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대학이 적립금을 주식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봤다는 기사가 나왔다. 한 중앙방송사에 따르면 J대학의 경우 100억 원을 펀드에 넣었다가 절반 가까이 손실을 봤다. 또 다른 사립대 몇 곳도 펀드에 투자했다가 각각 수십억 원대의 손해를 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대학을 포함해 서울지역 6개 사립대학의 펀드투자로 인한 손실액은 모두 182억 원에 달했다. 그나마 손해를 면한 대학의 투자 수익도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현실에서 대학이 무모하게 투자에 나섰다가 손해만 본 셈이다.

문제는 대학이 허공에 날린 돈은 고스란히 학생의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는 점이다. 대학 적립금 운용 실태가 이 정도라면 매우 심각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전국 모든 대학의 적립금 운용 상황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또한 대학이 고위험 상품군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한 현행 법규도 문제는 없는지 짚어봐야 한다.

특히 큰돈이 들어가는 건축을 적립금으로만 해결하려는 행태도 고쳐야 한다. 사립대의 경우 건축 적립금은 전체 적립금의 5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에게 중요한 것은 어떤 교육을 받느냐는 점이지 어떤 건물에서 배우느냐가 아니다. 등록금의 상당 부분이 건축에 들어간다면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투입되는 돈은 상대적으로 줄 수밖에 없다.

대학 적립금은 기본적으로 학생을 위해 사용돼야 한다. 다른 목적으로 쓰인다면 그만큼 학생에게 돌아가는 혜택과 권리는 축소될 수밖에 없다. 재정수입의 대부분을 대학 등록금에 의존하는 한국 대학의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는 있지만 그런 현실상의 어려움을 학생의 부담으로만 가중시켜서는 안 된다. 대학의 수입원에는 등록금 외에 기부금, 재단전입금, 국고보조금, 학교외 수익금 등이 있다. 이런 다양한 수입 루트를 활성화하려는 노력을 함께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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