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11일(현지시간) 브뤼실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참석한 모습. (출처: 브뤼셀=AP/뉴시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브뤼실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참석한 모습. (출처: 뉴시스)

"지난 24시간 우왕좌왕으로 불안초래해 깊이 유감… 용서를 빈다"

독일이 부활절까지 다음달 1∼5일 모든 곳이 문을 닫고 모두가 철저히 집에만 머물도록 하는 완전봉쇄를 하지 않기로 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24일(현지시간) 대국민사과를 하면서 전날 15시간에 걸쳐 합의한 연방정부·16개 주총리 회의 결과를 뒤집었다.

한 때 방역모범국으로 꼽혔던 독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확산 속에 백신 접종마저 더디게 이뤄지면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이틀만에 다시 연방정부·16개 주총리를 소집해 이런 방침을 통보한 뒤 기자회견에서 "전적으로 내 실수"라면서 "부활절 완전봉쇄는 시간상 실행할 수 없고, 비용이 실익을 넘어서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24시간 우왕좌왕으로 불안을 촉발해 깊이 유감스럽고, 모든 시민에게 이에 대해 용서를 빈다"고 말했다.

앞서 메르켈 총리는 지난 22일 연방정부·16개 주총리 회의에서 부활절까지 내달 1∼5일을 '일시 정지 기간'으로 명명하고 모든 기업, 상점, 슈퍼마켓, 학교, 아동보육시설, 교회 등이 문을 닫고 모두가 집에서 머무는 완전봉쇄에 들어가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를 통해 기하급수적인 코로나19 변이바이러스의 3차 확산세를 꺾는 게 목표였다. 이날 합의에는 15시간이나 걸렸고, 메르켈 총리는 23일 오전 2시 30분에 회의 결과에 대한 기자회견을 했다.

하지만, 이후 '일시 정지 기간' 내 평일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방안이 시일이 촉박해 실행이 어렵다는 판단에, 메르켈 총리가 대국민 사과를 하고 5일간의 완전봉쇄계획을 철회하기에 이르렀다.

한때 방역모범국으로 꼽혔던 독일에서는 변이바이러스로 인한 3차 확산 와중에 백신 접종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방역 조처까지 갈팡질팡하면서 시민들의 불만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우려된다.

실제로 독일 시민들의 정부·여당연합의 코로나19 대응 능력에 대한 대한 신뢰도는 지난해 12월에만 해도 60%에 육박했지만, 최근 28.5%까지 추락했다. 이는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의 의뢰로 여론조사연구소 알렌바흐가 지난 8∼21일 16세 이상 1천6명을 상대로 벌인 여론조사결과다. 반면에, 녹색당의 대응능력에 대한 신뢰도는 21%, 사회민주당(SPD)은 18%까지 상승했다.

독일의 질병관리청 격인 로베르트코흐연구소(RKI)에 따르면 전날 독일의 신규확진자수는 1만5천813명으로 1주일 전 같은 날보다 2천378명 늘었다. 하루 사망자는 248명으로 집계됐다. 이로써 독일의 코로나19 누적 사망자는 7만5천명을 넘어섰다.

최근 1주일간 인구 10만명당 코로나19 신규확진자는 108.1명으로 전날과 같았다. 지난달 19일에는 56.8명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치솟는 추세다. 독일의 신규확진자 중 영국발 변이바이러스(B.1.1.7) 감염자 비율은 72.2%까지 뛰어올랐다.

독일에서는 현재 전체인구의 9.5%인 793만7천540명이 1회차 백신 접종을 받았다. 2회차 모두를 접종받은 것은 전체인구의 4.2%인 351만6천986명에 불과하다.

(베를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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