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삶을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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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현인당 주인 최병훈씨가 직도 칼로 도장을 파고 있다. ⓒ천지일보 2021.3.1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현인당 주인 최병훈씨가 직도 칼로 도장을 파고 있다. ⓒ천지일보 2021.3.18

 

도장업계의 중심지인 서울 종로구 창신동 인장골목에는 1990년 초까지만 하더라도 80여곳의 인장가게가 들어서 있었다. 하지만 도장 수요가 많이 줄어들면서 지금은 10여곳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단단한 나무와 돌에 이름을 새겨 문서에 찍도록 만든 물건. 바로 도장(圖章)이다. 인(印), 인장(印章)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서명과 전자결제가 보편화 된 오늘날 아직도 중요한 서류에는 도장을 찍어 책임을 증명하고 일정한 표적으로 삼는다.

세월이 흐르면서 컴퓨터로 글자를 새기며 손쉽게 도장 파는 일이 많아졌고 자연스레 손작업은 어렵고 힘든 일이 돼버렸다.

“거짓말하지 말고 진짜 도장을 파야지.”

여전히 손작업을 고집하며 40년을 버텨온 인장골목의 현인당 주인 최병훈씨는 아쉬움과 동시에 자부심을 보였다.

최씨는 “요즘엔 대부분 컴퓨터로 도장을 판다. 컴퓨터로 파놓고 손도장이라고 하는 건 말이 안된다”며 “일반인은 모르겠지만 도장 파는 눈에는 다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름을 보면 글씨체가 떠오른다. 어울리는 서체가 있는 법”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나라에 몇 남지 않은 손도장 장인 중 한 사람이다. 그의 작업공간은 고요했고 작업에 집중하기 위해서 창신동 골목이 내다보이는 유리창문에는 스티커가 빼곡히 붙어 있었다. 벽면에는 자신이 판 도장을 찍어 만든 액자가 걸려 있었다. 책상 위에는 수많은 칼과 작업도구, 도장재료가 빈틈없이 놓여 있었다. 낡아진 도장틀도 한 쪽 구석에 자리하고 있었다.

도장의 재료가 될 만한 나무나 뿔을 고르고 주문 종이에 적힌 이름을 살펴보는 일로부터 도장 파는 일이 시작된다. 사포로 곱게 간 면 위에 흰 물감을 칠하고 이름을 반전되게 써서 채운다. 그 위에 금속 촉으로 여백을 파낸 뒤 도장틀에 고정시켜 직도 칼로 이름을 새겨나간다. 쇠만큼 단단한 나무와 뿔에 칼날을 박아 뜻과 같이 이름을 새기는 일은 보는이로 하여금 지켜만 봐도 숨죽이게 만들었다. 반복적으로 파고 또 파고 또 파서 확실하게 새기는 것이 중요해 보였다. 그렇게 하나의 도장이 완성되는 시간은 대략 30~40분, 재질이 단단하거나 글자 수가 많으면 시간이 더 걸린다. 그는 바쁘게 움직이던 손을 잠시 멈추고선 “좋은 도장은 새긴 이름의 형태가 끝까지 변하지 않고 단단한 도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도장을 팠다. 청춘을 바쳤고 지금 이 자리까지 왔다”며 “딴 것 없다. 뭐든 한 가지 일에 집중하고 성실히 포기하지 않으면 인생이 보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40년 세월 도장만 바라보고 살았던 그의 인생이 어쩌면 ‘도장’ 그 자체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작업에 집중을 하기 위해 최씨의 작업실 유리창에 스티커와 테이프가 빼곡히 붙어 있다. 시계는 오후 1시를 가리키고 있다. ⓒ천지일보 2021.3.1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작업에 집중을 하기 위해 최씨의 작업실 유리창에 스티커와 테이프가 빼곡히 붙어 있다. 시계는 오후 1시를 가리키고 있다. ⓒ천지일보 2021.3.1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최씨의 작업실 책상 위에 올려진 여러 종류의 칼. ⓒ천지일보 2021.3.1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최씨의 작업실 책상 위에 올려진 여러 종류의 칼. ⓒ천지일보 2021.3.1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최씨의 작업실 책상 위에 놓인 낡아진 도장틀. 지금은 다른 도장틀을 사용하고 있다. 40년 동안 그의 손을 거친 도장틀만 6개다. ⓒ천지일보 2021.3.1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최씨의 작업실 책상 위에 놓인 낡아진 도장틀. 지금은 다른 도장틀을 사용하고 있다. 40년 동안 그의 손을 거친 도장틀만 6개다. ⓒ천지일보 2021.3.1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최씨가 작업을 하기 전 직도 칼을 숫돌에 갈고 있다. ⓒ천지일보 2021.3.1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최씨가 작업을 하기 전 직도 칼을 숫돌에 갈고 있다. ⓒ천지일보 2021.3.1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옥도장은 너무 단단해서 기계로 먼저 간 뒤에 사포로 다시 갈아야 한다. ⓒ천지일보 2021.3.1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옥도장은 너무 단단해서 기계로 먼저 간 뒤에 사포로 다시 갈아야 한다. ⓒ천지일보 2021.3.1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최씨가 도장을 파기 전 사포로 곱게 간 면 위에 흰 물감을 칠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3.1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최씨가 도장을 파기 전 사포로 곱게 간 면 위에 흰 물감을 칠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3.1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최씨가 직도 칼로 도장을 파고 있다. ⓒ천지일보 2021.3.1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최씨가 직도 칼로 도장을 파고 있다. ⓒ천지일보 2021.3.1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누군가에게 전해질 도장. ⓒ천지일보 2021.3.1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누군가에게 전해질 도장. ⓒ천지일보 2021.3.1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최씨의 작업실 벽에 자신이 판 도장을 찍어 만든 액자가 걸려 있다.  ⓒ천지일보 2021.3.1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최씨의 작업실 벽에 자신이 판 도장을 찍어 만든 액자가 걸려 있다. ⓒ천지일보 2021.3.1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최씨가 25살때 팠던 본인의 도장을 들어보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1.3.1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최씨가 25살때 팠던 본인의 도장을 들어보이고 있다. 그의 40년 인생이 단단한 도장과 꼭 닮았다. ⓒ천지일보 202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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