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따르자니 부모님이 울고 부모님을 따르자니 사랑이 운다’는 말이 있다. 양자에 끼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를 말함인데, 미국과 중국에 끼여 처신의 어려움을 겪는 우리나라의 상황을 잘 설명해주고 있는 말이다. 지구상 유일한 휴전 상태로 남아 있는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오랜 동맹국으로서 미국과의 관계가 밀접한 터에, 지리적으로 이웃나라이자 경제 협력의 동반자인 중국과의 관계 또한 무시하지 못할 입장에서 양자택일은 어려운 문제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관계가 첨예하게 이어지는 가운데 양국에서는 무역전쟁에 이어 안보상 우위를 점하기 위해 세계 여러 나라와 동맹,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실정에서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미국·인도·일본·호주 등 4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비공식 안보회의체 쿼드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중이다.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이 기구에 한국·베트남·뉴질랜드 3개국을 추가하는 ‘쿼드 플러스’ 확대 방향을 보이며 한국의 쿼드 참여를 우회적으로 거론하고 있는 중이다.

쿼드(Quad)는 인도양과 태평양을 잇는 비공식 안보회의체이긴 하나, 반중(反中)연합 협력체로서의 구실이 강하다. 현재도 미국은 안보․정치․경제면 등에서 중국과 ‘강 대 강’ 구조를 첨예하게 이루고 있으면서, 지난 18~19일 알래스카에서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첫 미중 외교장관 회담이 열렸다. 하지만 양국은 1박 2일간 자기나라 입장만 강하게 주장하면서 빈손 협상으로 종료됐음을 보더라도 미중 양국의 갈등은 현재진행형으로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상태다.

미중 외교장관이 알래스카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발표문 없이 설전만 벌이고 끝난 다음날인 20일(현지시간)에는 바이든 행정부의 장관급 고위 인사들이 인도 뉴델리에서 접촉이 있었다. 인도는 비동맹 중립 노선을 지향하는 국가였으나 최근까지 몇 년 동안에는 미국으로 외교 무게의 중심이 옮겨가는 분위기여서 미국이 중요시하는 나라다. 그런 상황에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 등과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 라지나트 싱 국방장관과의 고위급 회담은 주의제가 양국의 군사 협력 확대 방안 논의였던바, 미국의 대중국 견제가 드러나는 행사였다.

이보다 며칠 앞서 지난 17~18일에는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한미 고위급 회담이 서울에서 열렸다. 전통적인 한미동맹을 위한 연례적 회담이겠으나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중국에 우선해 미국의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의지가 엿보이는 회담이다. 물론 이 회담에서 직접적으로 ‘쿼드’ 관련 논의가 없었다 하더라도 미국은 장차 우리정부에 한미관계 결속을 내세우며 쿼드 참가 등 반(反)중국 노선을 요구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문재인 정부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벌써부터 국민의 관심사가 크고 걱정도 따르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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