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와당 연구가
고구려 고분 벽화에는 이들의 주 신앙이었던 해와 달 신이 많이 등장한다. 그런데 건축물에 사용했던 벽돌에도 해달 신을 소재로 한 유물이 출토되고 있다. 여기에 소개하는 벽돌은 지난 40회 소개된 ‘악무전(樂舞塼)’과 크기가 비슷해 같은 유적에서 출토된 것으로 짐작된다.
왕도였던 지안에 있는 6세기 벽화고분인 오회분 5호묘와 오회분4호묘 벽화에는 해와 달뿐만 아니라 각기 해 달을 머리 위로 받쳐 든 해신(남)과 달신(여)이 그려져 있다. 이 해신과 달신은 위는 사람이고 아래는 복희, 여와 형상이다.
해신은 다리가 세 개인 삼족오가 그려진 태양을 머리에 이고, 달신은 두꺼비가 그려진 달을 머리에 이고 있다. 이 벽돌에도 똑같은 형상을 보여준다. 고분 벽화는 채색으로 장엄하게 그린 것이 특별하다.
두꺼비는 달을 상징한다. 서왕모의 불사약을 훔쳐 먹고 달아난 항아(姮娥)라는 여자가 선녀가 되어 달 속으로 들어가서 두꺼비가 됐다고 하는 전설이 있다. 이로 인해 두꺼비는 달을 상징하는 동물이 됐다.
해와 달신은 누구를 가리키는 것일까. 고구려의 시조 주몽의 아버지 해모수는 해신, 어머니 유화는 달신에 비유된다. 유화는 본래 압록강(우발수) 부근에 살았던 소국의 여 부족장으로 북부여에 인질로 잡혀 해모수의 아들인 주몽의 탈출을 도와 고구려를 건국시켰다.
이 벽돌은 장방형으로 가운데를 2등분해 구획하고 그 안에 서로 대칭으로 바라보는 해, 달신을 배치했다. 해신의 하체는 비늘이 선명한 용모양이며, 달신은 날개가 있는 봉황의 모습이다. 해신은 눈이 크게 불거진 상인데 비해 달신은 갸름한 여성의 얼굴이다. 여신에 비해 남신이 더 크고 역동적이다.
사각의 굵은 테에는 사선의 음각선이 있다. 색깔은 적색이며 모래가 섞인 경질이다. 31X14.5㎝, 두께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