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주택시장 추이. (제공: 한국은행) ⓒ천지일보 2021.3.11
가계대출·주택시장 추이. (제공: 한국은행) ⓒ천지일보 2021.3.11

한은 ‘2021년 3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 발표

집값·가계부채 상승에 금융불균형 위험 누적

대출의존도 높은 2030세대 주택 매매거래↑

국내 주식 코로나19 이전 대비 63.9% 급등

코로나 수혜업종 실적 기대에 주가·집값 상승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한국은행이 ‘영끌(영혼을 끌어모아 대출)’ ‘빚투(빚내서 투자)’ 등으로 가계대출의 증가세가 당분간 더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주식·부동산 등이 고공행진하는 것이 금융·경제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세계 각국이 돈을 풀어 경기 부양을 하면서 주요국의 주가·집값이 오른 것과 달리 한국의 가격상승폭이 주요국 대비 훨씬 빠른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한은은 11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2021년 3월)’에 따르면 향후 한국의 가계대출 증가 압력은 주택거래현황, 코로나19 관련 자금 수요, 개인의 차입투자 증가세 등에 비춰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례로 주택가격은 지난해 12월 상승폭이 크게 확대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가격상승에 대한 기대로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전세 가격도 지난해 6월 이후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주택관련 대출 증가요인으로 완화적 금융여건 지속에 대한 기대, 주택 매매·전세 거래 수요, 대출 의존도가 높은 30대 이하 주택 매매거래 비중 확대 등을 꼽았다. 이외에도 기타대출도 주식투자를 위한 차입수요, 코로나19 관련 생활자금 수요 등을 고려할 경우 증가세가 줄어들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2030세대의 서울·수도권 주택거래 비중은 2018년 1분기엔 29.1%에 불과한데 반해 지난해 3분기 34.3%로 다른 세대에 비해 제일 비중이 높았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03조 1000억원으로 전월(996조 4000억원) 대비 6조 7000억원 증가하면서 1000조원대에 진입했다.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년 대비 8.5% 증가하면서 2004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아울러 이사철 및 부동산 이슈로 주택담보대출이 7조 7000억원 증가했고,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도 1조 8000억원 늘었다.

한은은 주택 가격 오름세와 가계부채의 가파른 증가세로 금융불균형 위험이 누적되는 만큼 향후 통화정책 운영에서 금융불균형 위험 누적 가능성에 유의해 금융안정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요인모형 분산분해 추정 결과. (제공: 한국은행) ⓒ천지일보 2021.3.11
요인모형 분산분해 추정 결과. (제공: 한국은행) ⓒ천지일보 2021.3.11

또한 한은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실물경제에 비해 주식·부동산 등의 자산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는 점에 대해 우려했다. 미국·영국·독일·프랑스 등 주요국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상승세이나 한국의 경우 상승속도가 상당히 빠른 편이라는 것이다.

한은의 통화신용정책보고서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2019년 4분기 대비 국내 주택가격 상승률은 실거래가 기준 9.3%를 기록했다. 동기간 각국의 주택가격 상승률은 미국 6%, 독일 5.4%, 캐나다 4.8%, 프랑스 3.8%, 영국 3%, 일본 –0.9%로 집계됐다.

한국의 전년 4분기 대비 2019년 4분기 주택가격 상승률은 0.9%, 2018년 4분기는 2.2%였으며 ▲미국 5.4%, 5.8, ▲독일 6.4%, 6.1% ▲캐나다 1.4%, 2.8% ▲프랑스 3.9%, 3.2% ▲영국 0.6%, 2.4% ▲일본 0.9% 2.5%였다. 이는 한국의 2018년과 2019년 주택가격 상승률이 이들 국가보다 오히려 낮거나 비슷했던 것과 달리 지난해 크게 뛰어오른 것이다.

주식가격 역시 지난해 3월말 대비 12월말 기준 63.8% 뛰어올랐다. 이는 대만(51.8%), 일본(45.1%), 미국(39.6%), 독일(38.1%), 캐나다(30.3%), 프랑스(26.3%), 홍콩(15.4%) 등의 주식 상승세에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큰 폭이다.

주택가격이 주요국에 비해 크게 뛰어오른 현상은 전세계 공통적으로 완화적 재정·통화정책, 경기회복 기대감, 경제 주체의 자산가격 상승 기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을 비롯, 미국과 유로지역, 일본 등 주요국은 코로나19 확산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초저금리와 유동성 확대 기조를 지속했다. 또 한은이 지난해 3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0.50%로 인하한 영향도 있다.

주가가 ‘껑충’ 뛰어오른 요인으로는 코로나19 수혜업종의 실적개선 기대와 상장기업에 미친 코로나19 충격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던 점을 꼽았다. 코로나19 진단 검사와 백신 개발 기대감 등에 힘입어 전기전자, 화학, 의약품 등 코로나19 수혜 업종의 실적개선에 대한 기대가 크게 높아졌다는 것이다.

한은은 “최근 주택가격 상승에는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 전세 가격 상승 등의 요인이 작용했다”며 “수도권 중심으로 준공 후 미분양이 감소하는 등 신규 주택에 대한 수요가 견조한 가운데 신규 아파트 공급 축소, 주택 가격 추가 상승 기대에 따른 매물 감소 등으로 향후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2018년 46만1000호, 2019년 41만6000호, 2020년 35만7000호로 계속해서 감소하는 추세다. 올해 역시 28만1000호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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