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설경구, 변요한, 이정은과 이준익 감독이 1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진행된 영화 '자산어보' 언론·배급 시사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제공: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천지일보 2021.3.18
배우 설경구, 변요한, 이정은과 이준익 감독이 1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진행된 영화 '자산어보' 언론·배급 시사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제공: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천지일보 2021.3.18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역사 속 인물이 사극 장인의 손에서 다시 탄생했다. 영화 ‘자산어보’ 속 정약전의 이야기다.

1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자산어보’ 언론·배급 시사회에 배우 설경구, 변요한, 이정은과 이준익 감독이 함께했다. 자산어보는 우리에게 익숙한 다산 정약용의 형인 정약전이 흑산도 유배 중에 기록한 어류도감이다. 이준익 감독은 자산어보 서문에 기록된 ‘창대’라는 인물을 발견하고 정약전과 창대가 함께 집필하면서 서로 다른 신분과 가치관을 넘어 벗이 되는 과정을 영화 속에 담았다.

영화에서 설경구는 신유박해 사건으로 흑산도에 유배된 ‘정약전’ 역할을 맡았으며 변요한은 흑산도에서 나고 자라 바다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청년 어부 ‘창대’ 역할을 맡았다. 그리고 정약전과 창대 사이에서 중간자 역할을 하는 가거댁 역에는 배우 이정은이 연기를 했다. 이번 영화는 ‘사도’ ‘동주’ 등으로 사극에 정통한 이준익 감독이 ‘변산’ 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이자 30년 가까이 연기를 한 배우 설경구가 처음으로 선택한 사극이기도 해 기대를 모은다.

영화는 시인 윤동주의 삶은 그렸던 이준익 감독의 ‘동주’에 이어 흑백으로 연출됐다. 이에 대해 이준익 감독은 “동주는 일제강점기, 28살에 세상을 떠난 젊은이의 이야기로 어둠을 깊이 있게 다루려고 했다. 하지만 자산어보는 흑보다 백이 더 차지하는 작품”이라며 “조선시대를 흑백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을 것 같아서 고집했다”고 설명했다.

처음 사극에 도전한 설경구는 “실존 인물이고 큰 학자의 이름을 배역으로 쓴다는 건 부담”이라고 하면서 “초반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잘 어울린다는 감독님의 말에 용기를 냈다. 감독님을 믿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전에도 몇 번 (사극) 제의가 있었을텐데 겁이 나서 이제야 하게 됐다. 나이를 좀 더 먹고 하니까 괜찮았던 것 같다. 재밌고 즐거운 작업이었고 다음에 한 번 더 해도 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배우 설경구, 변요한, 이정은과 이준익 감독이 1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진행된 영화 '자산어보' 언론·배급 시사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제공: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천지일보 2021.3.18
배우 설경구, 변요한, 이정은과 이준익 감독이 1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진행된 영화 '자산어보' 언론·배급 시사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제공: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천지일보 2021.3.18

변요한은 촬영 후 처음 본 영화에 “보면서 눈물을 흘렸다. 정신을 못차리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선배 설경구와의 호흡에 대해 “정말 사랑하는 선배인데 더 사랑하게 된 것 같다. 작업하면서 여러 가지를 배우고 느꼈다”며 “(선배님이) 직접적인 영향을 주시지 않으려고 해도 인생을 덜 산 동생이자 후배로서 보고 느낄 수 있었다. 많이 배웠다”고 설명했다. 또 배를 타는 장면에 대해서는 “수조 세트장에서 촬영한 것으로 뒤 배경은 CG라서 멀미가 없었다. 다만 촬영 전에 흑산도 유배지를 갔는데 거기 가는 배가 정말 힘든데 영화 속에서 배를 탄 모습이 영화로 처음 보니까 되게 쓸쓸해 보였다”며 “정약전 선생님을 뵈러 갈 때 복잡한 마음이었다. 촬영을 끝날 때까지 정약전 선생님을 어떻게 바라보고 관계를 어떻게 맺어야 하는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흑백 영화 촬영에 대해 “부족하지만 진실되게 연기하려고 했다”고 소감을 말했다.

설경구와 변요한의 케미 외에도 ‘가거댁’ 배우 이정은의 역할도 영화 속에서 시너지 효과를 냈다. 이정은은 “흑백 영화라서 과하게 연기를 하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에 조율하는데 신경을 많이 썼다”며 “이야기를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 ‘내 역할이 어떤 것인가’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설경구와의 로맨스 장면에 대해 “학창시절부터 같이 다녔는데 이런 관계로 발전할 줄 몰랐다”고 너스레를 떨며 “너무 친하다 보니까 연인 연기를 어떻게 잘 할 수 있을까 했는데 친하니까 무엇이든 하게 됐다. 오히려 스스럼 없이 여러 가지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설경구는 “담백하고 깔끔했던 것 같다”고 짧게 말하며 평했다.

이준익 감독은 ‘창대’에 대해 “정약전은 기록이 많아 표현하는데 어렵지 않았는데 창대는 이름만 있고 자산어보 안에 창대가 언급한 몇몇 구절만 있어 모두 허구로 꾸몄다”고 말했다. 이어 우정출연한 배우들에 대해 “이 영화에 제일 먼저 참여한 설경구 배우가 영화 소재가 상업적이지 않고 자산어보, 정약전도 잘 모르겠는데 이야기는 좋은 것 같아 관객들이 편안하게 접할 방법으로 익숙한 배우가 나오면 좋지 않겠냐고 조언을 했다. 그런데 조금 나오는데 그런 배우를 어떻게 쓰나 했는데 거절 없이 다 출연해줬다. 우정출연을 해준 배우들께 존경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처럼 자산어보는 역사적 사건을 다루기보다 ‘정약전’과 ‘창대’의 관계에 중점을 뒀다. 거기다 흑백 영화로 연출해 관객들에게 낯설 수 있지만 더욱 깊이 있는 울림을 전한다. 이에 이준익 감독은 “흑백이지만 이 영화에는 자연이 있다. 컬러보다 더 색이 보이고 자산(흑산)의 색이 보인다”며 “색이 없는 것 같으나 많은 색을 담고 있는 자색이다”라고 말을 맺었다. 이에 변요한은 “코로나 때문에 영화관이 많이 줄었다는 이야기가 들릴 때마다 마음이 안 좋다. 영화는 3월 31일에 개봉하고 영화관에 영화가 나오듯 저희 영화는 자연스럽게 나오니 자연스럽게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설경구 역시 관객들을 향해 “많이 힘드실텐데 자산어보가 기다리고 있다. 위로받고 시원한 자연도 보고 좋은 시간 가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영화 자산어보는 곳곳에 컬러감이 보이는 장면들도 있다. 흑백 속 컬러를 찾는 시간은 오는 31일부터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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