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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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른바 ‘방위비’ 문제를 타결 지었다고 발표했다. 5년 다년계약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합의를 했다. 첫해인 2021년엔 13.9% 인상하고 이후에는 국방비 인상률과 연동해 인상률을 결정하기로 했다. 이대로 실행되면 5년 후에는 44% 불어난다. 4600억원의 돈을 미국에게 추가로 퍼준다는 건데 도대체 말이 되는가? 이 돈은 국민의 살이고 피다. 정부에게 국민의 혈세를 미국에게 마구 퍼줄 수 있는 권한을 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일본은 사실상 동결 수준인 연 1.2% 증액에 합의했는데 한국은 왜 연 13.9%로 합의했나? 동결됐다고 주장하는 작년 치를 감안해서 2년 평균을 내도 연 6.95%라는 높은 액수의 인상에 합의했다. 문재인 정부와 외교부는 트럼프와 미국의 협상전략에 말려 작년 3월 ‘13% 인상, 국방비 증가율과 연계’ 방안으로 합의했다. 한국 외교사에 치욕이다. 이를 합리화하기 위해 올해 인상률을 13.9%로 합의했다. 이런 게 바로 외교농단, 국정농단, 주권농단이다.

‘방위비’라는 말은 진실을 호도하는 말이다. ‘주한미군 주둔비’를 ‘방위비’로 둔갑시킨 것이다. 주한미군은 주둔비를 내야 한다. 임차인이 세를 내는 것과 똑같다. 그런데 미국은 세를 안 낼 뿐만 아니라 자신의 생활비까지 임대인에게 강요하는 이상한 임차인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더 이상한 것은 군소리 없이 꼬박꼬박 생활비까지 마련해 주는 한국 정부의 행태이다. 현대판 조공을 의미하는 ‘방위비’ 지급 제도는 즉시 폐지해야 한다.

5년 동안 40% 이상 불어나는 것이라면 그 다음 5년 동안 얼마나 불어날까? 2026년 이후 기존의 연간 국방비 예상증가율 6.1%에 맞춰 계산해 보면 5년 동안 증액 비율은 34%다. 1조 5000억의 34%는 5100억원이다. 2030년엔 한해 ‘방위비’가 2조 100억원에 이르게 된다. 그 다음은 어떻게 될까?

문재인 정부가 지난 2019년 ‘방위비 분담금’을 증액시켜준 비율이 8.1%이다. 2026년 이후 5년 동안 국방비가 계획된 대로 연 6.1%로만 증가하고 ‘방위비’ 증액 역시 6.1%만 증액된다고 가장할 때 2019년 이후 12년이 지난 2030년 한해에 미국에 추가로 퍼주게 되는 액수는 대략 1조 490억원이다. 비율로는 109%다. 끔찍하지 않는가?

문재인 정부가 합의한 대로 2025년까지 증액이 된다면 그 이후에 들어서는 정부 역시 높은 인상률의 증액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문재인 정권이 역사에 씻을 수 없는 매국행위를 저질렀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임기가 1년 여 밖에 안 남은 정권이 미국이 요구하는 다년계약으로 합의하고 그것도 높은 비율의 증액 계획이 잡혀 있는 국방비 증액 비율에 연동하도록 합의한 것은 월권적 행위이다. 국익을 저버리는 행위이고 주권 훼손 행위이다. 민족사에 치욕을 안긴 굴욕적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최근 3년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2018년 1.5%, 2019년 0.4%, 2020년 0.5%이다. 이전처럼 물가상승률만큼 인상하는 걸 고수했다면 미미한 증가에 그쳤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적 공세에 말려 지난해 13% 증액 안에 실무합의까지 했다. 13%안을 꺼낸 것은 줏대가 없어서다. 문재인 정부와 외교부는 뒤늦게라도 13% 인상안이 주권을 파는 행동이라는 것을 인지했어야 했다. 코로나가 여전하고 2019년 이전엔 물가상승률과 연동해서 올린 역사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일본처럼 동결 수준으로 합의하자고 버텼어야 했다. 외교부는 대통령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부서다. 대통령이 외교부를 너무나 신뢰한 나머지 전권을 위임했다고 하더라고 최종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 이번 합의안 역시 최종 책임은 대통령이다. 대통령은 잘못된 합의를 백지화하고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

다행이라면 아직은 정부 간 합의일 뿐이라는 점이다. 국회 비준이라는 절차를 밟아야 하는 만큼 협상안을 백지화시킬 수 있는 길은 남아있다. 국민들이 주권을 발동해서 벌떼 같이 나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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