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연 통섭예술인
체리 트리라는 예술가는 2006년부터 자신의 소변을 향수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그녀는 증류주업을 하고 있는 남동생에게서 증류법을 배워 자신의 소변을 재활용해 자신만의 소변 향수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자원(resource)에는 쓰레기도 들어간다. 쓰레기도 활용하면 당연히 자원이 될 수 있다. 창조와 상상력이 투자자산이라는 이 시대에 미술 시장도 주식 시장처럼 부침을 지속하고 있다.

미술에서도 쓰레기가 등장한다. 확실한 것은 어느 누군가는 이것으로 돈을 벌고 있다는 사실이다. 내가 거기에 속할 것이냐 아니냐는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미술품 경매회사인 모 옥션 대표는 “미술은 생소한 분야지만 생활용품에서 의약품, 음식 등으로 전혀 성격이 다른 제품들을 판매했던 경험에 비춰 보면 못할 것도 없다. 오히려 대기업에서 배운 마케팅 기법을 적용하면 미술 시장의 파이를 키울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했다.

앤디워홀은 “사업을 잘 한다는 것은 일종의 매혹적인 예술과 같다. 돈을 버는 것은 예술이며 일을 하는 것도 예술이다. 그리고 훌륭한 사업은 최고의 예술이다”고 말했다. 바로 이것이 통섭개념이며 창의적 문제해결 기법인 트리즈(TRIZ)가 강조하는 지식경영이다. 남의 것으로부터 지혜를 얻어 나의 지혜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다. 미술과 경영, 미술과 트리즈, 경영과 트리즈 모두 통하게 되어 있다.

“미술품 경매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려면 누구나 자기 그림을 쉽게 팔고, 고객이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국내 경매 역사는 짧지만 이런 비전과 전략을 향해 나아가면 시장도 좋아질 것이다”라고 하는 그의 말에서 작가들이 어떻게 성장해야 할 것인가 맥을 짚을 수 있을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작가들은 트리즈 기법으로 작품을 만든다고 할 수 있다. 다만 ‘트리즈’라는 단어를 모르고 있을 뿐이다. 만약 작가들이 트리즈 기법을 깊이 있게 이해한다면 생산성이 더욱 증대되리라 본다. ‘예술가는 사람들이 가질 필요가 없는 것들을 생산하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듯이 가치 창조를 하는 사람이 예술가다.

가치 창조는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얻어지는 결과물이다. 그리고 일반인들도 트리즈 기법을 적용해 작가와 같은 창작물을 만들 수 있다. 트리즈는 사고(idea)의 전개를 원활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물론 나도 작가라는 긍정적 착각이 있어야 된다. 며칠 전 빛을 주제로 개막된 세계 현대미술의 최대 축제라고 하는 제54회 베니스비엔날레 미술제가 시작되었다. 한국에서는 이용백 씨의 꽃무늬 군복을 건물 밖에 내건 설치 작품과 꽃밭에서 꽃무늬 군복을 입은 군인이 천천히 행군하는 영상작품 <앤젤 솔저>가 선을 보였다. 한편 최연소 작가인 러시아의 아냐 티토바(27)도 참가했다.

상업성 위주, 현실 참여 위주의 작품들이 많이 등장했다. 이를 두고 어느 기자는 미술의 도전정신이 빛이 바랬다고 비판했지만 순수 예술에 영역이 따로 있을까? 1800년대에 수쿼미시 인디언의 추장 시애틀은 미국 정부에 편지를 보냈다. “우리는 우리의 핏줄 속을 흐르는 피처럼 나무 속을 흐르는 수액을 잘 안다. 우리는 이 땅의 한 부분이며 땅 또한 우리의 일부다. 바위, 수풀의 이슬, 조랑말의 체온, 사람 이 모든 것이 한 가족이다”는 것처럼 우리가 표현하는 모든 게 예술이다. 예술은 삶이다.

피카소는 “우리가 새들의 노래를 알아듣지 못하면서 사랑할 수 있듯이 그림 또한 우리를 즐겁게 해 주는 설명될 수 없는 많은 것 중의 하나일 뿐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어떤 것이든 그것에 대해 잘 알지 않고서는 사랑하거나 미워할 수 없는 것이다. 아는 것이 적으면 사랑하는 것도 적다.”고 하였듯이 작가가 작품이라고 주장하는 거나 우리가 작가의 작품을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것도 모두 유의미한 긍정적 착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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