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All roads lead to Rome)’는 말은 본디 로마가 ‘교통중심지’라는 의미에서 생겨난 고사성어다. 그렇지만 이 말의 시원이 제정 로마시대에 나온 게 아니라 17세기 프랑스 작가 라 퐁텐의 우화에서 맨 처음 등장한 것으로 알려지며, 오늘날 비유되는 쓰임새가 많다. 환경과 사정에 따라 다의미적으로 해석되어지기도 하는바, 즉 로마가 세계의 중심이었던 것처럼 어떤 분야의 중심이 되는 명제나 사람, 장소 등을 뜻하는 말로도 사용된다.

현재 우리 국가․사회에서는 국민생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가지 분야나 요소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정치가 유독 많은 것을 좌지우지하는 현상을 나타낸다. 국가 존립 상 필수적이라 해도 소소한 내용에까지 정치가 개입해 말썽을 일으키기도 하는바, 정치가 그 본연의 가치인 ‘국민행복’을 위한 주체가 아니라 아웃사이더 또는 바람잡이 역할로 나아가는 현상에 국민들은 답답하다. 그러한 상황에서 차기 대선일 1년과 서울시장 등 보궐선거 한 달을 앞두고 우리사회에서는 선거의 광풍이 일기 시작했고, 모든 길이 로마로 향해 있듯 여야 정치인들은 다가오는 선거에 매달려 온갖 정략으로써 국민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지금이다.

그동안 ‘촛불정부’라 칭해온 문재인 정권이 촛불정신에 걸맞는 뚜렷한 국정 성과 없이 임기 1년여를 남겨놓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퇴 국면과 곧 불어 닥칠 바람이 4.7재보선과 차기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는 중이다. 정치지형에 큰 변화가 예상되는 이 시기에도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정권 출범 초기 이전부터 장담해온 20년 집권 플랜이 그대로 실현되기를 바라면서 정권 재창출 선거 전략에 올인하고 있다. 민주당이 선거용으로 가덕신공항 건설과 광명·시흥 신도시 건설을 내놓았으나 투기 악재가 터져 후폭풍도 만만치가 않다.

선거는 유권자들이 정치에 성적표를 매기는 결정이다. 그간 정부․여당과 야당이 각각 이루어놓은 성과와 함께 주장, 정책들을 꼼꼼히 살펴 판단하는 평가의 기회다. 4월 7일 치러질 서울시장 등 보궐선거 결과는 민심을 파악할 수 있고, 그러한 국민심판은 1년 후 대선 판에서도 큰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그런 이유로 여당은 국정안정론을, 야당에서는 정권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이번 선거에 매달리고 있으나 아직은 여야 성적표가 확연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국민이 정치를 불신해도 여야 정치인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여당은 등 돌리는 중도층 증가로 문 정부 출범 후 최저 지지율을 보이고 있지만 민심 이반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또 국민의힘, 국민의당 등 야당에서는 보수․중도층을 아우르지 못하고 분열상을 보이고 있다. 정치 본연의 가치가 오로지 위민(爲民)에 있고, 그 결과는 국민행복을 담보하는 일이지만 여야는 자기정치하기 바쁘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마따나 무릇 정치가 우리사회 현상을 변화․발전시키는 중심 요소라면 분명 정치가 민심의 중심에 있어야 하겠지만 불행히도 우리정치는 겉돌고 있다. 사정이 그렇건만 선거에서 표 구걸에는 용감한 정치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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