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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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집권 후 처음으로 미·중 양국은 지난 18일 마주 앉았다. 워싱턴과 베이징의 중간지점 미국의 알래스카 앵커리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한일을 방문해 새롭게 동맹의 가치를 강조하고 트럼프 때와는 달라지고 있는 미국의 외교 전략을 맘껏 보여주고, 바로 중국과 마주한 것이다. 

앵커리지 영하 날씨의 싸늘함은 1박 2일간 3번에 걸쳐 열린 대화에 그대로 노정됐다. 모두발언부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음은 물론 중국의 거칠고 싸늘한 언사는 상상을 초월했다. “미국식의 민주주의가 있다면 중국은 중국식의 민주주의가 있다. 미국이 주장하는 가치가 국제가치의 표준이 아니다. 미국에서 흑인은 학살당하고 있다.” 너희 미국이 무슨 인권을 내세울 자격이 있느냐 라고 해석된다.

외교적 대화에서 공개적으로 할 수 없는 표현이다. 미국이 일관되게 문제 제기하는 중국의 인권문제를 더 이상 언급하지 말라고 역 주장 한 것이다. 첫날 마주한 것만 놓고 보면 회담이 제대로 거행될지 의문뿐이었다. 쌍방이 회담 전 합의한 시간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

원래 모두발언은 각각 2분이었다. 블링컨은 2분 25초 설리번 국가 안보보좌관은 2분 8초간 발언했다. 문제는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의 발언이었다. 거의 17분을 미국 측과 전 세계 언론을 향해 일장훈시(一場訓示)한 것이다.

거기에다 왕이 외교부장의 4분에 걸친 발언. 이것도 부족해 이번에는 동시통역을 포함한 3분 이상 양제츠의 보충발언. 미국은 화가 제대로 나서 막 회담장을 나가려고 하는 기자들을 블링컨이 불러 세우고 2분여간 외교적 언사를 포함해 중국의 무례함을 지적했다.

특히 양제츠 외교담당 중국 공산당 주임은 17분간 전례 없는 강경한 어조로 중국입장에서 보면 할 말을 다 했다. 동시통역도 없는 일방적 발언을 한 것이다. “미국은 오만하다, 중국내정 간섭하지 말라. 중국에 압력을 가하면서 너희들 국내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양국 대결은 미국에 좋을 것 없다. 너희가 여기 오기 전 순방한 소위 동맹국가 한국과 일본은 중국의 제3대 2대 무역 협력국가이다.” 경제적으로는 중국에게 막역하게 경도됨을 상기 시킨다. “중국의 핵심이익은 어떠한 타협과 양보가 없다.” 바로 영토문제, 대만문제, 티벳문제, 홍콩문제 등은 거론도 하지 말라는 뉘앙스다. 이밖에도 담기 어려운 내용들은 계속됐다.

분명 50년생 양제츠는 평생 외교일선에서 성장한 인물이다. 미국통이다. 서방을 잘 안다. 그나마 왕이 53년생 외교부장보다 선배이고 비둘기파에 가까운 인물이다. 예상 밖 모두발언은 세계에서 통하지 않는 중국 국내용 언사였다. 본회담 전 65년생 블링컨과 76년생 설리번을 제압하는 심리전과 국내 선전용으로 삼으려는 연출된 전술이다. 세계는 “중국이 컸네”라고 하면서도 비판하지만 양제츠의 전술은 중국에서 통했다. 민족의 영웅이라고 추켜세우는 매체도 있다.

CCTV 인민일보 환구시보 신화사 등 중국 관영매체는 대대적으로 호평한다. “미국이 손님을 대하는 도를 행하지 않아 중국은 엄정하게 대응(美不行待客之道中方嚴正回應).” CCTV의 헤드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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