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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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유엔 인권이사회 북한인권결의안 초안의 공동제안국에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 43개국이 이름을 올렸지만 우리 정부는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녕 끝까지 불참이 확인될 경우 이는 현 정부가 북한 인권에 대해 어떤 스텐스를 가지고 있는지를 만천하에 드러내는 결과가 될 것이다. 미국의소리 방송(VOA)은 12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이 전날 제46차 유엔 인권이사회에 북한인권 결의안 초안을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초안에는 EU와 미국 일본 영국 호주 등이 공동제안국에 참여했지만 한국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VOA는 전했다.

한국은 2009년부터 매년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했지만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부터 “한반도 정세 등 제반 상황을 고려했다”는 이유로 공동제안국에서 빠지고 합의문 채택에만 동참해왔다. 정부가 이번 결의안 초안에 이름이 빠졌지만 결의안 채택 전까지 참여 의사를 밝히면 공동제안국에 참여할 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다. 외교부는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 최종 참여 여부에 대한 입장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유엔인권이사회 공동제안국에 최종적으로 불참했을 때도 정부는 결의안 채택 직전까지 “입장이 결정된 바 없다”고 한 바 있다.

다만 올해는 미국이 유엔 인권이사회에 복귀하며 상황이 달라졌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은 인권 문제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8년 인권이사회를 탈퇴한 이후 2019년과 지난해 북한 인권결의안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올해는 이사회에 복귀한 데 이어 3년 만에 다시 결의안 공동제안국에 이름을 올렸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핵뿐 아니라 북한 인권 문제 해결도 강조하고 있다. 정부가 대북정책의 한미 간 긴밀한 조율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결국 불참할 경우 북한 인권에 소극적인 태도로 비쳐 한미 간 정책 조율에 엇박자가 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 인권문제는 인류사회의 쟁점이다. 북한 인권상황은 시대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북한은 노동당 8차대회 이후 부정부패·한류·미신 신봉자·밀수 등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행위자들에 대한 강도 높은 처벌을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간부 강연회를 개최한 것으로 지난 13일 알려졌다. 강연회 이후 전국에서 처형·공개재판 등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척결을 위한 강력한 조치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경제난과 ‘코로나19’ 사태로 흐트러진 사회 기강을 바로잡기 위한 본격적인 숙청에 나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북한 각 지역당에서 열린 간부 강연회에선 “사람들이 퇴폐적인 자본주의사상(한류)에 오염돼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적 행위를 거리낌 없이 감행하는 것을 절대로 방임해 둘 수 없다”며 강력한 한류 근절 방침을 하달했다.

강연회에선 “사람들을 정신 육체적으로 변질 타락시키는 마약범죄, 미신행위가 성행하고 있으며, 범죄전과자, 무직 건달군들 속에서 나타나는 강력범죄행위를 각성있게 대해야 한다”며 “지금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적 행위를 저지르는 자들은 열이면 열, 백이면 백 다 조직생활에 참가하기 싫어하는 자들, 일하기 싫어하고, 놀고먹기 좋아하는 자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 조직들과 근로단체조직들, 정권기관과 법기관에서 우리의 정치사상진지와 계급진지에 파열구를 내고 경제건설에 엄중한 저해를 주고 있는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적 행위들을 무자비하게 짓뭉개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연회 이후 전국에서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척결을 위한 조치가 시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의 대표적 탈북·밀수 지역인 양강도 혜산에선 지난달 21일 코로나 방역 기간 밀수를 강행한 주민들에 대한 공개재판이 열린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는 북한 당국자들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북한 사회가 정녕 자유를 허락하고 인민들이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어도 이른바 ‘타락현상’이 빈발하겠느냐고 말이다. 북한의 모든 범죄는 북한 사회를 철창 없는 감옥으로 만든 노동당 76년 독재의 산물이다. 고로 인민들의 인권을 보장하고 자유를 전면 허용하면 그런 범죄는 자연히 사라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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