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 본사와 농협중앙회 본사. (제공: IBK기업은행, 농협중앙회) ⓒ천지일보DB
IBK기업은행 본사(왼쪽)와 농협중앙회 본사. (제공: IBK기업은행, 농협중앙회) ⓒ천지일보DB

기업은행, 기재부에 2200억 배당

배당 축소시 농민 몫 1500억 증발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금융위원회가 지난 1월 말 배당성향을 20%로 제한할 것을 권고한 가운데 예외로 정해진 정책 금융기관인 기업은행이 고배당을 유지하면서 형평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앞서 지난해 최대 이익을 낸 KB금융, 하나금융 등이 당국의 권고에 따라 배당성향을 20%로 제한했다. ‘L자형’ 스트레스 테스트를 유일하게 통과한 신한금융은 20%를 소폭 넘긴 22.7%로, 4대지주 중 유일하게 순익이 감소한 우리금융은 20%로 배당성향을 줄였다. 외국계 은행인 한국씨티은행마저도 20%로 배당성향을 줄인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농민들에게 배당금이 돌아가는 농협금융은 국책은행인 기업은행과 같이 예외적용을 받지 못하면서 당국 권고대로 따른다면 농민 배당금 1500억원 가량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지난 3일 보통주·우선주 1주당 471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총 배당금액은 3729억원이다. 지난해 기업은행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9.3% 감소한 1조 2632억원(자회사 제외)을 기록했다. 배당성향을 29.5%로 기업은행의 지분 59.2%를 가진 최대주주 기획재정부가 가져가는 배당금은 2208억원이 될 전망이다.

이는 전년 일반주주 670원, 정부 472원의 차등배당을 결정해 기재부가 가져간 배당금 1662억원보다 약 550억원 늘어난 것이다. 결국 금융지주사의 주주들이 배당성향 축소로 극심한 손해를 입은 반면 기업은행 최대주주인 기획재정부는 두둑한 배당금을 챙기게 됐다.

기업은행의 배당성향은 2016년 30.8%를 기록한 이후 2017년 30.9%, 2018년 30.1%, 2019년 32.5%로 4년 연속 30%대 초반 수준을 유지했다.

금융당국은 손실 시 정부가 보전한다는 이유로 기업은행을 포함해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은 배당을 순이익의 20% 내에서 실시한다는 권고안에서 제외했다. 이 같은 논리대로라면 농협중앙회가 100% 지분을 가진 NH농협금융도 마찬가지로 예외에 포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타 금융사와 다른 농협금융의 조직 구조 특성상 배당의 대부분이 농민들이 주축인 조합원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는 농협금융에게 받은 배당금을 분배해 단위농협으로 보내고 단위농협은 농민이 대부분인 조합원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한다. 또 비료와 농약값·창고 지원 등 농가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사업도 배당금으로 이뤄진다.

농협금융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1조 735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2.5%(437억원) 감소한 것이지만 1조 3073억원을 기록한 우리금융보다 앞선 성적을 거뒀다. 다만 배당성향이 20%로 축소되면 3472억원 규모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배당성향 28.1%, 총 배당액 5000억원이었던 전년보다 1500억원 이상 줄게 돼 농민에게 돌아갈 몫이 사라지는 셈이다.

따라서 이번 금융당국의 배당 20% 권고안이 코로나로 인한 위기 속에서 정부만 계속 잇속을 채우도록 하겠다는 조치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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