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으로 서측 차로가 폐쇄된 가운데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사직로 일대가 출근길 차량으로 정체를 빚고 있다. ⓒ천지일보 2021.3.1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으로 서측 차로가 폐쇄된 가운데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사직로 일대가 출근길 차량으로 정체를 빚고 있다. ⓒ천지일보 2021.3.10

교통체증에 운전자 ‘불만’… 버스승객‧보행자 ‘불편’

[천지일보=양효선 기자]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종대로 절반이 폐쇄된 지 나흘째인 지난 9일 광화문 광장 일대를 지나는 시민들은 바뀐 시스템에 적응하느라 불편을 겪었다.

광장을 경계로 갈라져 양방향 통행하던 세종대로 절반이 폐쇄됐다. 중앙 광장은 공사 차량의 아스팔트 제거 작업이 한창이었다.

앞서 서울시가 총 예산 791억원을 들여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를 오는 11월까지 도로 개편과 새로운 광장 조성을 강행했다.

세종대로에서 사직로 방향으로 좌회전하는 차와 우회전하는 차가 부딪칠 위험이 매우 커졌다. 동쪽 도로는 양방향 도로로 바뀌어 왕복 7~9차로로 줄었다.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작업하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 2021.3.10
[천지일보=양효선 기자]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작업하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 2021.3.10

도로 폐쇄를 알지 못하고 진입한 차들은 평소처럼 왼쪽 도로로 우회전 하다가 교통 경찰에 제지를 받았다. 교통 체계를 처음 겪는 운전자들은 큰 혼란을 겪었고 좁아진 보행로를 걷는 시민들은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9일 오전 사직로, 자하문로 등 광화문광장 인근 도로의 통행속도는 평소보다 10%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전 9시 30분 기준 경복궁역에서 정부서울청사로 가는 구간과 정부중앙청사별관에서 서울청사로 가는 구간은 각각 시속 15㎞, 시속 10㎞로 정체됐다.

사직공원에서 경복궁역 방향으로 향하는 사직로의 통행속도는 7.9㎞로 느렸고, 정부서울청사에서 광화문을 향하는 길도 10.8㎞로 차들이 속도를 내지 못했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3월 8일 오전 광화문 광장 교통체계 개편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3.10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지난 8일 오전 광화문 광장 교통체계 개편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제공: 서울시) ⓒ천지일보 2021.3.10

하지만 시는 세종대로 전 구간 평속도를 분석한 결과 시속 25.2㎞ 수준으로 평소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는 입장이다.

시는 사직로 등 광화문 서측 방향은 광화문 광장 조성단계부터 교통 정체가 극심할 것이라 예상됐다며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면서 추가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지난 6일부터 서쪽 도로 폐쇄로 인해 출‧퇴근 시간대 일대 도로가 정체되고 사직로 구간 경복궁역 근처 버스와 차량들이 연이어 꼬리를 물면서 차량 흐름이 원활하지 않았다.

현재도 출‧퇴근 시간 교통 정체로 인한 불만이 높은 상황에서 공사 구간이 확장되면 시민들이 겪게 될 불편은 지금보다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를 해소하기 위한 서울시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버스를 기다리는 승객들과 시민들이 함께 이용하는 좁은 보행로. ⓒ천지일보 2021.3.10
[천지일보=양효선 기자] 버스를 기다리는 승객들과 시민들이 함께 이용하는 좁은 보행로. ⓒ천지일보 2021.3.10

기존 세종문화회관 앞에 있던 정류장은 모두 광화문 광장 동측으로 약 60~70m 이동해 자리를 옮겼다.

이 지역을 운행하는 버스의 승객이나 보행자들은 이날까지 겪은 불편함을 호소했다.

원래 세종문화회관 앞 버스 정류장에서 스쿨버스를 탑승했던 강수연(가명, 21)씨는 “지금 학교 가는 버스정류장을 찾아야 하는데 어디로 가야하는지 몰라서 헤매고 있다. 너무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기존 통학 버스정류장은 여기에 있었다. 그런데 지금 이동 안내문이 서 있긴 한데 어떻게 가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교통안내문. ⓒ천지일보 2021.3.10
[천지일보=양효선 기자] 버스정류장 임시 이전안내. ⓒ천지일보 2021.3.10

이어 “평상시 굳이 이렇게 공사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공사가 시작되고 이동 동선이 많이 불편해졌다”며 “보행로가 좁아지니까 ‘사회적 거리두기’를 못하는 상황이 돼 (감염) 걱정도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본지 기자가 광화문광장을 현장 취재한 결과, 팬스가 있는 옆으로 시민들이 다니는 보행로 폭이 턱없이 좁아졌다.

좁은 보행로. ⓒ천지일보 2021.3.10
[천지일보=양효선 기자] 광화문광장 맞은 편 동측 좁은 보행로. ⓒ천지일보 2021.3.10

보행안전 도우미는 “제가 서 있는 여기보다 저 외교부 위쪽 사거리에서 진로 안내판을 세워 놓으면 좋을 것같다”며 “유턴하는 이곳에서 혼란스러워 하는 운전자들이 불편을 얘기하는데 앞으로 공사 구간이 넓어지면 어떻게 될까 싶다”고 걱정했다.

이어 그는 “혼자서 교통 정리 업무를 보고 있는데 화장실이 먼 곳에 있어 상당히 힘들다“며 “이날 오후 서울시 공사 관계자가 다녀갔는데 제가 현장에서 일하며 느낀 바를 모두 전달했다. 안내요원이 저 사직로8길부터 세워져야 운전자들이 혼란스러워 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광화문광장 교통안내문. ⓒ천지일보 2021.3.10
[천지일보=양효선 기자] 광화문광장 버스정류소 이전 안내. ⓒ천지일보 2021.3.10
광화문광장 통행안전도우미. ⓒ천지일보 2021.3.10
[천지일보=양효선 기자] 광화문광장 통행안전도우미의 도움으로 길을 찾고 뛰어가는 시민. ⓒ천지일보 2021.3.10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세종대로를 방문해 “교통체계가 바뀌면서 초반 혼란과 정체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조속히 교통체계가 안정화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지난 6일 이후 광화문 광장 동측 도로 패쇄 이후 광장 인근에서 근무하는 직장이나 오랜만에 방문한 시민들은 예상치 못한 공사 현장을 보고 놀라는 모습이었다.

현장에 투입돼 일하고 있는 안내도우미는 “오전부터 활동하고 있는데 매일 이 길을 다니시는 분은 당황하진 않는 것 같고, 출근 시간에 지각하신 분들과 다리가 불편한 할머님들이 당황해한다”고 말했다.

동쪽 도로로 이동된 버스정류장. ⓒ천지일보 2021.3.10
[천지일보=양효선 기자] 광화문광장 동쪽 도로로 이전된 버스정류장. ⓒ천지일보 2021.3.10

한편 세종대로 중앙선이 없어지고 지금보다 더 탁트인 공간으로 시민들에게 돌아온다며 반기는 시민들도 있었다.

용인으로 가는 광역버스를 기다리던 유정민(가명, 30)씨는 “도로 폐쇄 소식을 접하지 못했고 미팅을 마치고 돌아가려고 버스정류장에 갔는데 바뀐 것을 알게 됐다”며 “길 안내문과 지시하는 화살표를 따라 오니까 크게 불편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엔 화가 날 뻔했는데 찾아올 수 있게 ‘최소한의 안내’를 하고 있어서 괜찮았다”고 했다.

언론매체 고문인 임중섭(가명, 40대)씨는 “시민들이 모이는 것을 허용한 ‘세계의 광장 문화’ 공간이라는 측면에서 시민공간이 만들어지니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 선출된 서울시장이 선출되더라도 광장 계획은 바뀌지 않을 것 같다”며 “이미 시 예산과 계획이 정해진 순서대로 진행돼 온 것인데 시장이 바뀐다고 또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광장 인근 직장인 오충근(가명, 30대)씨는 “오세훈 前 시장 당시 놓았던 ‘보도 블럭’이 엉망이라 한번 바꿔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서울시 관계자는 이날 오후 광장 일대를 순회하며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교통 상황에 즉각 대처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시는 폐쇄된 왼쪽 도로에 대해 내달까지 발굴조사를 마무리하고 5월부터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가 오는 11월 마무리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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