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0년 12월 30일 유럽연합(EU) 지도부와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2020.12.31. (출처: 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0년 12월 30일 유럽연합(EU) 지도부와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2020.12.31. (출처: 뉴시스)

미국이 주도하는 서구권의 대중 '협공'이 본격화하면서 중국과 유럽연합(EU)이 장기간 협상 끝에 도출한 투자 합의도 험로에 놓였다.

EU는 중국의 신장 위구르 자치구 소수민족 인권 탄압을 지적하며 미국과 함께 중국 관료 4명, 기관 1곳에 대한 제재를 2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영국, 캐나다 등 미국의 주요 서구 동맹국들도 여기 동참했다.

EU가 인권 문제로 중국에 제재를 부과한 사례는 1989년 톈안먼(천안문) 사태 때 취한 무기수출 금지 조치 이후 장장 30여년 만에 처음이다.

중국은 EU의 이번 제재 동참에 반발해 유럽의회 의원을 포함한 EU 인사 10명과 기관 4곳에 곧바로 보복 조치를 취했다. 또 니콜라스 샤퓌 주중 EU 대사 등을 초치해 EU 제재는 '거짓말과 거짓 정보'에 입각한다고 비난했다.

서방의 동시다발 제재로 중국과 EU 간 긴장도 한층 높아지면서 양측이 작년 12월 합의한 투자 협정으로 불똥이 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과 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12월 30일 '포괄적투자협정'(CAI)에 대한 협상을 완료했다. 양측은 2014년 협상을 시작해 7년 만에 합의를 도출했다.

중국과 EU는 이미 서로에 대해 최대 규모의 무역 파트너로, 이번 협정을 발효하면 상호 시장 접근권이 대폭 확대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합의 도출에도 실제 발효는 먼 길이다. 협정이 효력을 내려면 EU 입법부인 유럽의회 비준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중국의 인권 문제가 다시 걸림돌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유럽의회는 이미 EU 집행위와 중국의 CAI 협상에서 중국의 인권 유린 문제가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다며 유감을 표한 바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투자 합의는 인권과 노동권에 대한 우려를 비롯해 해당 조치를 탐탁치 않아 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몇 주를 앞두고 중국에 외교적 승리를 안긴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완료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신장 관련 제재 부과 이후 중국이 유럽의회 의원(MEP)에 가한 여행 금지 조치로 인해 유럽의회의 합의 승인 여부에 의문이 떠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의회의 베른드 랭 통상위원장은 중국의 보복 조치 직후 트위터에 의회를 침묵시키려는 시도는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썼다.

중국의 맞제재에 유럽의회 의원 다수가 EU·중국 투자 합의를 비준하지 않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고 미국 CNBC방송은 전했다.

벨기에 출신인 캐슬린 반 브렘트 유럽의회 의원은 "MEP에 대한 제재 철회가 우리가 투자협정에 관해 중국 정부와 대화에 들어가는 전제 조건"이라고 주장했다.

슬로베키아 출신인 미리암 렉스먼 의원은 트위터에서 "EU와 미국의 제재는 신장에서 빠르게 악화하고 있는 인권 상황에 관한 원칙있는 대응"이라며 "중국이 제재의 요점을 다루긴커녕 위협과 맞제재에 관여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밝혔다.

투자 합의에 대한 유럽의회 표결은 연말에서 내년 초 예상된다. 우르줄라 폰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비준시 유럽 투자자들이 중국 시장에 대해 '전례 없는 접근권'을 얻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런던=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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