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서울 강남구 LH공사 서울지역본부의 모습. ⓒ천지일보 2021.3.4
사진은 서울 강남구 LH공사 서울지역본부의 모습. ⓒ천지일보 2021.3.4

감사원 감사 병행 목소리 고조

배우자 친인척 등 조사는 안해

‘반쪽 조사’로 그칠 가능성 커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수습을 위해 신도시 관련 부처와 공기업, 지방자치단체 등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에 나섰지만, 허점이 많아 신뢰를 보장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1차 조사 결과 발표를 예고했으나, 조사의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강도 높은 수사나 감사원의 감사가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9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신도시 관련 부처와 공기업, 지자체 관련 부서 공무원 본인과 배우자, 직계존비속으로 조사 대상을 제한했다. 방계인 형제·자매와 배우자 쪽 부모·형제·자매는 조사 대상이 아니다. 이에 이번 조사가 ‘반쪽 조사’로 그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조사를 위해서는 당사자들에게 일일이 개인정보 수집·이용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응하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 이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될 수 있기 때문에 조사를 확대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형제·자매나 배우자 쪽 친인척을 조사하지 않고는 전수조사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정부는 필요할 경우 공직자의 형제나 4촌, 지인 등으로 조사 대상을 얼마든지 확대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신도시 관련 공직자와 배우자의 친인척을 모두 조사한다고 완벽한 조사가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진짜 투기꾼들은 자신의 신분을 가리기 위해 차명이나 법의 명의로 투자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특히 부동산 업자에게 정보를 알려준 뒤 법인 명의로 투기하는 수법이 자주 동원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수사 당국이 돈의 흐름을 쫓아 투기적 거래가 의심되는 혐의를 파헤쳐야 실체 규명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참여연대·민변은 최근 낸 논평에서 “정부의 전수조사 결과에 대한 전국민적인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의 합동조사단 조사와 별개로 수사기관의 강제수사나 감사원의 감사 등도 병행되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전수조사 대상을 신도시 담당 부서 공무원으로 했는데, 조사 범위가 너무 좁다는 지적이 많다. 토지, 건축 관련 비리는 중앙부처보다 실무를 맡은 지자체 토착 공무원들이 저지를 수 있는 환경이어서 조사 범위를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의 ‘셀프 조사’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의 전수조사 대상에는 LH 직원뿐 아니라 국토부 직원들도 포함돼 자칫 ‘제 식구 감싸기’와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를 의식해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8일 LH 임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과 관련해 경찰은 물론 국세청과 금융위원회 등이 참여하는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하라고 지시했다. 정 총리는 차명 거래나 미등기 전매 등 개발지역에서의 모든 불법, 탈법적 행위를 철저히 수사하라고 주문했다.

정부는 1차 조사 결과가 투기적 거래가 의심되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여기엔 국세청, 금융위원회 등도 참여한다. 이렇게 되면 계좌추적 등을 통해 차명거래, 미등기 거래로 수사 대상 범위가 넓어질 것이라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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