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와당 연구가

고구려 고분 벽화에는 이들의 주 신앙이었던 해와 달 신이 많이 등장한다. 그런데 건축물에 사용했던 벽돌에도 해달 신을 소재로 한 유물이 출토되고 있다. 여기에 소개하는 벽돌은 지난 40회 소개된 ‘악무전(樂舞塼)’과 크기가 비슷해 같은 유적에서 출토된 것으로 짐작된다.

왕도였던 지안에 있는 6세기 벽화고분인 오회분 5호묘와 오회분4호묘 벽화에는 해와 달뿐만 아니라 각기 해 달을 머리 위로 받쳐 든 해신(남)과 달신(여)이 그려져 있다. 이 해신과 달신은 위는 사람이고 아래는 복희, 여와 형상이다.

해신은 다리가 세 개인 삼족오가 그려진 태양을 머리에 이고, 달신은 두꺼비가 그려진 달을 머리에 이고 있다. 이 벽돌에도 똑같은 형상을 보여준다. 고분 벽화는 채색으로 장엄하게 그린 것이 특별하다.

두꺼비는 달을 상징한다. 서왕모의 불사약을 훔쳐 먹고 달아난 항아(姮娥)라는 여자가 선녀가 되어 달 속으로 들어가서 두꺼비가 됐다고 하는 전설이 있다. 이로 인해 두꺼비는 달을 상징하는 동물이 됐다.

해와 달 방형전 (제공: 이재준 와당연구가) ⓒ천지일보 2021.3.8
해와 달 방형전 (제공: 이재준 와당연구가) ⓒ천지일보 2021.3.8

해와 달신은 누구를 가리키는 것일까. 고구려의 시조 주몽의 아버지 해모수는 해신, 어머니 유화는 달신에 비유된다. 유화는 본래 압록강(우발수) 부근에 살았던 소국의 여 부족장으로 북부여에 인질로 잡혀 해모수의 아들인 주몽의 탈출을 도와 고구려를 건국시켰다.

이 벽돌은 장방형으로 가운데를 2등분해 구획하고 그 안에 서로 대칭으로 바라보는 해, 달신을 배치했다. 해신의 하체는 비늘이 선명한 용모양이며, 달신은 날개가 있는 봉황의 모습이다. 해신은 눈이 크게 불거진 상인데 비해 달신은 갸름한 여성의 얼굴이다. 여신에 비해 남신이 더 크고 역동적이다.

사각의 굵은 테에는 사선의 음각선이 있다. 색깔은 적색이며 모래가 섞인 경질이다. 31X14.5㎝, 두께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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