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감원장 ⓒ천지일보 DB
윤석헌 금감원장 ⓒ천지일보 DB

윤석헌 “밑에서 문제없다 보고해”

수석부원장 “부원장보에게 일임”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금융감독원 노동조합이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에게 ‘자진사퇴’를 요구하면서 인사 문제 책임을 두고 팽팽한 기싸움이 펼쳐지고 있다.

채용 비리 연루 직원의 승진 인사와 관련해 실질적인 책임 소재를 두고 윤석헌 원장이 노조 달래기에 나섰지만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8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금융감독원지부는 ‘누구인가? 누가 인사를 하였어?’란 제목의 소식지를 내고 윤 원장과 면담한 내용을 공개했다.

금감원 노조에 따르면 지난 5일 윤 원장은 사전 연락도 없이 노조 사무실을 방문했다. 지난 3일 노조가 ‘거취를 밝혀달라’고 요구한 시한에 맞춘 것이다. 윤 원장은 이들에게 “국장 인사만 신경썼지, 팀장 이하는 밑에 맡겼고 문제없다 해서 그런 줄 알았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노조는 이번 인사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윤 원장은 자신도 몰랐다고 주장하지만 수석부원장의 말을 들어보면 그런 것 같지 않다”며 “수석부원장은 인사시행 전에 노조에 2번이나 ‘자신은 금감원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내부사정을 잘 모르니 A부원장보에게 일임하겠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A부원장보는 전임자의 고과위주, 기계적 인사문제를 지적하는 노조에게 “한 번 믿어 달라. 합리적인 인사를 하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번 인사가 A부원장보의 작품인지, 원장의 독단인지 진실은 알 수 없으나 결국 최종 책임자는 윤 원장”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금감원 정기인사에서 채용 비리와 연루됐던 임직원 2명이 각각 팀장과 부국장으로 승진했다. 노조는 이에 반발했지만 금감원은 이미 과거에 승진 누락 등 제재를 받았기에 이번에는 관련 기준과 절차에 따라 승진한 입장이다.

아울러 윤 원장이 면담 당시 인사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 제시한 ‘인사 테스크포스(TF)’는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채용비리 가담자들 덕분에 아무 잘못도 없이 승급제한을 당한 직원들은 언제까지 승급을 못 해야 하냐는 질문에는 윤 원장은 ‘인사TF를 만들겠다’고 황당한 답을 내놨다”며 “승급 적체 문제를 3년 가까이 방치하다 갑자기 TF를 만들겠다니 회사에 얼마나 관심이 없으면 이런 말을 할까”라고 반문했다.

이들은 이번 정기 인사가 ‘역대 최악의 인사’라며 채용 비리 가담자에 대한 무리한 승진, 핵심부서 6년 연속 근무, 노골적인 라인 만들기, 2~3년 주기 순환배치 원칙 무시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반칙이 공정인사로 포장되며 난무했다고 일갈했다.

더불어 윤 원장이 (이번 인사 문제에 대해) 자신도 속았다고 주장하지만 수석부원장의 말을 들어보면 그런 것 같지 않다며 "수석부원장은 노조에 2번이나 '금감원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내부사정을 잘 모르니 (기획·경영 담당) 김종민 부원장보에게 일임하겠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윤 원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면서 버티면 무사히 퇴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고한 금감원 노조는 “이번 인사 문제를 시리즈로 지적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이들은 사정당국을 찾아 법적 대응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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