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신대학교. ⓒ천지일보(뉴스천지)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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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임혜지 기자] 국내 개신교단 양대산맥 중 하나로 꼽히는 보수 성향의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산하 대학인 총신대학교에 설립 120년 만에 여성 이사가 선임됐다. 예장합동은 여성 목사 안수를 거부하는 등 여성을 리더로 인정하지 않아 교계 내에서 항상 성차별 논란에 휩싸여온 교단이다. 산하 총신대에도 여성 교수나 여성 이사는 전무했다. 이런 상황에서 예장합동은 교단 역사상 최초로 여성 이사가 선출된 것과 관련해 거세게 반발하는 등 논란이다. 

앞서 총신대는 2017년 김영우 전 총장의 학교 사유화 논란으로 빚어진 학내 사태 이후 2년여간 임시이사 체제로 운영돼오다 지난달 정이사를 선출했다. 예장합동 총회 8명, 총신대 교수·학생·직원 등이 구성한 대학평의원회 8명, 총신대 개방이사추천위원회 8명, 교육부 4명, 전·현직이사협의체 2명 등을 추천해 이 중 15명을 뽑았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는 당초 이사를 추천하는 곳에 ‘성비 균형’을 고려해달라고 당부했지만, 추천하는 곳 모두 전부 남성만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사분위는 교육부가 추천한 4명 중 3명의 여성 인사들을 이사로 선임했다. 성신여자대학교 심치열 교수, 중앙대학교 김이경 교수, 법무법인 지혜로 정수경 변호사 등이다.

이에 교단은 전례없는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사분위가 교단 소속이 아닌 여성이사 3명을 선임한 것은 총신대의 설립이념을 훼손했다는 비판이다. 예장합동 총회장 소강석 목사는 지난달 24일 기자회견에서 “사분위가 다른 교단 여성을 총신대 정이사로 선임한 것은 총회의 정체성을 비롯해 교단 헌법과 총신대 정관에도 위배된다”며 “개혁신학적 입장에 따라 본 교단은 여성목사와 장로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예장합동 교단지 기독신문에 따르면 소 목사는 이 사안과 관련해 유은혜 교육부 장관에게 면담도 요청했지만 유 장관 측에서 면담을 거부했다고 한다. 소 목사는 교육부가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법적 대응까지 검토하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예장합동이 교육부의 안을 거부하기는 불가할 것으로 보인다. 총신대는 현재 50억가량을 교육부로부터 지원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신대가 ‘종교학교’를 표방하지 않는 이상 사립학교로서 교육부의 뜻을 따라야 되는 것이 맞다는 게 교계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일각에선 예장합동이 정관개정을 통해 30명으로 이사 증원을 한 후, 증원된 15명을 모두 남성으로 해 27(남)대 3(여)을 만들어 여성 이사들의 영향력을 사실상 무력화시킬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기독신문에 올라온 2일자 사설을 보면 “이번에 선정된 15인 이사회가 자리잡은 후 속히 30명으로 이사 증원을 한 정관개정을 처리한 후 미흡한 면을 바로잡는 것이 순서”라며 “교단과 학교의 이념과 가치를 드러낼 이상적인 이사회를 구성하면 될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총신대 출신 여성들은 여성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는 예장합동의 사상을 비판하고 나섰다. 총신대 신대원 여동문회는 ‘여성 이사를 수용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정관에 걸려 여성 이사를 한 명도 추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형태”라며 “여성을 시대의 동반자적인 지도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서한국 등 17개 개신교 단체도 2일 성명을 통해 “합동교단과 총신대는 표면으로 내세운 개혁주의 정신과 반대로 간 성차별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여성 이사를 즉각 수용할 것과 여성 목사와 여성 장로 배출, 교단 대학의 여성 교수 임용 등을 촉구했다.

한편 예장합동을 둘러싼 성차별 논란은 그간 계속돼왔다. 특히 여신도들을 상대로 성추행 등을 행한 가해 목회자들에게 목회 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감싸줬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대표적으로 서울 용산 삼일교회 담임으로 이름을 떨쳤던 이른바 ‘스타 목사’ 전병욱 목사의 사례가 있다. 그에게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는 신도들의 주장이 5명 이상에게서 나왔지만, 그는 현재도 홍대새교회에서 목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당시 전 목사가 소속된 노회가 그가 성추행 논란으로 삼일교회를 떠나 홍대새교회로 옮긴다고 했을 때 이를 승인했기 때문이다. 전 목사의 혐의에 대한 교단 재판도 수차례 미뤄지는 등 당시 교단이 전 목사를 감싸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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