심의위 심의 의견을 종합해 최종 처분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수사심의위가 수사 중단을 권고한 만큼 검찰은 수사동력을 어느 정도 상실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해 6월 26일 삼성 불법 승계·합병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심의위 판단을 받았는데, 당시에도 수사심의위는 이 부회장 손을 들어줬다. 이 때문에 당시 수사팀은 한 동안 심사숙고하며 처분 여부를 고심하고 또 고심했다.

이 부회장의 현재 몸 상태 등 소환 조사 등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에서도 수사 자체가 계속 유지될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복현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가 1일 오후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삼성그룹 불법합병 및 회계부정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20.09.01.
이복현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가 1일 오후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삼성그룹 불법합병 및 회계부정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20.09.01.

다만 기소 확률은 높아 보인다. 불법 승계 의혹 수사팀도 수사심의위의 불기소 권고에도 기소를 강행했다.

이번 프로포폴 의혹도 이 부회장 측은 공소제기가 부결됐다고 강조하지만, 7명의 기소 반대만큼 7명의 기소 찬성도 있었단 점에서 수사팀은 기소엔 문제가 없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 부회장에 대해 최근 추가로 프로포폴 투약 의혹이 제기된 것도 변수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최근 이 부회장을 입건하고 프로포폴 투약 혐의를 수사 중이다.

MBC의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서울의 성형외과를 수사하던 중 폐쇄회로(CC)TV에서 이 부회장의 모습을 발견했다. 이에 경찰은 지난달 25일 이 부회장이 수감 중인 서울구치소로 찾아가 모발을 채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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