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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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겼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LH 사태가 터지면서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터질 것이 터졌다는 분위기다.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하는 공직자들이 보상이익을 노리고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수법으로 투기행각을 벌인 데 대해 그나마 문재인 정부를 지지해왔던 사람들도 등을 돌리는 모양새다.

특히 문 정부 기간 동안 폭등하는 집값에 애를 태워온 무주택자들과 서민들, 청년들은 울분을 토하고 있다. 더 이상 기대도 희망도 없는 듯 낙담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25번이나 부동산 정책을 내놨던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감을 넘어 문 정부가 추구하는 도덕성과 진정성마저 의심하게 만드는 사건으로, 파면 팔수록 계속 나오는 것 아니냐는 추정까지 할 수 있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일부 직원들이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광명시흥지구에 100억원대 토지를 매입했다. 여기에 지난 4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LH 소속 직원이 투기를 옹호하는 글을 올려 기름을 부었다. 이 직원은 “LH 직원이라고 부동산 투자하지 말란 법 있나” “내부정보를 활용한 투기인지, 공부를 토대로 한 투자인지는 법원이나 검찰에서 판단할 사안” 등이라고 주장해 공직기강 해이를 넘어 도덕 불감증 수준을 보여줬다.

LH사장을 지낸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발언은 국민을 더욱 분노케 했다. 변 장관은 “LH 직원들이 개발 정보를 미리 안 것도 아니고 이익 볼 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도덕성과 공공의 이익을 외친 문 정부에 치명타를 안겼다. LH 한 간부는 2017년부터 다른 LH 직원들과 함께 광명·시흥의 땅 42억원 어치를 매입했다고 한다. 이 땅들은 모두 광명시흥신도시 후보지로 최근 지정됐다. 이 간부는 오랫동안 LH에서 토지보상업무를 했다. 그야말로 해당 분야 전문가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해당 지역에 미리 땅을 산 직원들은 100억원에 이르는 땅 쇼핑을 60%까지 대출로 충당하는, 일반인은 거의 불가능한 일을 해냈다. 가까운 미래에 토지 보상을 확신한 듯 보상가격이 높은 희귀수종 묘목 키우기 등 전형적 투기꾼들이 사용하는 수법을 대거 동원했다. 광명시흥지구에 LH 직원과 관련한 제보들이 잇따르고 있다. 땅에 투기한 LH 일부 직원들은 LH 얼굴에 먹칠을 했다. 농민단체들은 LH 일부 직원들이 투기한 땅 99%가 농지였다며 농지 투기를 차단할 대안을 만들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청년들은 크게 한숨을 내쉬고 있다. 공정함을 외쳤던 문재인 정부 기간 동안 덮었다하면 터지는 공직자들의 비리에 크게 실망한 모습이다. 열심히 일해 한푼 두푼 모아 집을 사려했던 청년들은 한순간 바보가 되는 느낌을 받았다. 묵묵히 일만 하는 사람들이 바보가 되는 불합리한 세상을 이번 땅에 투기한 LH 일부 직원들이 증명했다. 공공기관 직원들의 투기는 언젠가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사람들에게 대못을 박았다. 이번 사건으로 취임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변창흠 국토부 장관의 사퇴론도 거론되고 있다.

공직자들이 부동산 개발사업의 내부정보를 이용해 땅 투기를 하는 사례까지 확인되면서 문재인 정부는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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