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전 주러시아 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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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인민공화국은 어떤 나라인가? 중국은 기본적으로 한족(漢族)의 나라인데 한족은 17세기 중엽 한족의 나라인 명(明)이 멸망하고 중국을 차지한 만주족 청(淸)의 지배를 2백년 넘게 받다가 청나라가 열강의 제국주의 침탈로 무너지면서 중국의 주인 자리를 회복했다. 이후 내전과 일본의 침략으로 상당기간 혼란을 겪었는데 2차 대전에서 일본이 패배하고 공산당이 내전의 최후의 승자가 돼 오늘의 중화인민공화국이 됐다. 그런데 이 과정에 반드시 짚고 넘어 가야 할 점이 있다. 한족과 마찬가지로 만주족의 지배를 받았던 몽골, 위구르, 티베트 등도 역시 독립을 추구했다는 점이다. 이들에 대해 1931년 공산당은 국민당과의 대결에서 열세를 만회하려는 목적으로 일본의 침략에 맞서기 위해 단결하자고 회유하면서 미래에 독립을 허용하겠다고 선언했으나 현재 청나라를 대신해 그들을 지배하고 있다. 현재 중국은 역사왜곡 작업을 통해서 몽골, 위구르, 티베트 등이 원래부터 한족의 지배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역사적 사실에 반한다.

몽골족의 경우 소위 외몽골이라 불렸던 북부 지역은 일찌감치 1924년 소련의 도움을 받아 몽골인민공화국으로 독립했고 남부지역인 내몽골은 계속 중국의 일부로 남아 있다. 한편 신장 지역 위구르족은 청나라가 무너지고 중국 국민당 군벌의 지배를 받다가 1930년대 이래 2차례 동(東)투르키스탄 공화국을 수립하기도 했으나 1949년 중국 공산당이 중국을 통일하면서 다시 중국의 일부가 됐다. 중국 공산당 정부는 위구르인들의 분리 독립 움직임이 지속되자 민족 말살 정책을 펴고 있다. 그리고 티베트는 청나라가 멸망한 이후 사실상 독립을 누려왔으나 1950년 10월 중공군의 침공을 받고 1951년 중화인민공화국에 병합됐다. 1959년 중국 공산당의 폭압 통치에 항거해 반중 봉기가 일어나자 재차 중공군이 침공했고 이 과정에서 달라이 라마는 인도로 피신해 망명정부를 수립했다. 1989년 티베트인들의 대규모 저항이 발생했는데 중국 공산당에 의해 무자비하게 진압됐다. 티베트의 라마교 승려들은 중국 공산당의 폭정에 분신으로써 저항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의 이민족 통치에 대한 논리는 간단하다. 중국 공산당의 통치를 받기 전에는 전근대적인 사회체제 아래에서 수탈과 착취가 횡행했고, 신분제가 지속되고 있었으며, 인구의 대다수는 빈농 상태를 면하지 못했는데 중국 공산당의 통치 아래 근대화되고 생활수준이 향상되지 않았느냐? 따라서 독립을 추구할 생각을 하지도 말라.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가 아닌가? 한민족이 일제의 지배 기간 동안 근대화됐다는 주장과 같은 이야기라 하겠다. 청나라 멸망 이후 한족은 중국내 한족, 만주족, 몽골, 회족(위구르) 및 장족(티베트)이 함께 잘 살아 보자고 소위 ‘오족공화(五族共和)’를 내세웠는데 이는 청나라의 영토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심산일 뿐이다.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을 유치한 중국은 야심차게 전 세계에 걸쳐 성화 봉송 행사를 벌였다가 가는 곳마다 중국의 티베트 억압에 항의하는 반중 시위로 수난을 겪었다. 내년에 베이징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릴 예정인데 이번에는 신장 위구르인들에 대한 극심한 인권 유린을 이유로 서방국가들 사이에서 보이콧을 주장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중국은 내부적으로 이민족에 대해 무자비하고 도를 넘는 정책을 펴면서도 서구 열강과 일본에 당한 역사만을 강조하고 있다. 더욱이 한족의 잉여 인구를 대규모로 이민족 지역으로 이주시켜 이민족들이 조상 대대로 살아온 땅에서 오히려 이방인으로 전락하게 만들고 있다. 또한 남중국해의 대부분을 중국의 영해라고 주장하면서 동남아 국가들을 겁박하고 있다. 중국은 남 이야기할 자격이 없다. 중국 자신이 제국주의이다. 그럼에도 한국 사회의 일각에서는 중국을 반제국주의 투쟁의 선봉에 섰던 나라로만 인식하고 있다. 나아가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 되고 한반도는 중화제국의 일원이 되는 것이 우리의 지향점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

그러한 인식으로부터 중국에 대한 비위 맞추기와 눈치 보기가 나오게 된다. 이런 현상은 비단 문재인 정부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은 아니다. 2008년 4월 서울에서 있었던 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 행사에서 티베트 독립 지지단체가 중국 유학생 무리에 폭행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한국인들이 중국인들에게 얻어맞거나 쫓기는 사태가 발생했는데 한국 경찰은 이를 못 본 체 하고 성화 봉송 행렬을 호위하는 데만 신경을 썼다. 또한 한국의 불교 신자들은 오랜 바람인 달라이 라마의 방한이 성사되도록 탄원서도 내보고 서명도 받아봤지만 한국 정부는 여전히 비자 발급을 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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