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실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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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부산시장 보궐 선거일이 한 달이 채 남지 않았고 게다가 20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대선일 1년을 앞둔 시기에 정치권이 크게 들썩이고 있다. 다름 아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그 직을 사퇴하자마자 곧바로 대선주자 지지율 1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앞으로 정치계에 나설지 알려지진 않았지만 정치권에서는 정치 입문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그렇게 예측되는 입장에서 여당에서는 4.7보궐 선거를 앞둔 시기에 문재인 정권에 찬물을 끼얹고 대통령의 레임덕 현상을 가속화시키지 않을까 우려해 윤 전 총장 깎아내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중이다.

반면 야당에서는 대선 주자 반열을 굳힌 윤 전 총장이 ‘반문(反文) 선봉장’으로 탄생한 듯 반기고 있다. 이미 알려진 대로 윤 전 총장은 검찰총장 시절 정의감에서 문 정권의 비리를 파헤치다 숱한 곤욕을 치렀다. 문 정권 인사들에 의해 끝내 식물총장의 위기까지 내몰리면서도 굳건하게 대한민국의 헌법질서를 지키고 우리사회의 공정, 상식,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노력해왔던 그 결기와 행동들을 잘 알기에 야당과 국민들은 윤 전 총장에게 무한 신뢰를 보내며 그가 정치에 입문해 국민눈높이에 맞게 나라기강을 제대로 세워달라는 기대감을 갖는 것이다.

최근 정부․여당이 보궐선거 전략상 가덕도신공항특별법을 통과시킨 데다가, 코로나 제3 유행기를 빌미로 재난지원금 살포 등으로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 국민의당은 사회여론이 여권에 유리하게 전개될 시기에 검찰총장 사퇴 발언이 터져 나왔다. 그런 만큼 현재 뉴스거리는 재난지원금 살포나 가덕신공항 건설이 아니라 ‘자연인 윤석열’의 일거수일투족에 맞춰져 있고, 때문에 여당에서는 윤석열 붐이 태풍이 될까봐 전전긍긍하면서 인격권까지 해치면서까지 평가저하하고 있다. 한 마디로 개인의 정치적 야망으로 공직을 사퇴했다고 비난 퍼붓기에 바쁘다.

그렇다면 윤석열 전 총장이 임기 보장된 검찰총장직에서 왜 사표를 냈을까? 보는 시각에 따라 평가가 다르겠지만 평소 헌법정신을 강조하고 법과 원칙을 신봉했던 윤 전 총장이 또 다른 공명을 위해서, 개인적 이익을 위해서가 아님은 분명하다고 하겠다. 공정과 상식, 정의가 무너진 문 정권하에서, 그것도 정권 비리를 캐지 못하도록 자신을 식물총장을 만든 것도 모자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까지 시도해 족쇄를 채우려는 마당에 윤 전 총장은 더 이상 검찰총장으로서 한계를 느꼈을 것이다. 그러기에 그는 검찰 조직을 위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사법정의를 유지하기 위해, 국민검찰 조직체를 온전히 수호하기 위해 결단한 게 아닐까.

여야 정치권 등에서 마구잡이 찍어내는 윤석열 전 총장에 대한 평가는 정확하지도 않고 중요하지가 않다. 자기당 입장에서 유․불리를 따져서 하는 말들이니 당연히 아전인수(我田引水) 격이나 다름없다. 문제는 윤 전 총장이 ‘추-윤 갈등’ 때부터 평소 신념으로 말해왔고, 총장 사퇴시 천명한바 대로 그 약속을 언제부터 지킬까하는 일이다. 윤 전 총장은 재직시에 어려운 고비 때마다 대국민 선언을 한바, 지난해 12월 1일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 직무정지 명령이 있었던 당시, 집행정지 가처분이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져 총장 직무에 복귀했을 때 “헌법 정신과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지난 4일에는 문 정권 비리 파헤치기에도 주저함이 없었던 관계로 여권으로부터 두루 압박 받고 식물총장화 시킨 상태에서는 더 이상 검찰총장직 수행이 어렵다고 판단한 그는 사퇴를 결심하고 문 정권을 강하게 비판했다. 즉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 이 사회가 어렵게 쌓아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연인이 돼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던 윤 전 총장이다.

윤 전 총장이 여론조사 등에서 차기 대선 후보자로 굳어진 판세에서 그는 정치의 변수가 아니라 상수(常數)가 됐음은 명백한 일이다. 그러나 여야 정치인들을 비롯한 호사가들은 “(정치적 기반이 없는 그가) 당장에 나서기가 곤란하다”거나 “4.7보궐선거 이후가 되지 않겠는가” 시점을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은 이미 문 정권의 희생자로 부각됐고, 다중으로부터 반문(反文) 선봉장으로 기대되는 마당에 의외로 빠른 시기에 국민 현장에 나설 여지는 있다.

당장 정치현장에서 정치를 한다기보다는 그가 오랫동안 생각해왔듯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일’은 얼마든지 있다. ‘보수와 진보’ 이념 편 가르기가 아니라 문 정권하에서 무너진 법치와 공정에 대해 국민에게 알리고, 국민단합을 위해 국민 편에 서는 것은 가능한 일이다. 혹자들은 윤석열 전 총장의 정치력에 의문을 품지만 정의의 사도로서 오로지 국민 편이라면 애써 ‘별의 순간’ 포착이 아닌 자연스런 새 지도자 탄생은 시간문제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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