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광명·시흥 신도시가 들어설 부지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사들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6일 LH 직원들에게 50억원대 거액의 대출을 해준 북시흥농협 문이 굳게 닫혀있다. ⓒ천지일보 2021.3.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광명·시흥 신도시가 들어설 부지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사들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6일 LH 직원들에게 50억원대 거액의 대출을 해준 북시흥농협 문이 굳게 닫혀있다. ⓒ천지일보 2021.3.6 

“공장·폐자재 처리장 많아 농지 부적합”

“북시흥농협, 담보 확실하면 대출해줘”

“농협 유착 가능성, 합리적 의심 여지”

“지역 거주민, 농사 어렵다는 것 알아”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농협에서 50억원대의 대출을 받아 광명·시흥 등의 농지를 산 것을 두고 ‘투기’ 의혹이 일고 있다.

사전 투기 의혹을 받는 10여명의 전현직 LH 직원들은 신도시 지정 전 100억원대 광명·시흥 토지를 사들이는 과정에서 북시흥농협 한곳에서 50억원대 농지담보대출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본지는 6일 3기 신도시 광명·시흥지구 일대를 찾아 최근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는 ‘LH 직원들 땅 투기 의혹’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반응을 직접 들어봤다.

주민들은 LH 직원들이 대출을 받은 ‘북시흥농협’을 ‘신용·담보만 확실하면 쉽게 대출을 해주는 곳’으로 인식했다.

인근 상가에서 마트를 운영 중인 김모(60대)씨는 “북시흥 농협은 농지 대출 자격만 있으면 대출을 내준다”며 “나 같은 사람들은 안 해주지만, LH직원들은 공무원들이라 신용 등급도 되고 그래서 해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광명·시흥 신도시가 들어설 부지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사들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6일 LH 직원 매수 의심 토지인 경기 시흥 과림동 178-6번지에 묘목이 식재돼 있다. ⓒ천지일보 2021.3.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광명·시흥 신도시가 들어설 부지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사들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6일 LH 직원 매수 의심 토지인 경기 시흥 과림동 178-6번지에 묘목이 식재돼 있다. ⓒ천지일보 2021.3.6

농협은 대출의 상환만 따지므로 서류상 행정 오류만 없다면, 농사를 짓지 않을 사람에게도 무조건 농지 대출을 내줬을 것이라고 한다. 즉 농사를 짓고 안 짓고의 여부보다는 대출의 상환 여부를 중요한 요소로 본다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또 공무원이라 농사지을 가능성이 희박함에도 대출해준 부분에 대해서는 농협 측도 LH 측과 유착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주변 창고에서 지게차 작업을 하던 조모(57)씨는 “그 농협은 원래 대출을 잘 해주기로 유명하다”면서도 “그래도 이렇게 큰 금액을 대출해준 것을 보면 아마 농협 관계자들과 무언가를 계획한 것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공인중개소를 하는 유모씨는 “이렇게 큰 금액을 대출해줬다면 농협지점에서 대출을 해줬을 때, 지점장의 승인을 거쳤을 것”이라며 “해당 내용을 결재하는 입장인 지점장은 관련 사안에 대해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광명·시흥 신도시가 들어설 부지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사들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6일 LH 직원 매수 의심 토지인 경기 시흥 과림동 667번지에 향나무 묘목이 식재돼 있다. ⓒ천지일보 2021.3.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광명·시흥 신도시가 들어설 부지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사들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6일 LH 직원 매수 의심 토지인 경기 시흥 과림동 667번지에 향나무 묘목이 식재돼 있다. ⓒ천지일보 2021.3.6

본지는 LH 직원들이 사들인 과림동 소재의 땅을 찾았다.

현장에는 두뼘 남짓한 묘목들이 1m 간격을 두고 빼곡하게 심겨 있었다. 바닥을 덮은 비닐은 먼지가 거의 묻지 않았고, 비닐을 고정하는 못은 녹도 슬지 않아 최근에 작업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조씨는 “해당 밭은 공터였다가 밭이 된 지 1주 정도밖에 안 됐다”며 “(인부가) 묘목을 심으러 왔을 때, 왜 저런 땅에 묘목을 심으려고 하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들은 하나같이 “이 지역 사람이라면 해당 땅은 주변에 공장, 폐자재 처리장 등이 많아 농지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공인중개사 A씨는 “이 주변은 농지로 쓰기에는 땅값도 비싸고, 공사도 많이 해서 농지로 쓰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또 “땅을 사는 사람이 있더라도 비닐하우스 등을 지어서 임대로 내놓기 위해 사는 것이지, 직접 농사를 지을 거라는 사람은 흔치 않다”고 덧붙였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광명·시흥 신도시가 들어설 부지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사들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6일 LH 직원 매수 의심 토지인 경기 시흥 과림동 667번지에 한 뼘 남짓한 향나무 묘목이 식재돼 있다. ⓒ천지일보 2021.3.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광명·시흥 신도시가 들어설 부지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사들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6일 LH 직원 매수 의심 토지인 경기 시흥 과림동 667번지에 한 뼘 남짓한 향나무 묘목이 식재돼 있다. ⓒ천지일보 2021.3.6

아울러 “이들은 4200㎡의 땅을 3명 등이 공동으로 구매하는 수법으로 땅을 매입했다”고 말했다.

즉 농협 측은 토지개발을 담당하는 공무원 수 명이 같은 땅에서 농사를 짓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해 50억대의 대출을 해준 셈이다.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북시흥농협 측은 대출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농협 본사 역시 대출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정작 농사를 지을 농민들은 신용과 담보 등의 문제로 대출을 받지 못하고, 토지 개발을 주도하는 공무원들에게는 거액의 대출이 나간 것에 대해 농협 측은 문제가 없다고 밝힌 가운데 LH 직원들에 대한 처벌 문제가 어떻게 결론 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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