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 본점. (제공: 기업은행)
IBK기업은행 본점. (제공: 기업은행)

기업은행 올해 임금피크 인력 1033명

올해 임금삭감 인원 1000명대 돌파 전망

명예퇴직 대신 임금피크, 10명 중 1명

직원 정원에 남은 직원 업무량만 늘어나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최근 금융권의 이슈는 ‘임금피크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와 사모펀드 사태에 재정이 흔들린 은행권들 사이에선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은행원들에게 들이미는 선택지는 ‘명예퇴직’과 ‘임금피크제’라는 선택지다.

시중은행들은 ‘희망퇴직’이라는 이름으로 억 단위의 두둑한 퇴직금을 찔러주는 것을 선택한 반면, 국책은행의 명예퇴직금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월 평균 임금의 45%를 기준으로 남은 잔여기간의 절반을 곱해 산정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짜디 짠’ 명퇴금의 3배 이상 많은 임금피크제를 선택하는 국책은행원들이 많아졌다.

임금피크제란 정년을 보장하는 대신 일정 연령이 된 근로자의 임금을 삭감하는 제도다. 은행별로 비율이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기존의 절반 수준에서 그 이하로 깎이게 된다.

◆늘어나는 임금피크 인원… “소송 규모 더 확대될 것”


국책은행 중 IBK기업은행은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바 857명에서 올해 말 1000명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의 임금피크 인원을 합친 것보다도 2배 이상 많다. 또 기업은행 직원의 10명 중 1명은 현장의 업무가 아닌 지원업무만 하게 되면서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인원이 점차 줄어드는 실정이다.

이것만이라면 문제가 아닐 것이다. 기업은행은 매년 임금과 관련된 소송을 ‘연례행사’처럼 받고 있다.

가장 최근의 소송은 지난 1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기업은행 현직·퇴직자 470명이 기업은행을 상대로 임금피크 무효와 임금 삭감분 반환 청구 소송이다.

뉴데일리경제 보도에 따르면 소송을 제기한 송재경 기업은행 노동조합 사무총장은 “임금피크제 도입 당시 노조 가입 대상에서 제외된 우리 시니어노조의 의사 없이 다수 노조와 은행 간 합의로 임금피크제를 적용해 임금을 삭감했다”며 임금피크제로 깎인 임금을 1인당 5000만원으로 책정해 총 235억원을 지급하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상황이 불이익변경이자 근로조건 자율결정원칙 침해에 해당한다며 삭감된 임금과 퇴직금을 돌려달라고 밝혔다.

송 사무총장은 이번 소송은 1962년생~1963년생 위주로 진행 중이지만 임금피크제 인력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을 감안하면 향후 관련 소송 규모는 더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은행에 제기된 임금피크제 무효소송은 지난 2019년 산업은행과 서울보증보험에 제기된 소송을 시작으로 불이 붙었다. 가장 먼저 소송이 제기된 산업은행에 대한 1심 판결은 이르면 오는 5월에 나올 예정이다. 이에 따라 금융권 내 임금피크제 소송의 확산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살인적인 업무부담… 인사적체에 고통받는 직원들


문제는 소송뿐만이 아니다. 코로나19 관련 금융지원으로 많아진 업무량을 담당하는 인원이 점점 제한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기업은행 직원들은 중소상공인·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 공급지원에서부터 신용보증재단과 신용보증기금 등 정부 보증기관에서 발급하는 보증서 대출 업무도 지원하면서 업무량이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더군다나 중소기업 자금대출 기간이 1년인 것을 감안하면 대출기간 연장 심사 관련 업무도 직원에게 가해지게 될 예정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은행은 업무 효율화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5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초저금리 특별대출 비대면 기간연장 서비스를 연 것이 그것이다.

기업은행은 “내부적으로 ‘조직문화 및 일하는 방식 혁신’을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일하는 방식이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적합한지 점검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런 노력에도 직원에게 지워진 ‘살인적인’ 업무부담은 줄지 않았다.

되려 현재는 기업은행 본점에 일하는 직원 일부가 영업 현장 업무 지원을 위해 파견되는 상황이다. 본사 업무를 멈추고 현장 업무를 돕게 되는 본말전도의 상황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직원들 사이에서는 임금피크제 직원이 ‘실용적 측면’에서 명예퇴직을 선택할 수 있게끔 희망퇴직 비용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임금피크제 직원의 풍부한 경험과 금융노하우도 좋지만 이들이 핵심 업무를 떠나있는 한 ‘인사 적체’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책은행은 직원 정원 통제를 받는 상황이기 때문에 임금피크제 인원이 확대되면 일할 수 있는 인력의 비율이 줄어도 신규 인력을 채용할 수 없다.

그러나 국책은행의 정원과 명예퇴직 비용 등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 것은 각 은행들이 아니다. 공공기관 소관부처인 기획재정부가 이들 은행의 키를 쥐고 있는 것이다.

기재부는 다른 공공기관과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국책은행의 명예퇴직 현실화 방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책은행 1인당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는 고연봉인데 명예퇴직금까지 시중은행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윤창헌 의원은 “고액 연봉의 직원이 퇴직하고 그 자리에 청년이 채용되면 전체 인건비는 줄어들고 조직 활력은 높아진다”며 “총인건비가 늘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명예퇴직금 문제를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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