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투기사건 공개적으로 비판
尹 사퇴 직후 지지율 고공행진
제3지대에서 입지 다져갈 듯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대선 1년을 앞두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장외정치에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이 최근 국민적 분노를 사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투기 사건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윤 전 총장이 사표 수리 사흘 만에 내놓은 첫 발언이라서 관심을 모았다.
그는 지난 7일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공적 정보를 도둑질해 부동산 투기하는 건 망국의 범죄”라며 “이런 말도 안 되는 불공정과 부정부패에 얼마나 많은 국민이 분노하고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검찰의 직접수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당초 윤 전 총장이 4.7재보궐선거 전까진 잠행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이런 관측을 깨고 부동산 현안에 대해 공개적인 발언을 내놓은 것이다.
현재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에 따른 부동산 민심은 악화일로다. 여론의 휘발성이 큰 부동산 현안을 언급한 데 대해 앞으로 주요현안 전반으로 메시지를 내놓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이는 윤 전 총장이 재보선 전까지 장외정치에 나설 것이란 관측과 맞물린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이) 지지율 추이 등을 보면서 제3지대에서 입지를 다져갈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재보선 이후 본격적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사퇴 직후 급상승했다는 점도 향후 행보에 무게감을 더한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를 받아 지난 5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23명을 대상으로 한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윤 전 총장이 32.4%로 선두에 올랐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4.1%로 2위,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14.9%로 3위를 차지했다.
리얼미터가 문화일보 의뢰로 지난 6~7일 진행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에서도 윤 전 총장이 28.3%로 오차범위 내에서 22.4%를 기록한 이 지사에 앞섰다. 이 대표는 13.8%를 기록했다.
이런 지지율 추이를 두고선 전망이 다소 엇갈린다. 여권은 윤 전 총장이 향후 본격적인 검증대에 오르고, 차기 대선주자의 역량을 보이지 못할 경우, 지지율은 거품처럼 하락할 수 있다고 봤다. 반면 야권은 윤 전 총장이 야권의 차기 대선주자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윤 전 총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지난 1년 6개월 동안 검증됐다”며 “재보선이 또 하나의 분수령이 되겠지만, 윤 전 총장 지지율의 고공행진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재보선 전까지 강연 등을 통해 존재감을 부각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게다가 재보선 이후에는 야권의 대대적인 개편이 예상된다. 이때 ‘정권심판’의 상징으로 꼽히는 윤 전 총장이 제3지대를 통한 중도·보수 세력을 껴안는 데 집중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