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내집 마련 꿈 짓밟혀”
표지석에 ‘투기공사‘ 내걸어
직원들·건물 ‘계란봉변’ 당해
“국토부·농식품부장관 사퇴”
전체 농지로 조사 확대 촉구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신도시가 들어설 부지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사들였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전국농민회 부산경남연맹과 시민단체가 8일 LH 진주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에 대한 대책을 촉구했다.
이날 활빈단이라고 밝힌 시민단체 대표는 “집값 폭등에 코로나까지 겹쳐 힘겹게 살아가면서도 내집 마련 꿈을 이뤄보려는 서민들을 대신해 이 자리에 섰다”면서 더러움을 씻는 락스와 천일염을 회사를 대표하는 표지석에 흩뿌리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어 농민들은 성명서 발표에 앞서 “예전 LH 진주 본사 부지는 자연마을 농경지·임야로 구성된 농촌지대였다“며 “혁신도시로 선정되면서 땅값이 치솟고 투기꾼들이 몰려와 활개 쳤던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기자회견을 열려니 복잡한 감정이 치민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들 농민들은 “우리나라가 투기공화국이라는 현실을 방증한 이번 사건으로 공정과 공평을 갈망했던 국민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며 “농민들도 LH 직원들이 투기한 땅 중 99%가 농지라는 사실에 분노하며 만만한 것이 ‘농지’라는 점에 망연자실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농민들은 이어 LH 본사임을 알리는 표지석에 ‘LH한국농지투기공사’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두르고 준비한 계란을 내던지며 분노를 표출했다.
이들은 ‘땅투기 관련 요구서’를 들고 “LH는 농지소유 직원 전면 공개하고, 농민에게 석고대죄하라. 범죄행위 두둔하는 자격 없는 국토부장관은 즉각 사퇴하라” 등을 외치며 본사건물 입구까지 행진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진입을 막는 경찰·LH 직원들과 몸싸움과 고성이 오가는 등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LH 총무처장과 부장을 비롯한 직원들은 저항을 뚫으면서 분노가 한층 끓어오른 농민들의 계란 투척에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이어 농민들은 격앙된 분위기 속에서 본사 국기 게양대에 ‘농지투기공사’라고 적힌 깃발을 게양하며 건물 벽에 남은 계란 수십여개를 마구잡이로 내던지며 분노를 터뜨렸다.
농민들은 “헌법 121조는 경자유전(농사짓는 사람만 땅 소유)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지만 현행법에는 빈틈이 있다”며 “이를 악용해 LH 직원이 ‘토지 경매 1타 강사’로 나서 비농민이 농지를 소유하는 방법을 친절하게 알려주고 투기꾼들과 농업법인을 설립해 대규모 투기를 벌여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사료작물 포함 식량자급률이 22%밖에 안 되는 식량수입국”이라며 “식량의 보고인 농지는 절대 투기대상이 돼선 안 되며 비농민의 농지소유는 엄격히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농지를 관리·감독하는 농식품부가 정부조사단에 빠져선 안 된다. 조사에 꼭 포함돼 행정조치를 해야 한다”며 “조사지역과 범위도 LH 직원과 관련 지자체의 3기 신도시로 한정할 것이 아니라 전체 농지소유로 넓히는 등 전면조사를 펼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총괄책임자로서 내부정보에 의한 부당이익을 취하려 한 투기 관련자들을 비호한 자격 없는 변창흠 국토부장관은 즉각 사퇴해야 하며 농지관리의 책임을 수수방관한 무능하고 무책임한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도 경질하라”고 규탄했다.
이들은 이날 ▲농지법 전면 재개정 ▲국토부장관 즉각 사퇴 ▲농식품부장관 경질 ▲농지소유 LH직원 전면 공개 ▲농민에 대한 공식사과 ▲투기꾼 소유농지 즉각 몰수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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