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하늘이 벌을 내리셨나”… 내장사 화재, 네 번째 ‘비극’
[르포] “하늘이 벌을 내리셨나”… 내장사 화재, 네 번째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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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정읍=김도은 기자] 전라북도 정읍시 내장동 590 소재 내장산에 있는 내장사 내 대웅전이 불타 6일 오전 11시경 흔적만 남은 모습. ⓒ천지일보 2021.3.6
[천지일보 정읍=김도은 기자] 전라북도 정읍시 내장동 590 소재 내장산에 있는 내장사 내 대웅전이 지난 5일 한 승려의 방화로 불타 6일 오전 11시경 골조가 숯으로 변한 모습. ⓒ천지일보 2021.3.6 

정유재란, 한국전쟁, 2012년에 이어
중종 ‘도둑의 소굴’이라며 절을 소각

2012년 원인 모를 화재로  잿더미
대웅전, 2015년 복원된 뒤 또 불타

[천지일보 정읍=김도은·김지현 기자] “하늘이 벌을 내리셨나봐요. 불가에 비리가 하도 많아서 그런가” 

전라북도 정읍시 내장동 590 소재 내장사 주변 산책길에서 만난 주민 김복순(62, 여)씨는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이어 “한 두번도 아니고 네 번째라네요. 거기 스님들이 서로 싸우고 그랬다지요. 일반 중생들에게 본이 되어야 할 스님들이 왜 그런대요”라며 한숨을 푹 쉬었다.

기자가 찾은 내장사 화재 현장은 매캐한 냄새가 진동하는 ‘참혹한 비극’ 그 자체다. 새봄을 맞은 내장산 주변의 나무들은 새순이 돋아나와 봄내음이 가득했지만 시민들과 관광객의 쉼터가 됐던 내장사 대웅전과 그 주변은 전쟁 중 폐허와 같은 모습이다.

현장에서 만난 김수웅 문화관광해설사(77)는 “내장사는 ‘정읍의 자존심’이고 ‘조선 8경 중 하나’이며 역사의 흔적, 우리나라의 소중한 문화재인데 시민뿐 아니라 국민 모두 마음이 아플 것이고, 한 사람의 잘못(방화)으로 인해 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주는 것은 해서는 안 될 짓”이라며 “여기 종종 오는 사람인데 신앙을 떠나서 말이죠. 건립 이후 네 번의 화재가 있었고 지난 2015년에 정읍시에서 시민들의 힘을 함께 모아 25억원이라는 거액을 들여 재건했는데 또 이렇게 되어 정말 마음이 아프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렇다고 슬퍼만 할 수는 없으니 이번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 하루속히 복구해서 이전보다 더 좋은 모습으로 변화돼 많은 사람에게 행복과 기쁨을 주길 바란다”며 “이 시대가 어떤 시대인가. 우리 국민들이 자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밥상교육에서부터 학교교육까지 근본적인 교육이 제대로 돼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천지일보 정읍=김도은 기자] 전라북도 정읍시 내장동 590 소재 내장산에 있는 내장사 내 대웅전이 지난 5일 한 승려의 방화로 불타 6일 오전 11시경 흔적만 남은 모습. ⓒ천지일보 2021.3.6
[천지일보 정읍=김도은 기자] 전라북도 정읍시 내장동 590 소재 내장산에 있는 내장사 내 대웅전이 지난 5일 한 승려의 방화로 불타 6일 오전 11시경 골조가 숯으로 변한 모습. ⓒ천지일보 2021.3.6

전국적인 단풍 명소로 유명한 전북 정읍 내장산 안에 있는 내장사는 정유재란, 한국전쟁, 2012년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 화재로 알려졌다. 내장사 대웅전은 지난 2012년에도 화재로 불화와 불상 등이 모두 소실된 뒤 2015년에 복원됐다. 이번에는 대웅전이 모두 불에 타고 흔적만 남아있다.

내장사 대웅전에 불이 난 시각은 지난 5일 오후 6시 반쯤이고 경찰은 방화 용의자인 50대 승려를 체포해 조사 중이다.

정읍경찰서에 따르면 이 승려 A씨(53)는 지난 5일 오후 6시35분경 내장사 대웅전에 불을 지른 직후 직접 경찰에 “내가 불을 질렀다”고 신고했다. 당시 술을 마신 상태였던 A씨는 사찰에 있던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렀으며, 방화 이유에 대해 “평소에 생활하면서 서운한 게 쌓여 불을 질렀다”고 시인했다.

[천지일보 정읍=김도은 기자] 전라북도 정읍시 내장동 590 소재 내장산에 있는 내장사 내 대웅전이 지난 5일 한 승려의 방화로 불타 6일 오전 11시경 흔적만 남은 모습. ⓒ천지일보 2021.3.6
[천지일보 정읍=김도은 기자] 전라북도 정읍시 내장동 590 소재 내장산에 있는 내장사 내 대웅전이 지난 5일 한 승려의 방화로 불타 6일 오전 11시경 골조가 숯으로 변한 모습. ⓒ천지일보 2021.3.6

소방당국은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한시간여만에 큰 불길을 잡고 진압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고 인근 산으로 불이 옮겨붙지 않았다.

내장사(內藏寺)는 대한불교조계종 제24교구 본사인 선운사(禪雲寺)의 말사이다.  내장(內藏)은 ‘숨겨진 보물들이 많다’는 의미이며, 내장사 입구 일주문에서 사찰로 들어가는 108그루의 나무는 ‘세속에서 쌓인 108번뇌를 내려놓고 들어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지난 역사를 더듬어보면, 636년(백제무왕 37년) 영은조사가 창건해 ‘영은사(靈隱寺)’라 했으며, 이때의 가람 규모는 50여동이었다. 이후 1098년(숙종 3년) 행안이 전각과 당우를 새로 건립하고 중창했다.

1539년(중종 34년) 내장산의 ‘승도탁란사건’이 일어나자, 중종은 내장사와 영은사가 ‘도둑의 소굴’이라 하여 절을 소각시켰다. 이때까지만 해도 내장사와 영은사는 독립된 2개의 사찰이었다. 1557년(명종 12) 희묵이 영은사의 자리에 법당과 요사채를 건립하고 절 이름을 내장사로 고쳤으나, 정유재란 때 전소됐다.

1639년(인조 17년) 영관(靈觀)이 법당 등을 중수하고 불상을 개금(改金)했으며, 1779년(정조 3) 영운(映雲)이 대웅전과 시왕전(十王殿)을 중수하고 요사채를 개축했다. 1923년 학명이 절을 벽련암(碧蓮庵)의 위치로 옮겨 짓고 ‘벽련사’라 했으며, 옛 절터에는 영은암을 두었다. 1938년 매곡이 현재의 자리로 옮겨 대웅전을 중수하고 명부전과 요사채를 신축했다.

이후 1951년 1월 12일 불탄 뒤 중건을 보지 못하다가, 1957년 요사인 해운당을 건립했고 1958년 대웅전을 건립했다. 1965년에는 대웅전과 불상과 탱화를 조성해 봉안했다. 1974년 국립공원 내장산 복원 계획에 따라 대규모 중건이 이뤄졌지만 2012년 10월 31일 또다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로 내장사는 잿더미가 됐다. 당시 화재는 사설 보안업체의 감지 시스템에 의해 발견됐으나 이미 전소된 뒤였다.

정읍시는 2015년 7월 화재로 소실된 대웅전 옛터에 시비 등 25억원을 들여 건물을 복원했지만 어제(5일) 일어난 방화사건으로 인해 또 다시 전소되어 흔적만 남게 됐다. 

[천지일보 정읍=김도은 기자] 전라북도 정읍시 내장동 590 소재 내장산에 있는 내장사 내 대웅전이 화재로 소실되어 6일 오전 11시경 흔적만 남은 모습. ⓒ천지일보 2021.3.6
[천지일보 정읍=김도은 기자] 전라북도 정읍시 내장동 590 소재 내장산에 있는 내장사 내 대웅전이 지난 5일 한 승려의 방화로 소실되어 6일 오전 11시경 골조가 숯으로 변한 모습을 주민들이 허망하게 바라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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