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내년 총선을 앞두고 20대 청년층의 최대 관심사인 대학등록금 경감을 위한 여야의 정책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반값 등록금'을 다시 꺼내들며 이슈를 선점한 한나라당이 "고지서에 찍히는 등록금 액수를 낮추겠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자 민주당은 한나라당과의 차별화를 위해 장학금 지원폭과 대상을 더 과감하게 확대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그러나 여야 모두 면밀한 청사진 없이 화두를 먼저 던진 형국인데다, 재원 대책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어 혼선만 가중시킨다는 비판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 = 한나라당의 대학등록금 부담완화 정책은 등록금 인하, 장학금제도 확대, 취업후 학자금상환제(ICL) 개선 등 3개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처음에는 소득 하위 50%에 대한 국가장학금 차등 지원안이 검토됐으나 현재는 고지서에 찍히는 실제 등록금 액수 자체를 낮추는 쪽에 비중이 실리고 있다.

당 지도부는 등록금을 매년 10%씩 인하, 연간 350만원 안팎 수준으로까지 낮추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1조4천억원이면 등록금을 10% 경감할 수 있고 3조원 정도면 20% 경감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등록금 경감을 실현할 세밀한 처방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국가장학금 제도를 활성화하고, 대학 구조조정을 병행하며, 법을 개정해 대학들의 적립금을 등록금 인하에 활용토록 하는 방안 등이 모호하게 거론될 뿐이다.

당 정책위원회는 금주 국민공청회를 통해 각계 의견을 들어서 최종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금주중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겠다는 일부 의견이 있었으나 `당내 엇박자' 비판을 받으면서 서두르지 말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1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설익은 방안을 내놓기보다는 여론수렴을 충분히 거치는게 좋겠다는게 당 분위기"라며 "당 등록금TF가 중심이 돼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내년 예산안에 이를 반영시키기 위해 이달 중 세부안을 제시할 방침이다.

재원과 관련해서는 매년 수조원에 달하는 세수 여유분의 일부를 등록금 지원 예산으로 사용한다는 원칙론에서 더 진전된 게 없다.

이것도 정부를 설득하는 게 관건이다. 교육과학기술부와는 `공감'의 폭을 넓혔지만 기획재정부의 부정적인 입장은 아직 바꾸지 못했다는 말도 들린다.

당내에서는 감사원이 착수한 국공립ㆍ사립대 등록금 산정기준 감사 결과가 대학 구조조정에 대한 여론조성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새어나온다.

당 관계자는 "감사 결과가 나오면 대학들의 등록금 산정방식 및 회계관리의 적절성에 대해 사회적인 문제제기가 따르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민주당 = 올해 초부터 `보편적 복지'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반값등록금 실현을 주장해 왔지만 최근 한나라당이 등록금 완화 방안을 제시하며 `친서민 행보'에 속도를 내자 기존 정책의 `강도'를 높여 왔다.

등록금 지원폭을 좀더 넓히고 시행 시기를 앞당기는 등의 등록금 정책을 잇따라 발표하며 한나라당과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다.

당초 민주당이 구상한 등록금 지원 방안은 기초생활수급자와 소득1분위 계층에는 등록금 전액을, 소득 2∼4분위 계층에는 50%를, 소득 5분위에는 30%를 국가장학금으로 지원하자는 것이었다.

여기에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ICL) 대출금리 인하, 근로장학금 확대, 등록금 상한제 도입 등의 대책도 마련하고 이를 위한 5천억원의 추경 편성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달 들어 대학생들의 `촛불시위'로 등록금 정책에 대한 불만 여론이 확산되자 손학규 대표는 당론 변경을 전격 선언했다.

지난 7일 "중산층 대학생도 반값 등록금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당론을 바꾸겠다"고 밝힌 것이다.

반값등록금을 전면 시행하는 시기도 애초 2013년이었지만 내년으로 앞당기기로 했다.

민주당의 정책 수정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국공립대에 우선 투입하기로 했던 교육재정을 사립대에도 일정 부분 동시에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신 사립대가 등록금 인하를 위해 재단 적립금을 사용하도록 법적 장치를 갖추게 하고 부실 대학에 대한 구조조정을 병행하는 방안을 함께 마련할 방침이다.

공표되는 정책이 여러 차례 바뀌다 보니 당내에는 혼선과 갈등이 빚어졌다.

민주당 `반값등록금 특위'에서 `등록금 인상액 상한제' 등 일부 검토안에 대한 반론이 제기되는가 하면 관료출신 등 일부 의원들은 갈수록 지원폭이 확대되는 등록금 대책에 대해 "재원을 마련할 수 있겠느냐"며 비판론을 제기하는 실정이다.

특위 소속의 한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제1야당으로서 반값등록금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정부·여당을 비판하고 공약 이행을 요구하는 게 우선이지, 통일되지도 않은 정책을 내놓는 게 옳은 일이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민주당은 이 같은 난맥상을 정리하기 위해 13일 정책의총을 열어 등록금 대책에 관한 의견을 수렴하는 한편 ICL 제도의 수정·보완, 고등교육재정교부금 제도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자유선진당ㆍ민주노동당 = 자유선진당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등록금 대책을 `포퓰리즘의 극치'라고 비판하며 여ㆍ야, 정부, 학계가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을 통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선진당은 등록금 인하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그 방법론에서는 한나라당, 민주당과 차이를 보인다.

정부의 대학자율화 조치로 부실 대학이 급증해 등록금 인하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 선진당의 진단이다.

선진당은 그러므로 여ㆍ야ㆍ정ㆍ학 협의체 논의를 통해 궁극적으로 부실 대학을 정리, 생존 가치가 있는 대학에 정부 지원을 집중하는 방식으로 등록금을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노동당은 최근 `정부책임 등록금제 도입을 위한 5대 입법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다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대학 교육을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 그 내용의 골자다.

또한 사립대학이 등록금을 적립금화하는 것이 높은 등록금의 한 원인이라며 규제법을 제출해놓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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