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벚나무

류순자

적벽돌 본관 앞에서 내일 필 벚꽃망울들 
여중생들의 목소리같이 떠들썩하게 맺혀 있다 

말늘임표로 다닥다닥 붙어 있는 벚꽃망울들 
수다스러운 사춘기의 여중생들처럼 재잘대고 있다 

교복 치마 자꾸 짧게 입으려고 애쓰는 
두리뭉실한 몸매의 아직은 무다리 여중생들이다 

교생 국어선생이 넥타이를 만지기만 해도 
벚꽃망울들 옆 친구에게 눈짓하며 솔 톤으로 웃는다. 

 

 

[시평]

이제 머잖아 벚꽃도 만발할 것이다. 여중생들은 3월 새 학기를 맞아 겨우내 묵혔던 먼지를 털어내고, 밝은 웃음으로 학교로 모여든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 들뜬 목소리로 하하호호 서로 인사를 나눈다. 이런 여중생들의 들뜬 목소리 마냥, 붉은 벽돌 교사 앞 벚나무, 꽃망울을 터트리려고 마악 꽃술을 부풀리고 있다. 봄은, 새 학기는 이렇듯 온통 떠들썩하게 들떠 있다.

이제 사춘기에 들어서는 여중생들. 낙엽 굴러가는 것만 보아도 까르르, 까르르 웃어댄다는 사춘기 여중생들. 비록 그들 두리뭉실한 몸매의 아직은 무다리 여중생들이지만. 그래도 자꾸만 교복 치마 짧게 입으려고 애쓰는 여중생들. 교생 국어선생이 넥타이를 만지기만 해도, 옆 친구에게 눈짓하며 솔 톤으로 웃는 이들 사춘기 여중생들.

봄은, 그래서 맞이하는 새 학기는 나무도, 풀도, 꽃들도, 사람들도 온통 밝고 또 들뜬 목소리로 가득한데, 이 들뜬, 재잘대는, 솔 톤의 이 입에, 코에 마스크를 써야 하는, 그리고는 생활 속 거리 두기를 해야 하는, 화창한 봄날. 그래도 이제 막 입을 때려는 모양으로 다닥다닥 붙어 있는 벚꽃망울들 머잖아 이 봄, 만개할 것이다. 온 천지 환하게 밝히며 만개할 것이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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