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8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의 폐점한 매장에 임대 문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천지일보 2021.2.1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8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의 폐점한 매장에 임대 문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천지일보DB

소득 증가보단 지출 줄인 불황형 흑자

재난지원금에 간신히 오른 가계소득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었던 지난해 가계 흑자율이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제적 어려움이 커진 상황에서 더 벌었다기보다는 가계가 지출을 줄여 발생한 ‘불황형 흑자’다.

22일 통계청의 가계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가구(2인 이상)의 흑자율은 ▲1분기 32.9% ▲2분기 32.3% ▲3분기 30.9% ▲4분기 30.4%로 나타났다. 모두 30%를 넘은 것이다. 2003년 이후 작성된 가계동향 조사에서 이 같은 분기 흑자율을 기록한 것은 단 5차례다. 2016년 4분기 30.3% 한차례를 제외하면 모두 지난해에 발생한 기록이다.

소득에서 조세와 연금, 사회보험료, 이자비용 등 비소비지출을 제외한 금액이 처분가능소득이라 부른다. 흑자액은 여기서 일상적인 의식주 지출 등을 제외한 금액이다. 흑자율은 처분가능소득에서 흑자액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결국 지난해 가계의 흑자율이 최고치를 기록한 이유는 더 많은 소득을 올린 것이 아닌 돈을 쓰지 않거나 혹은 못 써서 발생한 불황형 흑자의 결과다.

소득 감소에 대한 두려움이 클수록 소비지출 폭은 커지게 된다. 현재 소득이 줄어드는 데 따른 기계적인 지출 감소와 미래 소득의 불안정성을 대비한 예비적 저축 수요가 더해지면서 지출이 더 크게 위축되는 것이다. 최고 흑자율을 기록한 지난해 1분기의 경우 이런 현상이 가장 두드러졌다.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35만 8000원으로 3.7% 늘었지만 가계지출은 394만 5000원으로 4.9% 감소했다. 가구당 평균 소득은 2분기에는 4.8%, 3분기에는 1.6%, 4분기에는 1.8% 늘었다. 가계지출은 2분기에 1.4% 늘어난 것을 제외하곤 3분기에 2.2%, 4분기에도 0.1%씩 감소했다.

코로나19 사태의 경우 과거 경제위기와 비교하면 평균 가계의 소득이 늘어난 부분도 달랐다. 이는 정부가 지급한 보편·선별적 재난지원금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가계의 평균 소득은 ‘겨우’ 늘었지만 지출이 크게 줄면서 흑자율이 올라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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