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마포구 공덕역 근처에서 북한전통음식점인 ‘류경옥’ⓒ천지일보(뉴스천지)
“직접 몸으로 부딪혀 봐야 잘할 수 있는 게 보여요”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북한에서도, 한국에서도 음식과는 인연이 참 질긴 것 같아요.”

한국에 온 지 7년이 다 돼가는 안미옥(47) 씨는 서울 마포구 공덕역 근처에서 북한전통음식점인 ‘류경옥’을 운영하고 있다.

이 음식점은 NK지식인연대(대표 김흥광)가 ‘사회적 기업’ 형태로 운영하는 곳이지만 함흥에서 오랫동안 식당경력이 있는 할머니와 외할머니, 어머니로부터 음식솜씨를 물려받은 탈북자 안미옥(47) 씨가 진두지휘를 하는 곳이기도 하다.

안 씨는 식당이 처음 생길 때부터 직접 식당메뉴를 구성하고 탈북자들에게 일일이 음식 맛내는 방법을 가르쳤다. 현재 식당 하루 매출은 130만 원 정도로 꾸준히 손님이 찾아온다. 특히 여름이 되면 사람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는 함흥냉면은 함경도 출신인 안 씨가 손님들에게 제일 자랑하고 싶은 메뉴다.

안 씨에 따르면 북에서는 비빔냉면과 물냉면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 함흥냉면은 양념이 들어간 면에 맑은 육수가 함께 들어가기 때문이다. 만약 비빔냉면을 먹고 싶다면 육수를 따라내고 비벼 먹으면 된다.

현재 이 식당에서는 양념과 육수 모두 북한 방식을 따와서 하고 있다. 하지만 면의 핵심 재료라 할 수 있는 감자전분은 남한의 것으로 하고 있어서 제맛을 내기에 부족하다는 게 안 씨의 말이다.

그는 “남한에서처럼 가위로 싹둑 자르지 않고 질긴 맛에 먹는 냉면이 함흥냉면이다. 면을 만드는 재료로 감자를 쓰는데 남한 감자는 삶으면 물러진다. 함경도는 추워서인지 몰라도 (함경도 감자는) 쫄깃쫄깃한 면을 만들기에 제격”이라면서 “올해는 북한 감자전분을 들여오기로 해서 여름철 진짜 함흥냉면을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

밝은 표정으로 기자에게 이것저것 세세하게 설명해주는 안 씨는 1년 먼저 남한 땅을 밟은 남편의 도움으로 중국을 거치지 않고 12일 만에 탈북했다.

안 씨는 북에서 오랫동안 미술로 교원생활을 했지만 음식에 뜻이 있어서 남한에 오자마자 김밥가게는 물론 다양한 음식점을 다니며 일을 배웠다. 식당은 이 사회에서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음식을 어떤 양념으로 맛을 내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분석과 연구를 거듭한 끝에 그가 터득한 것은 남한에서는 마늘과 설탕, 식초가 빠지지 않고 음식에 들어간다는 점이다.

류경옥을 운영하기 전 을지로에서 순대국밥집을 운영했던 그는 하루 매출이 170만 원 정도였다. 그러나 우여곡절은 있었다. 석 달은 손님이 많다가 두 달간은 발길이 뚝 끊긴 것.
그러나 그때도 실망하지 않고 꾸준히 분석하고 연구했다. 이후 식당 운영은 잘 됐지만 몸 상태가 나빠져 과감히 접고 온 곳이 NK 지식인 연대다. 이곳에 와서도 우연치 않게 류경옥을 운영하게 된 그는 이왕 하게 된 거 언젠가는 더 다양한 북한 음식을 사람들에게 선보이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안 씨는 “현재 바쁘게 살고 있지만 늘 ‘나는 행복한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면서 “아마 가족을 대부분 북에 놓고 온 탈북자들은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안 씨는 “중국을 거치지 않고 왔든지 거쳐서 왔든지 남한 사회에 처음 발을 내디딜 때는 힘들 것이다. 특히 일을 해보자고 ‘벼룩시장’을 펼쳐 봤는데 처음 접하는 직업이 많아 깜짝 놀라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어떤 일이든 간에 몸으로 부딪혀 봐야 스스로 설 수 있는 행복한 인생의 열쇠를 갖게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무엇을 할까 너무 고민하지 마세요. 일단 발을 내딛으면 내가 뭘 잘할 수 있을지 깨달을 수 있을 겁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