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외교․국방 장관들이 18일 외교부 청사에서 ‘2+2 회의’를 갖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번에 다섯 번째로 열린 ‘2+2 회의’는 몇 가지 측면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먼저 지난 2016년 10월 박근혜 정부 임기 말에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뒤 무려 5년 만의 일이다. 그 새 한국과 미국에서는 문재인 정부와 바이든 정부로 바뀐 뒤 이번이 첫 만남인 셈이다.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는 유종의 미를, 바이든 정부 입장에서는 새로운 출발을 모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첫 만남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이번 ‘2+2 회의’는 예정된 90분을 훌쩍 넘겨 진행될 만큼 한․미 양국이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았다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공동성명에서 밝혔듯이 의미 있는 성과도 나왔다. 비록 원론적인 얘기이긴 하지만 한․미 양국이 ‘북한 비핵화’가 우선 관심사라는 점을 확인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긴밀히 공조키로 했다는 점이다. 우리 정부의 흔들리지 않은 대북정책, 그리고 이에 호응하는 바이든 정부의 화답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그러면서 양국이 ‘완전히 조율된 대북전략’을 공유하자고 했다. 이전 트럼프 정부의 좌충우돌이 빚어낸 상호불신과 불만의 찌꺼기들을 이번 기회에 일소하자는 의미로 들린다.

한․미 양국이 전통적인 한․미․일의 협력 체제를 언급하면서도 중국을 직접 겨냥하지 않았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바이든 정부의 외교안보 책임자들이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자리에서 굳이 중국을 겨냥하는 날선 발언을 내놓을 필요는 없다. 외교의 기본도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과 이웃하고 있는 한국의 입장도 미국은 계산에 넣어야 한다. 중국이 무서워서가 아니다. 미국이 자국의 국익을 위해 외교정책을 펼친다면, 한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국익만큼이나 한국의 국익도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그런 배려와 존중이 없다면 동맹관계는 성립될 수 없다.

이제 첫 만남이 이뤄졌으며, 완전히 조율된 대북전략을 함께 하기로 했다면 후속 행보는 그리 어렵지 않다. 한․미 양국에 대북전략 창구를 개설해서 상시 운영체제로 가동시켜야 한다. 그래야 국제정세 및 동아시아 정세에 일희일비 하지 않으면서 일관된 기조로 완전히 조율된 대북전략을 펼쳐 나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북한 비핵화를 위한 속도도 얼마든지 앞당길 수 있다. 임기 말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는 물론이고, ‘트럼프의 실패’를 뛰어 넘으려는 바이든 정부한테도 북한 비핵화는 시간이 빠를수록 좋다. 겉으론 냉정한 표정이지만 북한도 내심 그걸 바라고 있다. 그렇다면 좀 더 내실 있고 빠른 속도로 한․미 양국이 본격적인 대북전략 조율에 나서길 바라는 마음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