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27일(현지시간) 바티칸의 성베드로 광장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기원하는 전세계 특별 강복을 거행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27일(현지시간) 바티칸의 성베드로 광장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기원하는 전세계 특별 강복을 거행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비축 비상용 예비비 전부 사용”
3년간 한시적 임금 인상 제한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청에서 일하는 성직자들의 봉급을 삭감하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 속에 가중되는 재정 위기를 경감하기 위해서다.

AP통신 등은 24일(현지시간) 발표된 교황의 자의 교서에 따르면 오는 4월 1일부터 교황청에 속한 추기경 봉급이 10% 깎인다고 보도했다.

교황청에 소속돼 일하는 사람은 성직자와 일반 직원을 모두 합쳐 4800여명이다.

추기경이 아닌 교황청 각 부서장 등 주요 보직자들은 8%, 일반 사제나 수녀는 3%씩 봉급이 삭감된다. 또 교황청 모든 성직자의 임금 인상이 2023년까지 중단된다. 교황청에서는 근속 연수에 따라 일정 비율로 임금이 자동 인상되는 연공 임금체계를 갖고 있는데, 올해를 포함해 앞으로 3년간 한시적으로 이러한 임금 인상을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성직자 신분이 아닌 대부분의 하급 일반 직원들은 이번 조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현재 교황청에 속한 추기경의 월 급여는 4000∼5000 유로(현재 환율 기준으로 약 535만∼669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처에는 직원 감축을 피하면서 동시에 심각한 재정난을 조금이나마 경감하려는 교황의 의지가 실렸다는 분석이다. 교황은 자의 교서에서 교황청이 처한 재정 적자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지속가능한 경제적 미래를 위해 필요한 조처”라고 강조했다.

일반 직원들의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한 긴축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교황은 그동안 코로나19 사태로 교황청 재정이 어려워졌지만, 직원을 해고하고 일자리를 빼앗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해왔다.

재정 상황이 어려워진 이유는 코로나19 사태로 최대 현금 창출원인 바티칸 박물관이 봉쇄로 상당 기간 문을 닫은 데다 신자 헌금은 물론 금융·부동산 투자 수익마저 급감하며 수입이 크게 준 영향이 크다.

이에 따라 9000만 유로(약 1205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5000만 유로(약 669억원)의 적자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AP통신은 “교황청이 최근 수년간 적자를 메우느라 비상용으로 비축해둔 예비비를 다 썼다”며 “교황이 일반 직원들의 감원을 막기 위해 고위 성직자들의 월급을 깎는 쪽을 선택했다”고 했다.

앞서 교황청 재정 관리를 총괄하는 후안 안토니오 게레로 알베스 재무원장은 최근 교황청 기관 매체인 바티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재정적자 확대로 운영상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신자들에게 헌금을 요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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